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에서
시작은 설레고, 끝은 그리운...
시작은 설레고, 끝은 그리운.... 그런 여행을 떠나왔던 시간은 마음에 깊은 발자국을 남긴다. 세상은 어느새 ‘내가 반영하는 거울’ 이 되어 여행자의 길을 밝게 비춘다. 우리는 갑갑한 건물 안이 아니라 확 트인 파란 하늘 아래서 가장 ‘자기 다움’을 되찾는다. 어떤 의미에서 인생은 여행과 참 닮아있다. 현재 머무는 장소에서도 쉼과 활력을 얻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또한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여행지가 될 것이다.
그래도 굳이 때가 되면 28인치 오렌지색 여행 짐을 주섬주섬 다시 싸는 이유는 다른 장소, 다른 시간, 다른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 여행 전과 여행 후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 있으므로....
프랑스 파리에서 370km나 떨어진
생말로 만 연안에 화강암으로 우뚝 솟은 바위섬 Mon Sain-Michel 몽생미셸로 가자!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바위섬, 그 꼭대기에 세워진 고요한 수도원 하나. 몽생미셸. 한국에서는 모항공사의 CF로 오래전에 유명세를 탔고, 어둠 속에 빛나는 야경이 아름답고 황홀해 세계인들의 버킷리스트 여행지중에 하나가 되었다. 연안 목초지에서 평화로이 풀을 뜯는 양 떼들. 섬으로 들어가기 전 라 페름 생미셸에서 염초를 먹고 자란 어린 양고기 프레 살레를 추천한다.
몽생미셸 마을에서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
La grande rue (프랑스어로 넓은 길이란 뜻)의 굽이굽이 좁은 길을 걸으니 상점마다 예쁜 간판들이 눈에 쏙 들어온다.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오믈렛 레스토랑 라 메르 폴라르 La Mere Poulard에 멈춰 서서 하얀 앞치마를 두른 어여쁜 여인은 찾아봤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아기자기 운치 있는 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순례자를 의미하는 Au Pelerin 간판이 유독 눈에 띈다. 그 옛날 중세의 순례자들은 무엇을 찾아 이 멀고 험한 곳까지 다 다르게 되었을까! 길을 떠나는 자의 용기에 난 항상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부엔 까미노. Buen Camino!
부엔 까미노. Buen Camino! 스페인어로 "좋은 여행이 되길", "당신의 앞길에 행운을"이란 뜻인데, 산티아고 순례자들의 따듯한 인사말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도 각자의 인생을 걷는 순례자이기에 그 길 위에서 겸손한 마음과 사랑을 배우자!
몽생미셸은 프랑스어로 산을 의미하는 Mont과 대천사장 생미셸 Saint-Michel이 합쳐진 말로 ‘바위산 위에 세운 성 미카엘 성당’을 의미한다. 성당이 처음 세워진 것은 708년. 그 탄생 스토리가 참 흥미롭다. 어느 날 오베르 주교의 꿈에 대천사장 미카엘이 나타나 성당 건축을 지시한다. 처음 한 두 번은 주교가 대수롭지 않게 성당 건축을 거부한다. 세 번째 화가 난 생 미카엘이 손가락으로 주교의 두개골을 쳐 구멍을 낸다. 그때서야 주교는 미카엘의 분부대로 성당 건축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기도소 정도였던 몽생미셸이었지만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의 회랑이 더해지면서 천년의 수도원 건축사를 자랑하는 세계적 명소가 되었다. 영국과의 백년전쟁 때는 군사기지로, 프랑스 대혁명기에는 교도소로도 사용된 몽생미셸은 세계 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그 장엄한 역사와 아우라를 뿜어낸다.
수도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중세부터 순례자들에게는 인기 있는 성지였고, 천년의 시간 동안 겹겹이 전쟁과 세월의 파고를 묵묵히 견뎌온 신비로운 섬. 돌 하나하나 쌓아 올린 그 겹겹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 곳을 거쳐간 수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에 대한 경외심이 생겨났다.
천사의 발아래, 신기루처럼 떠있는
몽생미셸에서
노르망디의 시원한 바닷바람과 강렬한 5월의 태양이 내 세포 마디마디에 깊은 호흡을 불어넣는다.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떠나온 보람이 있다. 천년의 기억, 천사의 발아래, 이 아름다운 몽생미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