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어제는 내 vip 고객인 4명의 여자들을 모두 픽업하는 날이었다.
정오에 삼성동 어머님을 모시고 순천향병원 심장내과를 4개월 만에 갔다. 봄에 예약할 때는 그날이 올까
싶었는데 정말 빨리 온다. 피검사와 심전도 검사까지 있는 날이어서 진료시간 보다 2시간 먼저 가야 했다.
3년 전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수술 이후 어머님을 계속 모시고 다닌다. 어머님이 뜬금없이 병원비와 약값
50만 원을 주겠다며 가다가 압구정 함흥냉면을 들리자고 하셨다.
아흔을 바라보는 어머님은 자식들에게 다 퍼주고도 조금의 신세도 미안해하신다. 그렇게 주고도 당당하지
못한 어머님을 보면 못된 버릇이 올라와 괜찮다며 짜증을 내고야 말았다. 하필 어제 아내가 두 달간 준비한
찬양페스티벌 대회여서 리허설에 데려다줘야 했다. 시간이 빠듯해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는데 가능할 것
같았다. 기다리라는 톡을 남기고 한남대교를 달려와 아내를 데려다주고 어머니와 함흥냉면집을 갔다.
냉면을 먹으며 엄마만 내 짜증을 받아 줘 아직도 내가 그런다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다.
더 있다 가라는 어머니를 내려 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있다 7시경 두 딸들을 태우고 교회로
출발했다. 조금 일찍 도착한 김에 구경도 하고 포토존 사진도 찍자고 하니 시니컬한 큰 딸이 정색을 한다.
내가 어머님을 대하듯 내 자녀들을 통해서 똑같이 돌려받게 됨을 깨닫게 된다. 급체했다는 아내 톡을 받고
걱정했는데 아내는 무대에서 밝은 얼굴로 무사히 경연을 끝냈다. 최종 2위를 한 후 순원들과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눈치 백 단의 경집사님이 우리 가족을 불러 세웠다.
예배당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으라며 상장과 트로피를 아내와 딸 손에 쥐여줬다.
아내는 오늘 회사 시험에서 실수로 한 문제를 틀려 몹시 낙심한 상태로, 리허설 중 단원들 커피를 쏘겠다며
힘들게 배민을 시키다 급체를 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내색 없이 우리를 반갑게 맞으며 주변을 챙기는 아내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내와 잠자리에 들어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니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 위로를
드린다. 이 네 명의 여자와 매일 찬양하고 축제처럼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