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직한 잎사귀가 시원해 보여서 구입했던 리투아니아 린넨 원단!
예쁜 색의 원단이나, 맘에 드는 무늬의 원단을 보면 마치 화방에 가서 물감을 고르듯 마음이 셀렌다.
원래 쿠션이나 만들까 하고 산 원단이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본인의 취미생활을 위해 앞치마가 필요하다고 한다.
"무슨? 취미?"
"나, 빵 만들 거야!"
유튜브를 몇 개 보더니, 쉬워 보였나 보다ㅎㅎ. 해봐야 알지...
그래서 말 나온 김에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일단 나의 주문자께선 제빵용과 일상 만들기와 청소할 때 쓸 수 있는 것으로, 두 개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흠... 이게 말만 하면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닌데..
특히나, 디자인이 까다로운 나 같은 왕초보에게는..
마땅한 원단이 이것밖에는 안 보인다. 그래서 우선 제빵용으로 요 린넨원단을 쓰기로 했다.
사진으로는 제 색이 안 나왔지만 원래 보면 차분하고 깊이감 있는 우아한 쑥색이다.
기본적인 디자인으로 재단했다.
위아래 똑같은 원단인데, 사진 찍을 때의 빛에 따라 마치 다른 색의 원단 느낌이다.
요래놓고 편집 디자인 공부하러 다닌다고, 한 달 넘게 방치해 두었다.
"나, 바빠서 지금은 못 만들어요~"
어느날부터인가 남편은 이대로 두어서는 앞치마 획득이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빨리 빵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앞섰는지 모르겠지만, 언제 완성되냐며 채근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미루면 안 될 거 같아 휘뚜루마뚜루 해치우기로 했다.
우선 어깨끈과 허리끈에 심지를 좀 붙여서 후들후들한 린넨에 힘을 좀 주었다.
알맞은 위치에 주머니를 먼저 붙이고, 어깨끈과 허리끈을 연결시켰다.
앞치마는 어떤 디자인으로 할지가 선택의 기로에 놓일 뿐, 막상 결정하고 나면, 오버룩과 직선박기정도만 하면 되니, 초보자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완성!
린넨 특성상 원단 자체의 시원한 맛은 있는데, 구김이 잘 간다.
다 좋을 순 없지!
남편은 맘에 들어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 달라고 따라다니면서 채근하더니, 빵 만드실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다른 일상 취미활동을 하실 때도 착용 안 한다. 왜?왜?왜?
바쁠 때 그렇게 만들어 달라고 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