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망심리 사례21
‘히스테리성 구토’를 하는 여성 환자가 있었다. 여기서 히스테리성이라는 말은 그녀의 구토가 육체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 문제를 표현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구토가 히스테리라는 심리적 문제를 숨기고 있는 육체적인 증상이라는 말이다. 정신분석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 중에는 육체적인 증상으로 인해 생기는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는 정신분석으로 들어가기 전에 그 증상이 단순히 육체적인 것인지 심리와 연결된 것인지를 먼저 짚고 진행된다. 만약 단순히 육체적인 것이라면 일반 병원으로 안내해야 한다. 일반 병원에서 육체적으로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는데도 육체적인 증상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심리적인 것이므로 그때부터 정신분석을 진행한다.
분석 결과, 그녀의 히스테리성 구토는 사춘기 시절에 가진 ‘무의식적 공상’이 원인이었다. 임신을 하면 입덧을 하게 되는데 그때 구토 증상이 뒤따른다. 그녀의 구토 증상은 끊임없이 임신하여 많은 아이를 낳고 싶다는 소원이 성취된 것이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증상도 꿈처럼 ‘소원의 성취’라는 것이다. 라캉 식으로 말하자면 증상은 ‘격리(억압)된 욕망이 성취’된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이런 자신의 무절제한 소원에 맞서는 강한 저항도 일어났다. 임신하여 많은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많은 남자와 관계를 가져야 함을 전제하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그런 소원에 대한 강한 저항이 무의식적으로 생겼다. 그래서 그녀는 ‘더’ 구토를 한다. 이때의 구토는 어떤 의미일까? 구토를 하면 할수록 그녀는 아름다운 몸매와 풍만함을 잃어버리고, 그 결과 그녀는 남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녀의 구토 증상은 자신을 ‘징벌하려는 소원’이 성취된 것이다.
꿈처럼 증상도 무의식의 소원을 성취시킨다. 그러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전의식 조직은 무의식의 소원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왜곡시킨 후 허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히스테리 증상은 단순히 무의식적 소원이 실현된 것이 아니다. 전의식에서 비롯된 다른 소원이 합세하여 같은 증상에 의해 성취된 것으로 표현된다. 말하자면, 구토라는 증상은 각기 다른 심리적 조직에 근원을 두고 있는 두 개의 대립된 소원이 한 표현에서 마주치면서 생겨난 것이다. 많은 남자와 관계하여 아이를 낳고 싶은 소원이 성취되는 동시에 그런 자신의 무절제에 대한 자기비난의 소원도 함께 성취된 것이 그녀의 히스테리적 구토 증상이다.
이것은 파르티아의 여왕이 집정관 크라수스의 소원 성취를 이루어주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그녀는 크라수스가 금에 눈이 멀어 파르티아의 원정을 계획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죽은 그의 목구멍에 금을 녹여 붓게 한다. <네가 소원했던 것이 여기 있다.>
* 이 글은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4장 ‘소원 성취에 관하여’의 일부를 참고하여 정리한 것임.
* 격리(억압) : 프로이트가 사용한 ‘ Verdrängung’ 을 억압이라고 번역하지만 사실은 그것의 의미는 ‘따로 떼어 보관하다’ 는 뜻이므로 ‘격리’ 로 번역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억압’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 격리’ 로 번역하고 ‘억압’을 괄호로 처리했다.
*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Marcus Licinius Crassus, 기원전 115년 경 ~ 기원전 53년)는 로마 공화정의 군인이자 정치가였다. 술라파로 정계에 등장하여 스파르타쿠스 전쟁을 진압하고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와 함꼐 제1차 삼두정치를 이끌었다. 파르티아와 전쟁 중에 대패하여 죽었다. 그는 로마 역사상 최대의 부호로 알려져 있다. 위키백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