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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원-부산시향ㅣ말러 교향곡 2번 (12.20)

by Karajan

#공연리뷰


홍석원-부산시립교향악단ㅣ정기연주회 "Auferstehung"


12.20(금) / 19:30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소프라노/ 박소영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부산시립합창단

울산시립합창단


지휘/ 홍석원

연주/ 부산시립교향악단


G. 말러ㅣ교향곡 2번 "부활"

G. MahlerㅣSymphony No.2 "Resurrection"


#박소영 #양송미 #부산시립합창단 #울산시립합창단

#홍석원 #부산시립교향악단 #말러 #Mahler


광주시향 음악감독이었던 지휘자 홍석원이 부산시향으로 깜짝 이적했다. 그를 실연으로 만나고자 광주행을 계획했다가 그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좌절됐던 기억이 있기에 오늘의 부산시향 연주회는 그와의 첫 만남이 됐다. 우연인 듯 필연으로 전주시향 공연에 이어 이틀 연속 <말러 교향곡 2번>을 실연으로 만나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은 어제와 완전히 다른 육감적인 질감으로 가득한 진득진득한 연주였다. 마치 홍석원 지휘자가 부산시향 단원들 전체의 멱살을 잡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어가는 형국이었다. 아직 홍석원의 지휘 스타일에 온전히 녹아든 상황이 아니어서 시향 단원들이 끌려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주의 매 순간마다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한편으론 안쓰럽지만 결론적으론 대단한 열연이었다.


지휘자 홍석원의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열정적 지휘를 눈앞에서 확인하니 과연 그가 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지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1악장 도입부터 강렬한 현의 트레몰로가 이 순간, 말러가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지 가늠이 되는 지표였다. 그러나 지휘자 해석의 방향과 별개로 부산시향의 앙상블과 사운드는 다소 낡고 거친 질감이었고 홍석원의 흐름대로 가려면 시간의 오랜 담금질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게다가 템포 루바토의 사용 방식이 쫀득한 밀당의 전형이어서 그리 유연하지 못한 시향의 앙상블은 종종 그렇게 매끄럽지 못한 이음새를 드러내곤 했다. 균형감이 무너질 듯한 위태로운 순간은 없었지만 방향을 잃은 긴장감은 곳곳에서 느껴졌다. 2악장 '피치카토'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주자들이 기타처럼 안고 연주해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루체른 페스티벌 실황공연을 참고한 듯했다. 두 독창자를 무대 안쪽에 나란히 세운 것 또한 그랬으며 종의 배치 또한 그랬다. 3악장은 이전 악장까지 유지하던 팽팽한 긴장감이 다소 풀린 듯했는데 집중력이 유지되지 않으면 앙상블이 무너지기 쉬운 부분이라는 걸 어제와 오늘 실연을 통해 깨닫게 된 부분이다. 특히 채를 치는 템포와 전체 앙상블 사이의 간극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위태롭게 분리되었다. 악장 솔로와 연결되는 순간도 미묘한 시간차 공격이 생기며 아쉬움을 남겼다. 4악장 'Urlicht'를 부르는 메조소프라노 양송미의 두터운 가창은 홀 사운드의 건조함과 부르는 위치 때문이었는지 맑게 들려오지 않았다. 어제의 김선정과 비교해 목소리 톤이 확연히 달랐기에 전해지는 감성도 사뭇 달랐다. 5악장 피날레는 통렬한 총주로 충격적인 대폭발이 시작됐다. 마지막을 향해 달리는 그들에게 초반부에 보여줬던 집중력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악장을 마칠 때마다 연신 땀을 닦아내던 지휘자 홍석원은 쓰러질 듯이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지칠 법도 했지만 다시 힘을 내며 최후의 일전을 준비했다. 사실 지휘자에게 멱살 잡혀 끌려가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으나 난잡한 앙상블도 확실히 정돈된 느낌이었고 총주를 뚫고 나오는 소프라노 박소영은 고혹적이었다. '광야의 팡파르'가 무대 뒤에서 들려오고 부산, 울산시립 연합합창단의 중후한 목소리가 전율적인 음성을 뿜어냈다. 부산문화회관의 극악의 건조함은 그들이 내뿜는 청명한 소릿결을 통해 우리가 <말러 교향곡 2번>으로 경험하게 되는 '성령강림'의 이상향을 경험할 수 있었다. 코다는 과도하게 울리는 종소리가 균형감을 떨어뜨렸으나 웅장하고 장쾌한 피날레로 80여 분의 대장정을 뜨겁게 마무리지었다.


어둠과 고통에서 환희와 광명으로...


"말러 교향곡"은 어쩌면 이 한 줄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말러의 결론은 결국 '죽음과 고통이며 그 이후의 삶과 이상적인 세계로의 갈망'이다. 그래서 말러 교향곡을 들으면 순수음악적 예술에서 더 나아가 삶을 통찰하게 되는 쾌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부활 교향곡"에서 노래하는 모든 것도 바로 이런 명제 하에 놓여있다. 오늘 연주는 나에게 지휘자 홍석원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순간임과 동시에 진폭이 강한 드라마틱한 말러를 실로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바로 전날 있었던 전주시향 공연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연주였기에 지휘자 홍석원의 존재감이 그만큼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어느 쪽도 완전한 연주는 아니었지만 이토록 다른 시각의 접근법이 공존한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도 있었다. 옳고 그름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다를 뿐이다. 그러나 '말러의 이상향'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 시도가 연주자나 감상자 모두에게 새로운 목표와 삶의 돌파구가 되기 때문이다. 홍석원과 부산시향의 시작이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것이다. 내년 상반기 프로그램도 대단히 의욕적인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어 매회 부산을 찾아야만 하는 당위성을 제시한다. 다시 그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 부산으로 달려올 것이다. 오늘 "부활 교향곡"을 통해 부산시향의 부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여느 때보다 힘겨운 리허설 과정을 겪었을 것이기에 그들에게 감동적인 연주 이상의 감사와 위로를 전한다.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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