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망심리 사례 9
프로이트는 어느 날, 자신에게 분석을 받은 공무원인 환자가 치료비를 내는데 그 돈이 언제나 깨끗하고 구김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프로이트는 그에게 재무성에서 새 돈을 가져오니까 누구든 그가 공무원인 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는 자기 돈은 새 돈이 아니고, 그가 집에서 다림질한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그는 누구에게든 더러운 지폐를 주지 않는 것이 그의 양심에 따른 철칙이라고 했다. 더러운 지폐에는 여러 가지 위험한 균이 있어서,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 해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의 신경증이 성생활과 관계가 있으리라고 추측을 하고 있던 프로이트는 어느 날 그에게 성생활은 어떠냐고 물었다.
“아, 괜찮죠. 그 방면으로는 운이 나쁘지 않죠. 몇몇 괜찮은 집안에, 나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라고 알려져 있죠. 가끔 여자 아이를 한 명씩 시골 구경시켜 준다고 데리고 나가죠. 그러고는 어찌어찌 해서 집으로 가는 기차를 놓치고, 자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게 만듭니다. 언제나 방은 두 개를 잡죠. 모든 일은 아주 훌륭하게 처리됩니다. 그렇지만 여자아이가 자러 가고 나면, 그 아이 방으로 가서 내 손으로 아이의 성기를 만집니다.”
“헌데, 당신의 더러운 손으로 아이의 성기를 만지면 아이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는 걱정은 되지 않았습니까?”
이 말을 듣고 그는 화를 냈다.
“해를 끼친다고요?” 아니 성기를 만지는 것이 어떻게 해가 된다는 말입니까? 그 아이들 중에 어떤 해를 입은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고요. 그 아이들은 모두 즐겼단 말이에요. 그 중 몇몇은 결혼도 했고요. 그것 때문에 해를 입은 아이는 아무도 없어요.”
그는 프로이트의 지적을 매우 기분 나쁘게 받아들였고, 그후 다시 오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의 성기를 만지는 것에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더러운 지폐를 주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다시 말해, 죄책감이라는 정동이 있어야 할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만약, 죄책감이 있어야 할 곳에 있었다면 자신이 즐기던 성행위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동의 이동 때문에 그는 병으로부터 이익을 얻었던 것이다.
참고: 정동(Affect, affect): 고통스럽거나 기분 좋은 모든 감정 상태를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