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의 아빠는 키도 크고 멋있었어. 적어도 하늘이는 이 세상에서 아빠가 가장 멋있었어. 아빠가 오는 날은 엄마가 반찬도 많이 만들었어. 그래도 조그만 양은 밥상을 채우는 정도였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시지 같은 건 없었지만 그래도 특별한 날이라는 건 알 수 있었어. 그래. 하늘이 아빠는 특별한 사람임에 분명했어.
하늘이는 아빠가 수저를 드시면 그때서야 수저를 들었어. 그리고 아빠가 밥을 한 술 뜨면 자기 입에도 밥을 한 수저 넣었어. 다음으로 아빠가 국을 뜨면 하늘이도 신중하게 아빠랑 똑같은 건더기를 뜨려고 노력했어. 물론 하늘이는 김치나 야채보다는 두부나 고기가 좋았지만 함부로 국을 휘젓지는 않았어. 아빠가 그런 건 싫어하실 테니까. 하늘이는 점잖은 아이로 보이고 싶었어. 그다음 또 밥을 뜨시면 밥을 김치를 드시면 하늘이도 김치를 먹었어. 그런데 하루는 정말 갈등이 생겼어. 글쎄 아빠가 고사리를 한 젓가락 집어서 맛있게 드시는 거야. 그 갈색의 길쭉한 줄기로 이루어진 나물은 도무지 어린 하늘이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음식이었어. 그때는 정말 심각하게 순서를 한 번 건너뛸까 고민이 됐어. 선뜻 젓가락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아빠가 다시 밥을 뜨시는 게 보였어. 하늘이는 급한 마음이 드는 데다 이렇게 한 가지를 빼먹는 게 왠지 큰 잘못 같아서 얼른 고사리를 한 줄기 집어다 입에 넣고 씹었어. 역시 아무 맛도 나지 않았어. 그런데 아빠가 이번에도 똑같이 고사리를 집으시는 거야. 하늘이는 정말 울고 싶었어. 그렇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어. 오늘도 아빠랑 똑같이 먹고 싶은 걸. 그래서 눈 딱 감고 고사리를 또 집어서 입에 넣고 씹었어. 질긴 갈색 고사리를 씹으며 기도했어. "다음번엔 아빠가 저 두부를 먹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