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 2019년 10월 18일
오늘은 아내가 영화를 보자고 하여 코엑스에서 보통의 연예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당황스러울 만큼 재미가 없었다. 영화를 보고 집에 왔다가 7시경 친구들 모임에 갔다. 대학 동창들 모임인데 대학 졸업 후에 뜸하다가 최근에 자주 보게 되었다. 밥 먹고 수다 떨며 포커를 치다가 끝나면 절반은 돌려줘 아무런 부담이 없다.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절친들 모임이어서 아내도 크게 말리지는 않았다.
늦어도 새벽 1시경에 파하는데 그날은 너무 늦어졌고, 친구가 사우나에 같이 가자는 바람에 따라가게 되었다. 아내에게 싸우나 왔다는 카톡을 남긴 후 잠깐 자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규은이 오전에 학원 데려다줘야 한다는 톡이 와있어 서둘러 집으로 왔다. 외박을 하고 돌아오니 아내는 차를 가져간 나를 탓하며 다시는 차를 가져가지 말라고 바가지를 긁었다. 사실 규은이 학원은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카톡 확인 못한 나를 꼬투리 잡아 힘들게 하려는 것 같아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자신도 금요일 저녁 내가 나간 후 명동에서 친구를 만나 새벽 늦게까지 놀다 온 것이었다. 그런 반전을 덮으려는 듯 나에게 더 화를 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억울하고 화도 났지만 여기서 내 주장을 다하면 싸움만 커질 뿐, 아무런 득이 없음을 잘 아는지라 참아야 했다. 싸움에서 지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위한 최선의 대처임을 되뇌었다. 설령 아내가 새벽 늦게까지 술을 먹고 들어왔다 할지라도, 그것으로 아내도 스트레스를 풀었다면 구태여 막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친구들 만나 카드게임을 하면서 재충전을 하듯이 말이다.
가정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는 한 적당한 일탈은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런 아내의 즐거움을 통제한다면 너무 이기적이다. 시간이 지난 후 아내의 삶이 재미없던 소풍으로 기억되면 안 된다. 인생이 잠시 머무는 여행이라면 즐거운 추억을 열심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적당히 즐기려다 신뢰가 깨져서 가정을 망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