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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n 09. 2024

리카르도 샤이ㅣ베토벤 교향곡 1-4번 外

#오늘의선곡


L. v. Beethoven

Symphony No.1 Op.21

Symphony No.2 Op.36

Symphony No.3 Op.55 "Eroica"

Symphony No.4 Op.60

Overture "The Creatures of Prometheus" Op.43

Overture "Leonore" No.3 Op.72a

Overture "Fidelio" Op.72b


Riccardo Chailly - Leipzig Gewandhausorch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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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ipzigGewandhausorchester


리카르도 샤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사이클은 어느 곡 하나 예외 없이 확고한 해석과 명징한 사운드로 대단히 압도적인 퀄리티를 갖춘 명반이다. 그들 중 일부는 결정반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완벽한 수준을 보여주는데 <베토벤 교향곡 1 & 2번>과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 <레오노레 3번> 서곡을 담은 음원이 대표적이다. 정통 독일 사운드를 표방하는 오케스트라와 이 시대 최고의 지휘자의 만남은 완전하고 절대적인 베토벤을 창조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조합이다. 사활을 걸고 연주에 임하지만 매 순간 여유가 넘치는 이 기막힌 역설은 음악으로 전해지는 카타르시스와 감정이 표출되는 방식을 명쾌하게 증명한다. 이런 이유로 전혀 의도적이거나 계산적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이루어내는 믿기 힘든 마법을 선사한다. <교향곡 2번> '라르게토'의 사랑스러운 주제 선율에 가슴이 들뜨고 3악장, 4악장의 생기발랄함에 뜨거운 쾌감이 밀려온다. 단아하고 깔끔한 실내악적 감성은 없지만 묵직하고 감각적이며 어둡지만 싱그러운 질감은 역설적으로 신비롭다. 최후를 장식하는 <레오노레 3번> 서곡은 결정적 연주의 극치를 보여주며 강렬한 환희를 선사한다. 샤이의 베토벤 교향곡은 독일-이탈리아 감성의 화학적 컬래버레이션으로 모든 요소가 융합적인 시너지를 이룬다.


리카르도 샤이,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은 어떤 음원을 들어봐도 공통된 특징이 있다. 거침없이 정면을 향해 매섭게 질주한다는 점이다. 특히 <베토벤 교향곡 3번>은 리카르도 샤이가 추구하는 베토벤 심포니의 전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표본이다. 1악장 도입부터 시작되는 저돌적이고 파괴적 흐름은 가슴을 후비는 응축된 탄력을 보여준다. 매 순간, 울분을 쏟아내듯 파괴적이고 다이내믹한 소릿결, 폭발적 인토네이션은 장쾌하고 섬세한 해석과 만나 화룡점정을 이룬다. 2악장은 결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템포를 유지하며 시원스럽게 흐른다. 물론 '장송행진곡' 고유의 진중한 깊이감을 간과하지도 않는다. 고전적인 해석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지만 샤이의 직설적인 접근법이 반영된 연주로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보여준다. 3악장부터 4악장 '피날레'에 이어지는 정교하고 상쾌한 쾌속질주는 게반트하우스의 단단한 앙상블이 더해져 고조된 흥분을 뜨거운 환희로 몰아가는 기적 같은 순간들을 선사한다. 4악장이 시작되면 오케스트라는 모든 내면의 에너지를 쏟아낸다. 각 악기마다 적나라한 질감이 살아 숨 쉬는 듯 목관과 현의 파열음이 고막을 자극한다. 전력 질주하는 후반부와 코다는 가히 악마적인 파괴력으로 종결된다.


<베토벤 "피델리오" 서곡>은 맛깔스럽고 다이내믹하다. 보통 실연에서 이 곡을 만나면 언제나 생기 없고 지루한 연주를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에게 그런 요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경험하게 하는 대단히 훌륭한 연주이다.


<베토벤 교향곡 4번> 역시 인상적 연주를 선보이기 가장 어려운 작품이다. 작품이 지닌 독특한 리듬감과 선율미, 그리고 다른 "베토벤 교향곡"과 확연히 구별되는 내면적 성격은 확고한 표정으로 그려내기 쉽지 않다. 예상대로 샤이는 노골적인 정공법으로 승부한다. 1악장은 여리고 느린 서주로, 교묘히 이어지는 반전의 후반부는 극적인 스피드와 앙상블로 효과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2악장은 아름답고 섬세하다. 샤이의 '말러의 아다지오'는 대체로 느린 템포를 구사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베토벤은 오히려 매우 서두르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옳은 선택임을 곧바로 증명한다. 전반적인 흐름의 통일성을 '완서 악장'에서도 유지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명석한 접근이기 때문이다. 3악장의 활기차고 쾌활한 분위기는 그래서 더욱 감각적으로 부각된다. 4악장이 시작되면서 최고조의 폭발력이 재현되고 앞서 <영웅 교향곡>에서도 그러했듯이 그들이 지닌 모든 잠재력을 피날레에 오롯이 쏟아낸다. 그 강력한 힘은 화려한 결말로 승화된다.


베토벤 심포니가 지닌 화력은 분명히 충격적인 요소인데 지휘자의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샤이의 베토벤에 대한 접근은 그야말로 군더더기를 말끔히 제거한 거대한 알맹이 그 자체이다. 필수적인 선율을 전면에 내세우며 속살을 모조리 드러내는 속전속결의 만능 해결사와 같은 연주를 선보인다. 감상자가 이에 동의하건 아니건, 그의 베토벤은 존재의 이유가 분명한 훌륭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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