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열심히 선풍기를 꺼내어 청소하고 있는 남편에게 물었다.
"만약에, 자기의 유년 시절에 만화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여차의 고민도 없이 남편은 바로,
"음.. 사막에 오아시스가 없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렇치! 무릅을 탁 쳤다! 정말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만화는 지금도 그렇지만, 디지털기기들이 없던 80~90년대는 더욱 더 그러했다.
위로와 감동과 꿈과 희망을 얻을 수 있던 그런 삶의 오아시스였다.
우리의 인생에 만화가 없었다면, 얼마나 심심 무쌍했을까. 어릴 적, 보물섬 나오면 학교에서 돌려 보던 일! 신문마다 조그맣게 나오는 네 컷 만화를 찾아보던 일!
나는 소심해서 만화방 문지방을 넘어 본 적은 없지만, 그 곳의 만화책들이 늘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 시절 동네마다 만화방도 번창했다.
요즘은 드물게 가끔 보물찾기 하듯 해야만 보이지만.... 굳이, 만화방을 가지 않더라도 휴대폰 하나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작가들의 K-웹툰을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어제 국립중앙도서관에 '이현세의 길' 특별전에 다녀왔다.
1983년에 발표된 이후, 만화는 물론이려니이와, 영화, 드라마로도 대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열혈 야구만화! "공포의 외인 구단"의 작가! 이현세! 그 이후로도 엄청나게 많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이현세 대작가님의 작품들에 비해 큰 전시장은 아니었지만, 아담해서 또한 꼼꼼하게 구경하기에 좋은 전시였다.
출처 : 국립중앙 도서관, '이현세의 길 특별전' - '경주 만화방'
힘든 시절
쌀밥 한 그릇 탐내듯
매일 만화를 그렸다.
그런 간절함으로 그린 50년간의 빛나는 업력은, 마침내 전설이 되었다.
명작들이 탄생한 이현세 작가님의 요람인 서재도 구경하고, 공포의 외인구단 캐릭터와 그 옛날 잡지, 만화책들도 구경했다. 그렇게 넓지 않은 공간이긴 하나, 압축된 작품들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옛 잡지들이 그때 그시절의 추억들을 새록 새록 소환했다.
게다가, 이현세 작가님의 4천여권 분량의 만화책을 딥러닝한 AI로봇이 관람객들의 캐리커처도 그려준다. 그림 그리는 동안 주고받는 대화 또한 유창하다.
아~ 한 땀 한 땀 그리며, 지우고, 긴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그리던 그림들을...
이제는 AI가 순식간에 별 고민 없이 그려 주는 시대가 된것이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딜레마도 잠시...다 그렸다고 캐리커처를 건넨다.
완성된 캐리커처를 받아 보니, 딥러닝의 효과인지, 약간 이현세 작가님의 갬성이 느껴지긴 했다.
출처 : 국립중앙 도서관, '이현세의 길 특별전'- 'AI캐리커처'
남편의 꿈은 나중에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슬리퍼 끌고, 동네 만화방으로 출근해서 그곳에서 컵라면 먹어가며 하루 종일 만화를 보다가, 해지면 집에 오는 거라고 종종 이야기한다.
만화를 볼 적마다,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도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만화가 좋아지고 있다.
만화, 웹툰은 추억이고, 행복한 입안 가득 달달한 왕사탕 하나를 품은 느낌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세상에서, 잠시 오래된 그때, 그시절, 아날로그 추억을 되새김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7/31까지 아직 2달여 전시기간이 남았으니, 열혈만화 독자들께선 다녀 오심도 좋으리라.
더불어, 우리 만화계의 걸출한 거장들의 이러한 전시회들이 여러 곳의 무대에서, 자주 만나 볼 수 있기를 바래어 본다.
#K웹툰전설의시작 #이현세특별전 #AI캐리커처 #국립중앙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