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함이 없는 곳
지난 글에서도 말했듯, 나는 겨울방학 때 전국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마음을 먹은 바로 그 주, 나는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무계획 인간은 아닌지라, 지하철 역으로 향하기 전 아주 약간의 계획을 준비했다. 여행지를 정하는 것이었다. 나는 첫 목적지로 가까우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지역을 원했다. 성수, 용인, 동탄 ••• 그런 수도권 도시들이 내 첫 번째 꿈 찾기 여행의 후보지였다.
흔히 '성수동'하면 '팝업스토어'나 '핫플'같은 키워드를 떠올린다. 그 키워드들은 궁금증을 일으켰다. 어떤 매력이 있길래 그토록 사람들이 찾는 걸까? 심지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조차도, 성수의 팝업스토어와 핫플에 방문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성수를 첫 번째 여행지로 정한 이유이다. 어떤 매력이 있길래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지, 궁금했다.
성수역 4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온갖 팝업스토어들이 날 반겼다. 화장품부터 게임, 애니메이션 등 종류를 한정할 수도 없는 수많은 것들이 거리에 가득 들어서있었다.
나는 그 거리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고개를 천천히 움직이며 사람과 건물을 관찰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긴 웨이브 헤어의 여자, 잔뜩 멋을 부리며 높은 굽의 부츠를 신은 남자. 사람들은 대부분 다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하나같이 오늘이 마지막인 듯 멋있고 예쁘게 차려입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팝업스토어는 일정기간만 개최하고 그 이후엔 열리지 않는다. 한정된 기간에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일이니 외모에 신경 쓰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성수의 겉모습은 차가움과 거리가 멀었다. 저마다 웃는 사람들과 가게 안에서 각자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의 조화는 언뜻 보기에도 차가워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따뜻하다면 따뜻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거리에서 느낀 나의 감정은 차가웠다. 성수의 거리는 왠지 모르게 차가운 느낌이 풍겼다. 무언가 정이 없는 느낌. 이곳에 정착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그 이유를 찾으려 주변을 계속 둘러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어느 것이 그 이유의 고향인 지 보이지 않았다.
4시간 정도 성수의 거리를 떠나니다 마침내 지하철 좌석에 앉았다. 1시간 정도 동안, 계속 차가움의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왜 나는 사람들의 사랑과 우정을 보고 차갑다고 생각했는가. 의문은 내가 마침내 수원을 도착하고 나서야 해결되었다.
수원, 나의 고향이자 내가 가장 익숙한 곳에 도착하자 종일 설렜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설레는 마음도 좋지만 안정되는 편이 더 나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진정됨과 동시에, 내가 성수를 차갑다고 생각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성수는 팝업스토어의 성지이다. 가게는 별로 보이지 않고 온통 팝업스토어가 자리를 차지한다. 바로 그것이었다. 어딘가에 정착되지 못하는 것. 불안함. 불완전함. 그런 연관어들이 차가움을 불러일으킨 범인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성수를 떠올리면 팝업스토어나 핫플같은 키워드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 키워드들은 새로운 사람을 불러오는 설렘은 있지만, 왔던 사람을 같은 이유로 또 오게 하는 안정은 없었다. 안정이 없는 떠다니는 도시는 차갑다. 이 형용사는 성수에도 아주 잘 어울린다. 안정이 없는 떠다니는 성수.
그렇게 나의 첫 번째 꿈 찾기 여행은 끝났다. 그날, 성수에 대한 감상평을 아주 상세히 써둔 덕에 오늘 이 글을 쓸 수 있었다.
누구는 이 글이 꿈 찾기 여행이라는 이름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글에 단 한 번도 꿈에 대한 언급이 나오지 않았으니. 하지만 나의 꿈 찾기 여행은 언제나 상상하고 망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는 성수가 차갑다는 망상을 했다. 누군가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음으로 주관적이고, 망상이다. 그 과정에서 분명 나는 느꼈다. 성수를.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그렇지 않든.
여행 속에서 나의 꿈을 찾으려 애쓰지 않고, 그냥 그 여행지 자체를 느끼고 배우는 것. 그것이 나의 꿈 찾기 여행의 목표이다.
Even in the cold city, we remain warm.
- 차가운 도시 속 일지라도, 우리는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