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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트에 대한 로망이 있긴 하지만..

by 이팝

2018년 처음 재봉틀을 배우고, 너무 못해서 초급반만 두 번을 듣고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바늘과 실을 어느 정도 꿰게 될 정도가 되자 심화반을 신청해 볼까 하는 용기가 났다.


하지만, 세상일은 내 맘처럼 되지 않았다.


2019년 12월부터 수상한 기미를 보이던 코로나는, 2020년을 시작으로 빠른 속도로 온 세상에 퍼졌다. 그로 인해 세상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 코로나 초창기 산책을 나갔다가 약국 앞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서 있는 긴 줄이,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임을 알고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때를 시작으로 강의는 줄줄이 폐강되고, 심지어 아이들 학교 수업마저도 ZOOM 원격수업으로 대체되었다.

그 눈에 보이지 않는 한 낮 바이러스 앞에 무력해진 전 세계의 고통은 참담했다. 어떻게 견디고 헤쳐 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지구별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코로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심화반 강의도 당연히 폐강되었고, 사람들은 모두 꼼짝없이 집에 격리되었다. 그렇게 기약 없이 꽃피는 봄도, 무더운 여름도, 가을, 겨울... 한해, 두해, 세해가 흘렀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 우울과 고통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만 했다. 유튜브로 재봉틀 강의를 열심히 찾아서 보았다. 식구들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중간중간 시간이 날 때마다,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사두었던 원단들을 꺼내어 이것저것 만들어 보면서, 그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하루하루 버텨냈다.


그리고, 강의를 따라서 하나 둘 쉬운 것들을 만들다 보니, 직선 박기만 할 줄 아는 실력이 제법 늘었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덜 힘들게, 외롭지 않게 보내게 해 준 고마운 재봉틀이었다.


사실, 그 시기에 만든 대부분의 것들은, 바느질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둘투둘 삐뚤빼뚤 그 자체다.

하지만, 평면이었던 원단이 재봉틀을 거쳐 입체가 되면, 그 성취감과 뿌듯함이 오롯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 단계에 들어서면 뭐든지 필요한 건 어쭙잖은 솜씨로 다 만들어 보겠다는, 이상한 자신감과 패기가 치솟았다.





발매트도 그랬다. 직선박기 정도면 만들 수 있는 작품이다.

싱크대 앞 발매트가 낡아서 버리고, 새로운 맘에 드는 것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상상 속 로망의 디자인은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나에게 남편은 불편하다고 빨리 사라고 채했다.


흠... 그러다 좀 등 떠밀리기는 했지만, 어차피 맘에 드는 게 없는 바에야, 일단 만들어 보자로 마음을 정했다.


안 쓰는 아이들 매트를 꺼내 압착솜 부분을 재활용하기로 했다. 밀림방지천까지 붙어있으니 수고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일단 알맞은 사이즈로 잘랐다.






예전에 사다 놓았던 해바라기꽃 원단과 동백꽃 원단을 크기에 맞게 자르고, 초록원단을 찾아서 바이어스를 만들었다.

초보라서 바이어스 만드는데 시간과 공이 무지 많이 들어갔다.

프로들은 바이어스 만드는 도구들을 활용해, 요령 있게 금방 만드는데 말이다.


일일이 자르고, 연결하고, 반 접고, 또 반 접어 꾹꾹 눌러 다려가며 만드니까 시간이 많이 걸렸다.





비록, 대부분의 시간을 바이어스 만드는 데 들이긴 했지만, 연결해 놓으니 그럴듯해 보인다.





두 개를 다 완성시켜 싱크대 앞에 착 놓으니...

"음! 괜찮네~ 발도 폭신 폭신하고.."

남편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했다.

온 하루를 소진하긴 했어도, 보람 있었다.


바느질도 삐뚤빼뚤하고 만족스러운 모양은 아니지만, 확실하게 내가 만든 건 이상한 애정의 MSG가 가미되는 것 같다. 이른바, 콩깍지가 씌는 것이다. 소소한 성취감과 몰입의 소확행을 느낀 뿌듯한 하루였다.




그리고, 그 후로도 생활 소품이나, 옷등 여러 가지를 다채롭게 만들며, 힘든 코로나 시절의 많은 시간들을 극복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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