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마누라

결혼 19년 차 일기

by 일로

바람난 마누라 2019년 10월 22일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와 아내와 외출을 했다.

규은이 선생님과 면담이 있어 아내를 청담고에 내려주고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양평으로 향했다.

항상 가던 서종면 쪽이 아닌 용문산 쪽 쌈밥집으로 향했다. 한가롭게 밥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 지난주 내가 외박한 날 아내도 늦게 들어왔다고 해서 재밌었는지 물어봤다.

다른 때 같으면 묻지 않아도 술술 잘 풀어놓는데 이상하리 만큼 꺼려했다.

함께 간 친구가 놀기 좋아해 그 친구가 즐겨 찾는 술집에 갔었다고 했다.


그런 곳에 가는 것도 별로인데, 유부녀 둘이 새벽 2시까지 있었고 남편에게 말 못 할 일이 있었다면 모른 척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아내를 믿기에 말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굳이 캐묻지는 않았지만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오지 않은 이상, 내가 기분 나빠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끝까지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괜히 이런 것을 가지고 시비를 걸면 나만 찌질 해 보이고 싸움만 커질 터이니 대범한 척 그냥 넘어가야 했다.


얼마든지 남편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있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왠지 억울한 기분이 들어 양평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일기 제목은 "바람난 마누라"라고.

지금까지 일기에 아내 칭찬을 도배한 것이 억울해 그렇게 쓰겠다고 하며 농담을 던졌는데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양평에서 돌아와 아내와 맥주를 마시며 고스톱을 치고 있으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이렇게 즐거운 하루를 보내며 행복해하고 있지만, 내 의심이 조금만 깊어지면 이 모든 것이 모래성에 지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냥 넘어가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고, 문제를 삼으면 큰일이 되어 버리는 것이 부부관계인 것 같다. 서로 불신의 단초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설령 그럴만한 일이 있어도 용서할 수 있어야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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