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백수 일기
오늘은 역삼동 노보텔 앰배서더에 교회 장로님 둘째 딸 결혼식을 다녀왔다.
작년에 우리 교구장님으로 오셔서, 최근 우리 부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터라 아내와 함께 갔다.
딸만 셋인 것도 오늘 처음 알았고, 큰 딸은 내년 결혼을 한다고 한다. 한 교회의 장로와 권사 부부로
산다는 것이 자식들에게 얼마나 큰 축복이 되는 일인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장로님이 전한 축사가 감동적이고 유쾌해, 인사를 나누며 원고를 받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
때론 눈치 없어 보이던 장로님이지만, 자녀들 얼굴에서 얼마나 깊은 사랑과 인내의 삶을 사셨는지 전해졌다.
요즘 결혼식장을 가면 남일 같지 않다. 과연 우리 딸들도 저런 날이 올까 하는 부러움 때문이다.
우리 딸들은 연애도 관심 없고, 아내도 혼자 사는 것도 괜찮다며 결혼이 필수는 아니라고 동조한다.
아내도 나처럼 가정이 행복의 원천이라 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어쩌면 나만 결혼 수혜자로 살아왔고,
아내는 아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테이블이 화기애애할 수 있었던 건, 교구 에클레시아 중창 단원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아내도 매주 연습을 나가 불만이었는데, 우리 집에서 김장을 함께 해서인지 다들 정겹게 느껴졌다.
예식장을 나와 차려입은 옷이 아깝다며 카페에 갔다 집에 오니 거실에서 아이들이 반겼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큰 애가 결혼할 땐 기쁠 것 같고, 막내가 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하자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언제나 큰 아이는 자신이 결혼할 일은 없을 거라 장담한다.
이제 나도 아이들에 대한 조바심을 내려놔야 할 것 같다. 내 입장에서 결혼이 좋았으니 꼭 하라고 말이다.
마치 아이들 고등학교 때 공부 안한다며 속으로 안타까워하던 모습을 반복하는 것 같다.
그때도 아내는 아이들 입장에서 모든 상황을 열어두고 사랑만 주며 기다려 주었을 뿐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내처럼 아이들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들 보단, 아빠와 남편의 모습에 조바심을 내면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