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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장욱진 - 양주시 장욱진 미술관

by 청일


양주에 있는 장욱진 미술관을 언제부터 꼭 가려고

맘먹다가 오늘 결심을 하고 양주로 떠났다

가는 길은 익히 아는 길이었고 그 길옆에 장욱진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분명 이 길을 지나쳤을 텐데

눈에 들어오지 않은 건

내 관심의 사각지대에 그림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늦게나마 미술로의 여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바람이 찬 겨울 날씨에 미술관은 한없이

한적했다

혼자만의 넉넉한 향유였고

고요한 감상이었다.

도슨트의 도움으로 작품설명을

상세히 들을 수 있었고

영광스럽게도 1:1 설명이어서

궁금한 점은 질문도 해가며

더 자세히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얀 백발에 모자를 쓰고 곱게 양장을

차려입은 할머니가 회화를 그리시냐고

묻는다. 저는 그냥 그림 보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지나쳤는데 알고 보니 장욱진 화백의

장녀분이시란다

그러고 보니 장욱진 화백의 얼굴이 얼핏

보이는듯도했다

고인이 되신 아버지의 전시회를 바라보는

백발 딸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졌다.


양주시에 장욱진미술관이 있는 이유를 물으니

과거 덕소에 작업실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 덕소는

행정구역이 양주에 속해있었던 인연으로

양주시에 설립이 되었고 미술관은 BBC선정

세계 5대 미술관에 선정되기도 했다고 했다

특이한 모양을 갖춘 전시관은 지하 1층과

지상 2층의 규모이고 작품은 1층과

2층에 전시되어 있었다.

여러 그림 중 오늘 나의 원픽은 얼굴이라는

그림이다



얼굴


동그란 눈과 꽉 다문입술

화강암 같은 피부는

차면서도 강인하다


다부진 남자의 얼굴이다

젊은 날 패기와 열정으로

자신감 가득 찬 얼굴은

이제 젊은 날의 초상이 되었다


세상 시름에 허물어지고

삶의 굴곡에 주름지고

시간의 변주곡에 젊음은

과거의 추억으로 남았다


뾰족한 패기는 닳아 몽돌이 되고

강인했던 용기는 가을 갈대가 되었다


기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세상에

삶은 겸허히 자연을 닮아 가고

이제 삶의 끝자락에 서니

자연과 하나 되는 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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