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어제오늘 낮 최고 37도의 폭염이다. 더위에 며칠 한강을 못 나가고 집 근처 카페로 가서 아내와 시간을
보낸다. 오늘도 오전에 아내와 집 근처 사거리 크레스타운으로 걸어가는데 더위에 숨이 막혀왔다.
뜨거운 햇볕과 습한 공기를 참고 걷다가 시원한 카페에 들어서니 왠지 더 즐겁다. 주문을 아내에게
맡기고 당당히 카운터를 지나쳐 전망 좋은 우리 지정석 자리로 올라간다.
아내는 공부를 하고 나는 에어팟을 끼고 유튜브를 봤다. 가끔씩 수다를 떨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서
이글거리는 창 밖을 보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이 몰려오고 다시 빠질 때쯤 우리도
카페를 나섰다. 또 한번 숨 막히는 더위를 참으며 집으로 걸어왔다. 집에 들어서마자 에어컨을 켜며 우리 집이 최고라며 호들갑을 떤다. 고생스러운 휴가라도 다녀온 것처럼 폭염이 일상을 더 감사하게 한다.
아내가 여름휴가 계획을 짜라고 한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여름휴가를 다녔는데 이제는 여름휴가를 따로
가지 않는다. 한산한 계절에 아내와 여행을 가고 여름휴가철에는 당일치기 카페 여행을 다닌다. 올해도 김포, 남양주, 용인 쪽 대형 카페들과 맛집을 찾아볼 계획이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 모임도 뜸해져 아내와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아내와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하고 즐거우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갈수록 모든 환경과 생활들이 팍팍해지는 것 같다. 뭣하나 우리 맘에 드는 것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게 된다.
무엇도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미래와 현실 속에서, 같이 있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다면 축복이다.
그 사람이 내 배우자일 수만 있다면 더 이상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폭염 같은 우리 인생 속에서
여름휴가 같은 아내와 살 수 있어 감사한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