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편안한 일상 홈웨어, 수제 파자마

슬기로운 재봉 생활

by 이팝


직선 박기 정도를 배우고 나서 만든 수제 파자마!


피치면(면을 긁어서 기모처럼 면이 보들보들하게 만든 것)으로 만든 파자마다. 앞쪽에 셔링을 넣어서 편안하게.. 만들어 놓고 보면 역시 기. 승. 전 꽃무늬가 예쁘다.


사실 사진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바느질은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온 우주를 통틀어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이다.


첫 번째 만든 것은 내가 입었는데, 삐뚤빼뚤 고르지 못한 구불구불한 박음질선조차도 마치 옷과 찰떡궁합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못생긴 바느질과는 달리 어찌나 편한지, 일단 집에 들어오면 이 파자마를 입고 온갖 집안일을 다했다. 이른바 어르신들의 몸빼바지처럼....



두 번째, 세 번째 만든 것은 내가 아파서 수술을 받으러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술일정을 받아놓고, 뭔가 마음의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엄마를 위해 만들었다. 그리고, 나를 대신해 엄마 가까이서 왔다 갔다 수고하는 동생것도 하나 더 만들어서 선물했다.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신신당부하고...


파자마를 전해 받은 엄마는 어디서 이렇게 바느질이 엉망인 옷을 사 왔냐며 동생에게 타박했다고 한다. 동생은 목까지 하고 싶은 말이 차올랐지만, 꾹 삼키고 누르며 돌아왔다고 했다.


뒤늦게 동생에게서 내가 아파서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안 엄마는, 못생긴 그 파자마를 껴안고 대성통곡하셨다 한다. 그 후로 잘 회복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네 번째 만든 것은 세벌을 만들어 본 토대로 노하우가 좀 쌓여, 예쁜 무늬의 좋은 원단을 골라, 정성껏 잘 만들어서 친한 언니에게 선물했다. 편하게 잘 입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처음 배울 때, 선생님께서는 한 열 번쯤 만들어봐야 익숙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아직 6벌 남았다.


자꾸 만들면 만들수록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다.


다섯 번째 차례는 다시 내 것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집에서 매일 생활복처럼 입다시피 하다 보니 나달 나달 해져가고 있다. 나의 첫 작품과 이별할 때가 오고 있다.


무념무상 바느질을 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느질의 매력이 아닐는지..


자려고 눈을 감으면, 내일 또 무얼 만들지 머릿속에 디자인이 마구마구 떠오르며 마음이 설렌다.


삐뚤빼뚤한 박음질도 정겨운 나의 작품들



keyword
이전 05화앞치마 만들어 주면, 빵 만든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