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어느 멋진 날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바르셀로나, 가우디, 그리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매일아침 가우디의 건축을 숨쉬듯 보고 싶었다. 건축은 공간을 다루는 예술이라고 했으니, 가우디가 평생을 꿈꿔왔던 공간을 온전히 누리자 마음먹었다. 바르셀로나 파세오 데 그라시아 거리 43번지, ‘바트요씨의 집’인 카사 바트요 앞에 비싼 숙소를 잡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스페인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아침 일찍.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로 향했다. 그날이 주일 아침이어서 혹시나 운이 아주좋아 인터내셔널 워십에도 참여할 수 있을까, 내심 기대감을 품었다.
어떤 건축물은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 또 어떤 건축물은 실물보다 전설이 나아서 상상속에 남겨두는 것이 좋다. 그런데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 전설, 실물, 그리고 상상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한마디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건축물이니까. 그래서 내 짧은 표현력으로는 대명사 ’가우디스럽다’라는 말로 표현하는게 최선처럼 느껴진다.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 1852~1926)
가우디는 평범한 직선에는 관심이 없던 건축가였다. 그는 ‘선을 긋는’ 대신 ‘자연을 닮는’ 건축을 했다. 하늘로 솟은 나무, 바닷속 산호, 동물의 척추 — 그의 건물은 대칭보단 생명력을 따라 설계되었다. 그의 건축 양식은 흔히 ‘모더니즘’ 혹은 ‘가우디주의’라 불리지만, 사실 한 장르로 규정하기 힘들다. 그는 곡선을 사랑했고, 건물에 타일을 깨서 붙였으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마저 계산했다. 그에게 건축은 “기술”보다 “자연에의 헌사”였다. 그의 유니크함이 놀랍고 신선하다.
Originality consists of returning to the origin.
독창성이란, 본질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가우디는 진정한 창조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연과 진리, 본질로의 회귀라고 보았다. 그래서 그의 건축엔 언제나 ‘자연’이 녹아 있다. 곡선, 나뭇잎, 바위, 빛처럼. 바로 그의 건축이 위대한 이유다. 우리는 세상의 수 많은 예술가만큼 다른 세상을 보고,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수 만큼 다채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결국, 세상은 우리가 얼마나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법이니까! 나는 그런 관점을 계속 배우고 확장해가고 싶다.
직선은 인간의 선, 곡선은 신의 선
사그라다 파밀리아
인간이 만든 동굴성당, 기괴하고 아름다운 이 성당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이 떡! 벌어질 것이다. 와! 이게 뭐지! 말로 뭐라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환상적인 건축은 실제이고, 아직도 진행중이며, 완공 예정은 2026년 – 가우디 서거 100주기다.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ília), 직역하면 ‘성 가족 성당’이다. 1882년에 착공했지만, 가우디가 설계를 맡은 건 1년 뒤였다. 그 후 그는 이 건축에 40여 년을 바쳤고, 말년엔 성당 지하에 살며 오직 이 건축에 몰두했다. 언젠가 가우디 일화를 읽다가 그의 죽음이 꽤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가우디는 70대의 노년의 나이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공사장 근처에서 산책을 하던 중, 트램사고를 당했다. 당시 그는 허름한 옷차림에 신분증도 없었기 때문에 노숙자로 오해받았고, 병원에서도 한참 동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사흘 뒤, 그는 결국 숨을 거두었고 그제야 그가 안토니 가우디임이 밝혀졌다. 가우디는 무슨 운명의 장난처럼 성당 앞에서 전차 사고로 비명횡사했다. 그의 죽음은 비극이었지만 누가 뭐래도 안토니 가우디는 이 끝나지 않는 위대한 건축물의 설계자이자, 예술가이자, 순례자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축양식은 중세 고딕 양식을 바탕으로 하면서, 자연에서 영감을 접목한 ‘가우디 고딕’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정형성 대신 파동처럼 꿈틀거리는 곡선, 기둥이 아닌 나무처럼 솟은 구조, 그리고 빛이 스며드는 스테인드글라스는 가톨릭 숭배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자연과 시간에 경외를 표하는 성소에 가깝다.
건축의 상징들
가우디 성당 정면 파사드 3개의 장엄한 스토리. 예수의 탄생, 수난, 영광의 이야기
탄생의 파사드(Nativity Façade): 가우디 생전에 만들어졌고, 가장 섬세하고 생명력이 느껴진다.
수난의 파사드(Passion Façade): 예수의 고통을 표현한 강렬하고 단순한 디자인이다.
영광의 파사드(Glory Façade): 아직 완공되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 정면이 될 계획이다.
18개의 첨탑은 예수, 마리아, 12사도, 4복음서 저자 상징한다. 숲을 닮은 내부를 보면 기둥은 나무, 천장은 하늘. 기도는 결국 자연으로 연결된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정적이 흐르는 숲 속에 홀로 선 느낌이다. 사진으로 보면 거대한 성채 같지만, 안에 들어서면 마치 자연의 일부가 된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순간 말문이 막히는 이유는 감탄보다 겸손이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하루 내내 찬란하게 변한다. 아침엔 차분한 파란빛이, 오후엔 장엄한 금빛이 흘러들어온다. 천재 가우디는 빛조차 설계했다. 마치 하루의 시간이 건물을 통과하면서 천상의 하모니를 연주하는 느낌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여행의 절정은, 햇살이 물든 스테인글라스 앞에 멈춰선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런 인생의 모먼트를 맞이하기위해 그렇게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았나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200% 즐기기 꿀팁!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온라인 사전 예약 필수다. 현장 구매는 거의 불가능하다. 운이 좋으면 주일에 인터내셔널 워십에 참여도 할 수 있다. 오전 9시 1등으로 입장을 추천한다. 그나마 관광객이 적고, 햇빛이 가장 맑게 들어오니까! 탑 입장 포함 티켓을 사면, 성당 위쪽에서 바르셀로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단, 엘리베이터로 올라가고, 계단으로 내려오니 무릎 주의는 필수사항^^)
사진 스폿은 사그라다 파밀라아 성당 앞의 작은 공원 호수 앞을 강추한다.
우리 모두는 아직 ‘미완’인 각자의 인생이라는 건축물을 짓고 있는 중이다. 가우디는 살아생전
이 성당은 내 것이 아니라, 시간이 완성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어떤 면에서 우리 자신과도 닮아 있다. 아직 다 완성되지 않았고, 여전히 공사 중이며, 때로는 방향을 수정해야 하고,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매일 한 조각씩 정성스럽게 쌓아간다면, 언젠가는 우리만의 첨탑도 완성될 날이 있겠지. 그게 삶이 아닐까? 미완의 아름다움 말이다.
완성보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일이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가우디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위대한 설계도일지 모르겠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마주한 이 하루는, 내 인생 챕터에서 오래도록 빛날 멋진 한 장면을 선물해줬다. 그래서 참 고마운 하루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