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라디오가 끝이 났다. 정확히는 좋아하는 가수가 진행하던 라디오가 오늘부로 막을 내린 것. 나는 이 라디오와 함께 스무 살을 보냈고, 세 번의 이사를 했으며, 다니던 학교를 졸업하고 또 다른 시작에 발을 뗐다. 10시부터 12시를 책임져 주는 덕분에 어느 날은 하루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행복을 깨트리지 않게 도와주었고, 끝없는 물속에 가라앉는 날엔 자연스레 날 잠기게 한 물을 빨아드려 두 발로 설 수 있게 도와줬다. 그리고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나조차 모르겠을 때, 그래서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 땐 어김없는 따뜻한 목소리로 안아주었다.
그는 본인이 가진 목소리로 축하와 위로를, 조언과 응원을, 그리고 안녕을 빌어줬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나에게 이런 따뜻함을 아무런 기대 없이 보내준 당신 덕분에 내 하루는 늘 포근할 수 있었다.
마무리를 하는 그 순간까지, 이걸 듣는 그대가 본인 없이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당신. 나는 이제 당신이 보내준 사랑 덕분에 무슨 일을 겪더라도 자고 일어나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거란 믿음으로 이불을 덮을 수 있으며, 오늘 겪은 행복이 내 삶에 가장 작은 행복임을 깨달으며 살아간다.
이제는 내가 그대의 행복을 빌어줄 차례이다. 그동안 받은 사랑과 지지를 이제는 돌려주겠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게 익숙하던 당신이 기꺼이 받을 차례.
나는 내 자리에서 잘 살고, 잘 자고, 잘 꿈 꿀 테니 부디 그대도 그러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다 또 만나자.
p.s
나의 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대가 잘 자는 것이 곧 내가 잘 자는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