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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Oct 30. 2024

서로 조금씩 이해하며 살아요.

층간소음


“응애 응애 응애애애앵"



며칠 전부터 윗집인지 아랫집인지 옆집인지 모를 곳에서 새벽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정말 갓 태어난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여보, 요즘 새벽마다 아기 울음소리 나지 않아?"



와이프는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이다. 

"아니? 난 못 들었는데?? 아기가 태어났나?"



하긴. 



평소 와이프의 잠버릇을 보면 잘 때 주변의 소리가 잘 들릴 리 없다. 항상 치열하게 전투 취침을 하고 있는 와이프이기 때문에. 한 번은 옆집 아저씨 코골이에 와이프는 이갈이로 화음을 넣더라. 



어쨌든, 어느 집에서 아기가 태어난 건지 궁금해진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애국자 집이 어디일지. 



아랫집? 아랫집 사는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신혼부부가 살고 있는 것 같다. 신혼부부라면 출산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아니면 윗집? 윗집에는 5060으로 보이는 중년 부부 두 분이 살고 있다. 밤 잠이 없으신지 가끔 새벽마다 우당탕탕 하는 소리가 들리곤 했었는데. 그렇다면 혹시 늦둥이? 오우 쒸.. 세상에 이런 일이.



그렇게 아기 울음소리가 어디서 나는 것인지 의문만 가진 채 며칠이 지나게 된다. 




며칠 후.



퇴근길은 늘 즐겁다. 가만히 숨만 쉬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시간. 집에 가는 길에 이마트에 들러 소고기와 초밥 좀 사 가야겠다. 캔맥주도 덤으로.



양손 가득 저녁거리를 사들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고작 10 몇 층 올라가는 것도 이렇게 시간이 안 가는데 30층 이상 사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일까.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오늘도 현관 앞에는 와이프의 택배가 도착해있다. 남들은 반려동물이 퇴근을 반겨주지만 나의 퇴근길은 와이프의 반려택배들이 반겨준다. 



주섬주섬.

와이프의 반려택배를 집어 들고 집으로 들어간다.



응?



집에 와서 자세히 보니 택배가 아니다. 

쇼핑백에 쪽지와 함께 무언가가 들어있다. 



와이프 뭐 당근 했나?







당근인 줄 알았던 쇼핑백의 정체는 아랫집에서 보낸 카스테라다. 쪽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안녕하세요, xxxx호 입니다^^ 저희가 얼마 전에 출산을 해서 아기 소리 때문에 많이 시끄러우시죠? 죄송합니다ㅠㅠ 잘 어르고 달래서 최대한 피해 드리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동안 이해해 주신 점 감사합니다! 」



아기 울음소리의 정체는 아랫집이었나 보다. 우리 부부는 크게 예민한 편이 아니라 딱히 신경 쓰이거나 하지는 않았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우리의 입장을 생각해서 먼저 쪽지와 선물을 남겨주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제대로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선한 인상의 부부가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우리 부부도 그냥 받고 모른척 할 순 없다. 

잘 받았다고 인사는 하는 것이 예의니까. 



비타 500 한박스를 구매한 뒤 아랫집 현관 문 앞에 남겨둔다. 쪽지와 함께. 



「 안녕하세요, xxxx호 입니다. 예쁜 아이를 출산하셨다니 축하드려요. 밤낮없이 아이를 케어하시느라 고생 많으실 텐데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층간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








많은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파트. 여러 사람이 살고 있는 만큼 층간 소음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우리 집으로 인해 층간 소음이 발생하는 것 같다면, 먼저 작은 선물이라도 사서 양해를 구하는 것이 이웃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아랫집에 갓난아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후 우리 부부도 평소보다 더 조심하게 되었다. 



밤 늦은 시간 방바닥에 뭐라도 떨어뜨리면 와이프가 “앗, 애기 깼겠다”라며 오히려 걱정하더라.



이렇듯 상대가 먼저 민원을 제기하기 전에 내가 먼저 살갑게 선빵을 날린다면 상대방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할 것이다. 선빵필승이라는 사자성어도 있으니까.



북꿈이네도 몇 년 전 아랫집에서 민원을 제기했던 적이 있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만날 때마다 "저희가 조심한다고 하고는 있는데, 요즘에는 좀 어떤가요~?"라며 먼저 미안함을 표하며 선빵을 날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랫집에서는 오히려 멋쩍어하더라. 



여러 이웃과 함께 사는 공동주택에서 에티켓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너무 예민하게 굴 필요도 없어 보인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활 소음은 발생하기 마련이니까. 



그냥 우리 서로 조금씩 이해하며 살아요. 

나도 누군가에게는 아랫집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윗집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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