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한다는 두려움, 언제부턴가 혼자가 편해진다.
유연근무제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되어가는 어느 날,
어느 때와 다름없이 집 앞을 산책하던 중, 새로운 일본식 이자카야가 생긴다는 간판을 본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생기네?”
마침 오픈 준비를 하시는지, 불은 켜져 있고 무슨 용기인지 모르겠지만 그곳을 향해 걸어간다.
“혹시, 영업 언제부터 해요? “
“가오픈은 6.27-29일이고 이후 정식 오픈이에요.”
“엇, 그럼 6.27일 날 갈게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20대 철없는 시절, 혼자 생각한다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소년은 난생처음 홀로 알코올에 몸을 적시러 향한다.
“어서 오세요, 엇 오셨군요?”
“네, 안녕하세요, 저 맥주 한 잔 하고 껍질, 은행, 그리고 다리파로 하나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의 첫 혼술은 시작되었다.
괜스레 겁부터 냈던, 철없던 소년에서 왠지 모르게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진 아저씨로 진화한 느낌이다.
일부러 휴대폰을 멀리한다. 그리고 온전히 알코올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생각보다 좋다. 뭔가 내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할 수 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혼술을 천천히 접한다.
그렇게 한걸음 더, 어른이 되어간다.
때론 고민하던, 내가 어른인지 아닌지 고민하던 나날들…
이상하게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그 혼술을 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어른임을 느낀다.
그렇게 걱정과 고민을 떨쳐내고 싶은 그 어느 날,
또다시 홀로 술잔을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