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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담다 Jul 17. 2024

광고 대행 전화사절

이제 그만 올 때도 됐다.

공방의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홍보해 주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했을까. 나에게는 그들만큼의 성공을 보장할 어떤 확신도 없는데.      


공방 운영 6년. 홍보를 해주겠다는 전화 횟수만 다를 뿐 매년 걸려 온다.

상대방이 내 거절의 말에 계속 설득하기 위해 붙들고 늘어지느냐, 그냥 전화를 끊느냐가 다를 뿐.       


공방을 열고 블로그를 개설하자마자 매주 전화가 걸려 왔다.

02 서울 지역번호가 찍히면 알아서 걸렀고, 휴대전화 번호로 걸려 오면 혹시나 수업 문의 전화일까 싶어 받았다가 관심 없다며 끊기가 일쑤였다. 자주 걸려 오는 홍보대행사 전화가 부담스러워 휴대전화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도 받고 싶지 않았다. 엄연한 업무 방해다. 자신들의 매출을 위한 괴롭힘으로 여겨졌다. 한번 통화한 번호는 수신을 차단했다. 내 휴대전화에 차단된 대부분의 번호는 홍보대행사 번호다.      


예전에 전화로 집요하게 설득했다면 이제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 요즘은 사업계획서를 메신저나 문자로 보내드리겠다며 읽어봐달라고 하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는다. 몇 분 후면 사업계획서가 온다. 다 비슷비슷하다. 다 읽어보지만, 솔직히 관심이 없다. 그리고 하루나 이틀 후에 다시 연락이 와서 물고 늘어진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성공’, ‘매출 상승’, ‘관심을 많이 받을 거예요’ 순이다.

     

그들이 공방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 건 내가 운영하는 SNS다. 최대한 담백하고 꾸밈없이 운영하려고 하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 만든 물건에 대한 애정으로 조금은 과장이 담길 수 있는 게시물들을 보고 ‘우리가 홍보해 주면 성공할 수 있다’라며 연락해 온다.     


오늘도 인터뷰하고 싶다, 무료다, 매출 상승으로 성공하고 싶지 않냐는 등의 말을 한다. 전화한 상대방은 자신이 이 공방을 선택했기 때문에 꼭 성공시킬 것이라고 하며 설득한다. 내가 하는 말은 듣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는 그녀를 보며 잠깐의 실랑이를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 중간에 '죄송한데 전화를 끊겠다'라며 끊었다. ‘내가 잘한 선택일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등의 고민을 하면서 자기 확신 없는 사장이라면 혹했을 확신의 말로 도배되어 있었다.      


정말 내 SNS를 제대로 보았다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보였을 것이고 자신들의 홍보방식과 결이 맞지 않음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전화를 끊으면서도 편치 않았다. 나와 맞지 않은 방식이지만 너무 열성적이었던 그녀에게 실망을 안긴 게, 말하는 중간에 동의 없이 끊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공방을 열고 1년 만에 코로나19 상황을 겪고 버텨 지금에 이르면서

'공방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코로나 상황에서 버티는 게 맞을까?’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하려면,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튜브, 아이디어스, 매일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정말 해야 할까?'

'나에게 성공이란 과연 무엇일까?'

'만족이라는 게 있을까?' 많은 질문과 수많은 감정이 오갔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대출 없이, 가족들의 도움 없이 잘 버텼다.

얼마를 버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지출을 어떻게 통제하고 어떻게 모으느냐가 관건이라는 건 그때 배웠다. 지금은 그나마도 운영하던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다. 블로그에 집중하기로 했고, 공방을 운영하는 '나'가 아닌, 그냥 '나'를 조금 더 알아가고 즐기기 위해 하나의 채널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건강관리를 하면서 50, 60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때 일에 치여 바쁘게 공방을 운영하는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차린 공방이다. 어쩌면 혼자만을 책임지면 될 비혼이라는 위치가 내 치열함을 내려놓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에게 '성공'의 개념이 '매출'은 아니다. 얼마를 벌어야 만족할까. 미래를 위해 조금 저축하고 현재의 의식주와 내 원가족들의 기념일을 챙기고, 친한 이들을 만나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정도면 된다. 비싼 옷이나 명품 가방들에 별 관심이 없고 지금은 그마저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들을 직접 만들어 입고 있어 비용이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남들이 다 쓴다는 이름난 가구나 주방 가전 등에도 별 관심이 없는 나는 지출이 많지 않다. 싼 가구를 사도 오래 쓰면 그만이고, 매일 쓰는 식기는 깨끗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청소를 자주 해서 깨끗함을 유지하려 한다.      


내가 돈을 버는 이유를 정의하면 '사람다움, 나다움'으로 살기 위함이다. 경사에 축하하고 애사에 같이 슬퍼할 수 있는 여유면 된다. 그래서 누군가 많이 벌어서 성공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성공은 높은 매출이다'라는 기준으로 설득하려 들면 별 감흥이 없다.

      

그리고 내 매출에 대한 고민은 내가 더 많이 한다. 홍보만 하면 돈을 많이 벌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들이 나보다 내 공방에 대해서 더 고민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홍보하는 기술적인 부분은 전문적일 수는 있지만 그게 공방을 알리는 전체는 아니다. 회원을 대하는 자세는 내 마음가짐, 추구하는 가치와 연결된다. 내가 회원을 가르치고 응대할 자세가 되어있는지가 내 공방이 오래가는 비결이다. 화려하게 포장된 홍보가 아니다.     

 

그래서 전화가 오고 설득의 말이 오갈 때마다 '저는 제 속도로 운영하겠다'라고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이 공방에 온다고 해서 다 받을 수도 없다. 나는 현재 공방에 다니는 회원들이 우선이다. 그들의 속도, 그들의 시간에 맞춰 운영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충분하다.   

   

회원들이 그럴듯한 꾸며진 광고를 보고 공방에 오기보다 관심이 있어서 스스로 여러 곳을 검색하고 블로그를 둘러보면서 '배움에 적합한 곳인지‘, ’선생님과 잘 맞을지‘, ’불편하지 않을 공간‘인지 등 의심하고, 고민하면서 선택해서 오길 바란다.


광고 대행 전화는 사절이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내가 찾아 전화하지 않을까. 지금은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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