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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화래진 Feb 18. 2022

언제나 내게 상처를 주는 건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희한하게 남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하는 거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 마치 가슴으로는 느끼는 게 많지만 생각나는 건 없습니다. 반대였나? 머리로는 생각나는 게 많지만 가슴으로는 느끼는 것이 없습니다. 무튼 생각도 느낌도 없다는 것이다. 뭐라고 해도 그때뿐이고 눈으로 바닥 무늬를 그리거나 초점을 없애고 내가 잘못한 사실이면 메모해서 수정하고 뒷말이면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근데 가까울수록 작은 말도 되새김질을 하게 된다.


 어느 날은 고등학교 때 친구랑 하교를 하는데 친구가 주변에서 내 험담을 들었다고 말했다. 근데 그 순간 험담을 나눴던 사람이나 내용은 물어볼 생각도 못하고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라고 물었고, 친구는 '그냥, 있었어. 내가 모르는 일일 수도 있잖아.' 라며 내 앞에서 중립을 지켰다. 희한하게 그 대답이 상처가 됐다. 앞에서 그 친구의 욕을 들었다면 난 그냥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은연중에 그 친구가 내 편이 되어 줄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의 말은 별거 아닌데도 여운이 길게 남는다. 내가 아픈 손가락이다, 성격은 누구를 닮았다, 얼굴은 고모를 닮았다(고모 안 좋아한다) 등 가끔씩 나에 대한 소리를 듣는데 가슴에 콕 박힌다. 항상 가족들에게 나를 설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칭찬이던 아니던 내게는 너무 상처가 되기 때문에.


일러스트, 강일구


 친밀할수록 가까울수록 어떻게 그렇게 뾰족하게 말하는지, 내 마음에 갈기갈기 구멍이 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들었다면 흘려 들었을 말들이 내 사람이 되었다는 이유로 더 깊게 찔러온다. 나는 더 방패를 내리고 마음을 여는 동안 사람들은 가깝다는 이유로 더 함부로 말을 하고 애틋한 척 상처 준다. 그럴 때마다 선을 넘게 하지 말아야지, 선을 더 견고하게 그어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가까운 사람을 자꾸 나의 선에서 멀리 두게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너무 가까우면 내가 아플 수 있으니 어떤 말을 해도 넘겨 짚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관계하고 있다. 딱 그 정도, 그 이상의 농담도 선도 넘지 않았으면 한다. 친해진 나를 더 소중히 대해 줄 생각이 없다면 우리는 그 정도가 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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