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시간이 봉인된 '톨레도'

하늘을 향한 경외심, '톨레도 대성당'

by 이팝

오늘은 톨레도로 떠나기로 한 날!

시험이 끝난 MZ가 아침 일찍 숙소에 도착했다. 셋이서 아토차역으로 향했다. 예약해 놓은 기차 시간이 빠듯하다 보니, 이곳에 있다는 열대 식물원 구경을 못해서 아쉽다. 대합실에 있는 renfe의 로고와 유니폼 색상을 입힌 '메니나(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에서 유래)'가 눈길을 끈다.



플랫폼은 5번, 조금 기다리자니 곧 개찰구 문이 열리고, 탑승이 시작되었다. 기차가 깔끔하고 쾌적하다.




차창 밖으로 멀어져 가는 마드리드를 바라다보는 것도 잠시, 끝없이 펼쳐지는 듯한 메세타 고원의 황톳빛 대지를 가로지른 지 30여 분 만에 드디어 '천년고도' 톨레도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니, 온 사방이 안개에 싸여 흐릿하다. 그런데, 바로 옆 역사건물이 심상찮다. 지나가다 다시 뒷걸음질 쳐서 찍어 보았다. 뭔가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다. 잠시 후, 이 톨레도 역사가 범상치 않음을 알게 되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옅은 붉은색 벽돌과 정교한 철제 세공, 타일 장식, 그리고 화려한 아치형 구조가 자아내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합실 내부의 섬세한 아치형 창문과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나무 천장, 조각조각 다른 문양의 타일 장식은 마치 이곳이 예사로운 도시가 아님의 예고편 같았다.


이 사진은 돌아올 적의 톨레도 역사 전경으로 여행객들이 보안검색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이 아름다운 전경이 이렇게 찍히다니... 휴대폰의 카메라 설정중 뭐가 잘못된 모양이다ㅠㅠ


1919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이슬람과 기독교 양식이 절묘하게 혼합된 '무데하르'양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마치 중세의 작은 궁전이나, 성당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답고 고요하다. 기차역이 이렇게 경건하다니... 그래서일까, 톨레도역은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스페인의 '국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돌로 문양을 만든 벽과, 섬세하고 아름답게 조각된 아치형 창과 발코니, 비둘기들 차지가 되어 버린 가로등


대합실 밖으로 나오면 보이는 톨레도역의 시계탑, 아침에 도착해서는 대성당 예약시간에 맞추느라 자세히 못 보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찬찬히 구경하며 찍었다. 중세의 매력을 고즈넉이 간직한 너무 아름다운 기차역이다.



그리고, 기차역 앞에는 시내를 순환하는 시티투어 버스가 있다. 우리는 예약 시간이 늦을까 봐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갔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도 택시를 타면서 느낀 거었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정말 운전을 기민하게 잘하는 것 같다. 좁은 길도 과속해서 민첩하게 운전한다. 오르막길도 예외가 아니다. 좀 불안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행자 안전만큼은 묵언 속에 철저히 지킨다. 보행자 우선이 확실한 나라다. 여러 운전자들이 보행자가 다 지나갈 때까지 불평 한마디 없이 기다렸다 출발한다.







차가 빠른 속도로 도시로 진입하기 위해 타호강을 가로지른다.

톨레도의 층층이 쌓인 돌벽은 로마 시대부터 서고트, 이슬람, 그리고 카톨릭 세력까지 거쳐간 치열했던 역사의 순간을 간직하고 있다.

차에서 내리니 바로 톨레도 대성당 근처다. 앗! 소코도베르 광장에서 돈키호테를 만날 생각이었는데, 초행길이 아니었던 MZ가 택시를 콜 할 때 대성당 근처로 찍은 모양이다. 아쉽게 생각하며 나중에 돌아가는 길에 들러야지 했다.(결국, 돌아오는 길에도 택시를 타고 산 마르틴교 쪽으로 오느라 결국 돈키호테는 못 만나고야 말았다.) 매우 아쉽게 되어 버렸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대성당 근처엔 관광객들에게 작은 간식들을 파는 가게들이 하나 둘 서둘러 문을 열고 있었다. 이곳에서 달달한 초콜릿바 같은 것을 사 먹으며 주변을 구경했다.



타호강이 감싸 흐르는 험준한 바위 언덕 위에 세워진 도시! 톨레도는 1561년 마드리드 이전까지 '천년수도'였다. 톨레도(Toledo)는 라틴어 '톨레툼(Toletum)'에서 유래했으며, '치솟은 곳' 또는 '참고 견디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톨레도 대성당'은 1226년 페르난도 3세에 의해 착공되어 약 260년에 걸쳐 완성된 고딕 양식의 걸작이다. 과거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이 성당은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으로서 역사적 위상이 매우 높다고 한다.



대성당 문이 열렸다. 우리가 여는 시간에 맞춰 일찍 와서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성당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압도적인 규모와 정교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수만 개의 색유리가 빚어내는 스테인드글라스의 빛은 찬란하면서도 경건하다. 여기도 내부 사진 촬영 금지라, 보물 같은 많은 예술작품들의 사진을 올리지 못함이 아쉽다.



톨레도의 웅장함이 고스란히 담긴 본당은 예술이 신앙의 증거가 되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예수의 생애를 금박과 채색으로 장식한 거대한 황금 제단도 훌륭했다.


특히, 제단 뒤편의 '트란스파렌테(Transparente)'는 백미다. 천장을 뚫어 들어온 자연채광이 대천사들에 둘러싸인 타원형 창을 통해 성모자와 아기 예수의 조각상 비출 때 대리석의 음영은 생동감으로 빛난다. 빛이 완성시키는 눈부시고 감동적인 예술 작품이었다.


'성가대석'의 섬세한 나무 조각과, 보물실의 거대한 황금 '성체 현시대'는 당대 스페인이 누렸던 영광과 신앙의 깊이를 증명한다. 이곳에서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켜켜이 쌓여 박제된 채 영원히 봉인되어 있는 것만 같다.


성당 내 미술관에는 '엘 그레코'의 평생의 역작들을 볼 수 있는데 '엘 에스폴리오(그리스도의 옷을 벗김)'를 비롯하여 예수의 열두 제자를 그린 초상화 연작이 있다. '루카 조르다노'의 대형 프레스코화가 성물실 천장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고, '고야'를 비롯한 거장들의 진품이 전시되어 있어 종교적 경건함과 예술의 위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중세시대에서 시간은 멈춘 듯 모든 예술품들은 고요하지만, 장엄하고, 경건하고, 화려한 아우라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내부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아쉽고도 아쉽다. 대성당의 육중한 문을 나서 다시 중세의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길로 나왔다. '산토 토메'의 '엘 그레코'를 찾으러 간다.










아래 그림은 '마리아 호세 가르시아 마에소'라는 작가의 '톨레도의 파노라마 풍경'이라는 수채화 기법의 판화이다. 엘그레코 미술관에서 구입한 작은 그림인데, 톨레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정감 있고 따뜻한 그림이었다.

톨레도의 붉은빛과 타호강의 검푸른 물결, 그리고 그 중간에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과 도로가 어우러져 톨레도를 한눈에 담을 수 있어 참 마음에 들었다. 책상 앞에 붙여 놓았는데 자꾸 눈이 가는 그림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톨레도를 기억해 보려 한다.


'마리아 호세 가르시아 마에소'의 '톨레도의 파노라마 풍경' 20*32(2012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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