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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n 16. 2024

임윤찬ㅣ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外

#오늘의선곡

L. v. Beethoven

Piano Concerto No.5 "Emperor" Op.73

ISang Yun

Exemplum in memoriam Kwangju (1981)

S. Barber

Adagio for Strings

F. Mompou

Jeunes filles au jardin No.5 Scenes d'enfants Calme

A. Scriabin

Poeme Op.69/1 "Allegretto"

Feuillet d'album Op.45/1 "Andante piacevole"


Piano/ YunChan Lim


SeokWon Hong

Gwangju Symphony Orchestra


2022 Tongyeong Live Recording


#YunChanLim #Beethoven #ISangYun

#Barber #Mompou #Scriabin

#SeokWonHong #GwangjuSymphonyOrchestra

#임윤찬 #홍석원 #광주시립교향악단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에 빛나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그리고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이 음반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임윤찬의 우승 이후 첫 번째 녹음이라는 부분, 그리고 윤이상의 고향, 통영에서 광주시향의 연주로 <광주여 영원하라>를 담은 음원이기 때문이다. 2년 전 10월, 통영국제음악당 연주회 실황으로 단순히 그날의 공연을 기록한 음반이라는 것을 떠나서 놀라울 정도로 훌륭한 연주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 음원이 지닌 절대적 강점이다.


임윤찬이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도입부 힘찬 서주는 강렬한 전율로 시작된다. 온몸을 휘감는 뜨거운 총주는 차마 광주시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리를 뿜어낸다. 그들에 대한 불가항력적 의심은 불과 첫 음이 사라지기도 전에 확고한 믿음으로 전환된다. 세계적인 일급 악단의 연주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그들의 소릿결과 강인한 앙상블은 놀라움을 넘어 황홀함을 안긴다. '정말 이 연주가 광주시향 맞느냐!' 하는 논란을 불러올 것처럼 상상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임윤찬의 불꽃 튀는 폭발적 타건은 우리가 이미 목격했고 알고 있던 그 절대적인 확신을 더욱 굳건하게 한다.


횃불처럼 타오르는 강렬하고 전투적인 접근방식은 오케스트라 총주를 완벽하게 압도한다. 전쟁처럼 치열했던 1악장, 그리고 이어지는 2악장, '아다지오'는 젊음의 혈기로 가득한 임윤찬의 잠재적인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다지오'로 꼽기에 손색없는 지극히 낭만적인 선율을 상당히 빠른 흐름과 큰 호흡으로 한순간에 해치워버리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 또한 대단히 신선하다. 어린 나이가 무색하게 그의 손끝에 퍼지는 깊고 그윽한 음의 향연은 도무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삶의 시간이 녹아있다. 전반 악장에서 보여준 뜨거운 열기와 완벽히 상반된 감성으로 음악과 하나 되어 재탄생하는 그를 목격하는 순간, 그야말로 전율과 환희가 찾아온다. 힘찬 패기와 명징한 파워의 3악장은 임윤찬 고유의 특징이 오롯이 드러나는 탁월한 감각이 돋보인다. 소홀한 음을 인정하지 않는 명확한 타건과 울림은 임윤찬의 장점이다. 더불어 광주시향을 이끄는 홍석원의 리드는 탁월함을 넘어 굉장한 음악적 융합을 이뤄낸다. 아직 절대 명반이 존재하지 않는 이 작품에 당당히 최상위의 위치에 오를만한 음반으로 손색이 없다.


<윤이상 "광주여 영원히">는 광주시향만의 자부심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어쩌면 그들은 가장 '광주다운' 연주를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악단일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교향악축제'에서 지휘자 홍석원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 "1905년">을 통해서도 증명했던 탄탄한 해석과 명쾌한 충격은 이 음원에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1980년 5월, 민중의 피로 물든 비극의 광주가 눈앞에 그려지듯 불안하고 파괴적인 선율과 민중의 한(恨)이  서린 어둡고 무거운 잿빛 분위기는 그날의 공포와 아픔을 가슴속에 묻은 광주의 분노와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의 2악장 '피의 일요일'에서 보듯 윤이상의 '광주의 외침'은 처절하게 울부짖는다. 작품의 세부를 완벽히 이해하는, 경험이 풍부한 단원들과 지휘자의 확고하며 맹렬한 통제력은 이보다 좋은 연주를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라 단정 짓게 한다. 코다의 거대한 총주는 충격적인 여운을 남기며 뜨겁게 마무리된다.


<새뮤얼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베트남 전쟁의 비극을 그려낸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플래툰(Platoon, 1986)"에 삽입되어 세상에 알려진 곡이다. "광주여 영원히" 이후 통렬한 고통을 비극적 선율로 녹여낸 장엄한 현악 앙상블의 대향연은 깊은 위로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비록 불행한 과거는 지워지지 않는 쓰라린 상처로 남아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비극적 역사의 참상을 또렷이 기억하고 살아남은 자들을 한껏 보듬어 음악이 마음의 위안과 평화로 승화되기를 바랄 뿐이다.


후반부는 임윤찬의 앙코르 연주인 <몸포우 "정원의 소녀들">, <스크리아빈 2개의 시곡 1번 & 음악 수첩> 등, 피아노 소품이 수록되어 있다. 멜랑콜리하며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작품들로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지닌 임윤찬 음악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하고 소중한 트랙이다. 그가 선사할 미래의 찬란한 여정을 언제나 기대하고 응원한다. 그가 진정한 음악의 거장으로 우뚝 서는 그날이 머지않았음을 모두가 예감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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