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으로 원단을 원하는 디자인으로 입체감 있게 상상해 보니, 꽤 예쁠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 즐겨입는 원피스 스타일로 만들었다. 바느질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었던 때라 시간이 무지 오래 걸렸다. 어떻게 어떻게 한 달여시간이 흘러 완성 됐는데, 대충생각했던 대로 만들어져 마음에 쏘-옥 들었다. 밋밋한네크라인과 소매 부분에 레이스를 달아 디테일을 더했다.
신기한 건 중간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비록 초보라도 어떻게든 옷은 완성되어 진다는 것이다.
이 즈음 내가 좋아하는 임태경 님의 콘서트가 잡혔다. 그래서 이 원피스를 입고 남편과 함께 콘서트를 갔다. 내가 만든 원피스를 입고 콘서트 가서 더 기분이 좋았다. 남편은 이 옷을 옛날에 마시던 '오란씨'음료의 '오란씨 무늬'같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런 듯도 했지만... 아니라고 박박 우겼다.
'아무리 봐도 예쁜 무늬인데!...'
콘서트를 보고 있자니... 감개가 무량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러하듯, 우리의 지난 시간들 속에, 스스로를 위한 시간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 키우는 동안 단둘이 콘서트나 영화를 보러 간 일은 더더욱 없었던 것 같다. 그런 걸 투덜거리거나,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남편은 잘 알고, 고맙게도 티켓팅을 해왔다. 덕분에 임태경 님의 고운 목소리의 노래를 마음껏 듣고 오는 호사를 누렸다.
좋은 취미는 가끔 가정 내 불만을 잠재우기도 한다. 채널 독점권을 갖고 있던 내가 취미로 재봉틀을 하게 되면서, 남편은 TV 리모컨을 독차지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TV도 뒷전이 될 만큼 옷 만들기에 푹 빠져 있던 시절이었으니... TV리모컨이 대수랴! 밤에 자려고 누우면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슴이 설렜다. 오늘 만들던 것을 내일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서 머릿속으로,이래 저래 상상과 고민을 하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