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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n 06. 2024

베르나르트 하이팅크ㅣ베토벤 교향곡 1-8번

#오늘의선곡


L. v. Beethoven

Symphony No.1

Symphony No.2

Symphony No.3 "Eroica"

Symphony No.4

Symphony No.5

Symphony No.6 "Pastorale"

Symphony No.7

Symphony No.8


Bernard Haitink -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BernardHaitink #Beethoven

#LondonPhilharmonicOrchestra


'기본이란 정의를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하는 지휘자'를 말할 때 "베르나르트 하이팅크"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스탠더드 한 해석'은 작품이 지닌 '고유의 의미'를 깊고 뚜렷하게 부각하여 내재된 본질적 지향점을 음악으로 승화시킨다는 뜻일 테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은 다양한 표현을 중시하는 예술세계에서 최선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 '기본' 위에 연주자 자신만의 음악적 가치관을 투영해 새롭게 탄생시키면 이는 만인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예술가들의 궁극적 목표일 것이다.


거장 하이팅크의 <베토벤 교향곡>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훌륭한 모범답안이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은 따스하면서 강건하다. 명징한 프레이징과 산뜻한 유연성에 융통성을 지녔으며, 그가 구현하는 모든 소리는 매 순간 확고하다.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은 그래서 더 진중하고 깊은 표현으로 다가온다. 반면 <교향곡 5번>은 제법 심플하고 가벼운 느낌이다. 그러나 운명교향곡이 반드시 무거워야 하는 건 아니다. '엑스터시'를 느끼는 순간은 아드레날린 분비가 극대화되는 시점으로 이 시스템은 각자가 느끼는 관점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는 탓에 '전지적 하이팅크 시점'에선 우리가 평소 느끼는 감각 기전의 양상과 사뭇 다르다. <교향곡 6번 "전원">도 바로 그런 경향을 띤다. 나긋하고 평화롭지만 또렷한 시골풍경이 그려지는 맑은 수채화 같은 연주이다. <교향곡 7번>은 자극적인 해석 성향을 보이는 연주가 많지만 하이팅크는 흐름부터 무척 여유롭다. 특히 3악장은 장중하게 전개되면서도 서서히 가속하는 템포의 유연성이 인상적이다. 깔끔한 소릿결은 예외가 없다. 이토록 철저히 이성적인 맹폭도 흔치 않다. 반면 <교향곡 8번>은 정공법의 진수를 선보인다. 강약의 선명한 대비감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유려한 흐름을 잃지 않는다. <교향곡 1, 2번>과 <교향곡 4번>은 하이팅크의 모든 강점이 집약돼 있는 연주이다. 단아하고 깔끔한 흐름은 순간순간 고전과 낭만을 오가는 묘미가 녹아있어 대단히 흥미롭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수많은 굴곡은 있지만 '가까이에서 보이는 비극'이 아니라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명제에 더 와닿아 있다. 거장 하이팅크는 이 세상에 없어도 그가 남긴 음악은 아름다운 소리로 깊은 위로를 전하고 있다. 예술은 작은 부분이 이루어가는 커다란 전체라는 사실을 그의 연주로서 오롯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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