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당신이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 있든,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보세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 위에는,
담담히 견뎌낸 날들과 빛나게 기억될 순간들이
고요히 쌓여 있습니다. 그 길이 바로
당신의 아름다운 여정입니다.
오늘은 지금까지 걸어온 그 길을
감사해 볼까요.
여행의 시작은 늘 설레고, 끝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남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시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마음속에 남은 발자국이 되어, 오래도록 삶을 비추는 기억이 됩니다. 여행은 결국 나를 다시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니까요.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낯선 풍경을 보지만,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의 자신과 마주합니다.
몽생미셸
바다 위의 천년 성, 인간의 순례
어떤 의미에서 인생은 여행과 참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도 말합니다. 사실 지금 머무는 자리가 어디든, 그곳에서 쉼과 활력을 찾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낼 수 있다면, 이미 그곳은 훌륭한 여행지입니다. 그래도 굳이 때가 되면 28인치 오렌지색 여행 짐을 주섬주섬 다시 싸는 이유는 다른 장소, 다른 시간, 다른 사람들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행 전과 여행 후의 나는 분명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으니까요.
전설과 신화의 섬
파리에서 370km 떨어진 노르망디 연안, 생말로 만 위에 서 있는 바위섬. 바로 몽생미셸입니다. 파리에서 출발해 차를 타고 달려가면, 바닷가 지평선 너머로 서서히 성의 탑이 솟아오릅니다. 가까워질수록 이곳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전설과 신화가 뒤엉킨 이야기책처럼 느껴집니다.
Mont는 산, Saint-Michel은 대천사 미카엘. 곧 “성 미카엘의 산.” 그 시작은 8세기, 오베르 주교의 꿈에서 비롯됩니다. 세 번이나 나타난 대천사 미카엘이 성당 건축을 명했으나, 주교는 망설였습니다. 결국 천사가 손가락으로 그의 두개골을 눌러 자국을 남겼다는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집니다. 인간은 늘 주저하지만, 역사는 결국 믿음과 용기 위에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몽쉘통통이 생각나는, 몽생미셸은 이름부터가 참 상징적이죠^^ 프랑스어 Mont (산)와 Saint-Michel (성 미카엘)이 합쳐져 “성 미카엘의 산”을 뜻합니다. 그 시작은 8세기, 오베르 주교의 꿈에서 비롯됩니다. 세 번이나 나타난 대천사 미카엘이 성당 건축을 명했으나, 주교는 망설였습니다. 결국 천사가 손가락으로 그의 두개골을 눌러 자국을 남겼다는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집니다. 인간은 늘 주저하지만, 역사는 결국 믿음과 용기 위에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그 순간부터 이 섬은 인간의 주저함과 믿음, 현실과 신화의 경계가 되었습니다.
천년의 흔적
작은 기도소로 시작한 몽생미셸은 세월을 거듭하며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이 덧입혀졌습니다. 건물은 수직으로 치솟았고, 회랑은 구름처럼 이어졌습니다. 수도원의 천년은 단순한 건축의 역사가 아니라, 돌마다 새겨진 인간의 발걸음과 신앙의 기록입니다.
중세의 순례자들은 밀물과 썰물의 위험을 감수하고 갯벌을 건넜습니다. 이 섬에 닿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발걸음은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삶을 건 길”이었습니다. 순례의 땀과 두려움이 돌바닥에 스며, 지금도 그 무게가 느껴집니다.
백년전쟁 때 몽생미셸은 영국군의 공격에도 굳건히 버텼습니다. ‘작지만 무너지지 않는 요새’라는 별칭은 여기서 비롯되었습니다. 반면, 프랑스혁명 이후에는 감옥으로 쓰이며 신음과 고통의 장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빛과 어둠, 기도와 절망. 몽생미셸은 천년의 시간 동안 인간 역사의 모든 얼굴을 겪었습니다.
여행자의 발걸음
오늘날의 몽생미셸은 세계 문화유산이자 전 세계 여행자의 버킷리스트입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이미지 뒤에는 여전히 오래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골목을 걷다 보면 순례자를 뜻하는 간판 Au Pelerin이 보입니다. 그 옛날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순례자들의 그림자가 겹쳐집니다.
길 위에서 나는 늘 같은 질문을 합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걷는가?” 그 질문은 곧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물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Buen Camino!
좋은 길을 걷기를!
여행자는 결국 순례자입니다. 각자의 인생길을 걷는 도중, 겸손을 배우고 사랑을 배우며, 바람과 햇살 속에서 삶을 다시 붙잡습니다. 산티아고의 인사말, “Buen Camino!” (좋은 길을 걷기를!)은 몽생미셸에도 울려 퍼집니다.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
몽생미셸은 단순히 옛 건축물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섬 아래에는 작은 마을이 있고, 골목마다 가게와 식당이 이어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곳은 라 메르 풀라르(La Mère Poulard)입니다. 1888년부터 순례자들에게 부드러운 오믈렛을 내어온 이 집은, 지금도 몽생미셸의 별미로 사랑받습니다. 순례자의 허기를 달래던 한 그릇의 음식이, 오늘날에는 세계인의 추억이 된 것입니다.
연안 목초지에서 풀을 뜯는 양 떼들과, 프레 살레 양고기의 풍미. 바다와 초원, 인간의 노동이 어우러진 풍경은, “여행은 미각의 순례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인생이라는 순례
몽생미셸의 역사는 단순한 건축 연대기, 관광지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걸어왔는지 보여주는 순례의 연대기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걷는 일은 곧 삶의 본질을 더듬는 일이 됩니다. 신의 부름, 순례자의 발걸음, 전쟁의 저항, 혁명의 고통, 그리고 오늘의 여행자. 모두가 이 섬 위에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며 느낍니다. 인생도 이와 같다는 것을. 믿음과 주저함, 빛과 어둠, 절망과 희망이 모두 겹겹이 쌓여 하나의 삶을 이룹니다. 노르망디의 바람은 귓가에 속삭입니다.
여행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길의 시작이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새로워집니다. 천년의 기억과 바람 속에서, 오늘의 나는 또 다른 내일을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