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지난번 "아내의 퇴사"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더니, 이틀 동안 조회수가 3000회가 넘어 깜짝 놀랐다.
보통 하루에 100회 정도 조회수였기에, 뭔 일인가 싶어 유입경로를 보아도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비슷한 제목을 달고, 이번 아내의 퇴사 여행을 간추려 본다.
아내가 일을 시작하고 자주 동해 쪽으로 여행을 갔다. 보통 주말을 껴서, 명소들은 사람들이 많아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이번엔 달랐다. 전망 좋은 카페들의 창가 자리도 여유롭게 잡을 수 있었다.
낙산비치호텔 해수욕장뷰도 좋았고, 속초 P.E.I카페 바다뷰, 시드누아카페 울산바위와 칠성조선소카페
청초호 전망도 괜찮았다. 평일이라 한가하게 좋은 자리에 앉아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관광지 낙산바다회마을은 별로였고, 바람꽃해녀마을 성게비빔밥과 성게 미역국이 맛있었다.
카페, 숙소, 낙산사 모두 한 번씩 가봤던 곳이라 추억들이 살아났다. 경험은 역시 첫 경험이 임팩트가
강함을 확인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지도 모른다.
아내와 여행을 가면 무엇을 보고 먹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맛있는 음식은 여행을 더 즐겁게 하지만,
여행을 떠나왔다는 것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동네 카페를 다니는 이유도 그렇다.
매일 함께 있으면서, 구태여 왜 카페를 가냐고 사람들이 묻는다. 용건과 커피 맛은 플러스 요인에 지나지
않는다. 아내와 함께 카페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다. 오가는 차에서 음악을 듣고,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 아내의 배려 깊은 행동들을 느끼며 행복해지는 것이다.
잘 때 얼굴에 앰플을 발라주고, 욕조에 물을 받아 등을 밀어주고, 음식이 별로여도 그 자리를 즐기며,
코스를 와리가리해도 좋아라 해주고, 작은 털목도리를 준비해 찬바람을 막아주고,
지루할 땐 재잘거리고 아니면 내버려 두고, 언제나 내가 가장 부담 없어할 선택을 해주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아내와의 여행은 항상 좋은 추억으로 남겨진다.
다음 여행은 아내가 또 가고 싶다는 담양 벽오동 보리밥집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