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은 행복을 가져다준다
한번 심하게 다친 허리는 회복이 더뎠다.
지난여름 자전거에서 낙상하는 바람 요추 3번 뼈가 부러졌었다. 엄청난 통증으로 다치는 즉시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했지만 부러질 정도까지는 예상을 못했었다.
엑스레이상으로도 부러진 뼈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다. 의사는 3개월은 지나야 뼈가 붙을 거라고 했다. 입원을 하고 퇴원 후 통원 치료를 하며 3개월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허리엔 복대를 하고 속옷과 양말조차도 내손으로 입을 수 없었고 세면대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세수를 해야 했다.
일상이 불가능했다. 늘 조심조심 걸어야 했고 오래 앉아 있지도 못했다.
3개월이 지나면 뼈가 붙으리라는 희망으로 3개월을 견뎠지만 허리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이대로 계속 시간만 보낼 수 없어서 의사가 권유하는 수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맥주병인 나는 어찌 수영을 할까 걱정하면서도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는 설렘으로 빠지지 않고 열심히 수영장엘 다녔다.
첫날 유아풀장에서 이뤄진 발차기부터 시작하여 레인으로 옮겨서 키판을 잡고 발차기로 상향되고 이어서 팔 돌리기까지 하루하루 조금씩 변화되고 발전되는 모습이 스스로도 뿌듯하기까지 했다. 언제쯤 중급자 상급자처럼 수영을 할까? 조바심도 났다. 옆레인에서 물개처럼 빠르게 나아가는 모습들을 보며 언젠가 나도 저렇게 수영할 날이 오겠지! 그렇게 위로하며 열심히 배워 나갔다.
오늘이 만 4개월 차 키판을 잡고 자유형 연습을 한 지 3개월은 된듯하다. 키판을 놓을 자신도 없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키판을 놓고 제대로 자유형 수영을 해보고 싶은 간절함도 있었다. 50분 수영강습시간 중 20여분을 남겨놓고 강사님이 키판을 놓고 자유형을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순간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내가 과연 키판을 놓고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지시가 떨어졌으니 이제 한 번은 도전해 봐야겠다는 용기가 나도 모르게 생겼다.
키판을 처음으로 내손에서 놓고 자유로운 손짓으로 수영장 벽을 발로 차고 두 손은 쭉 뻗은 채 앞으로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키판이 없는 자유로움은 생각보다 두렵지도 않고 그냥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왼팔을 젓고 오른팔을 저으며 왼팔에 머리를 붙이고 고개를 수면 위로 돌려 호흡을 하고 다시 머리를 물속에 들이밀고 왼팔을 젓고….
나는 물살을 가르며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세상에 내가 수영을 하다니! 기쁨과 벅찬 행복감이 나를 에워쌌다. 드디어 내가 물에 뜨서 수영을 하고 있다니 꿈만 같았다. 25미터 레인의 끝에서 나는 나와 함께 수영을 배우는 회원 선배에게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전달했다. 방금 저 첨으로 키판 놓고 헤엄쳤어요!!! 와 축하해요.
ㅋㅋ 막 자랑하고 싶어졌다. 수영 수업을 모두 마치고 한 번 더 진짜 내가 수영을 했나 싶어 혼자 레인을 헤엄쳐보았다. 역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ㅋㅋㅋ 이 행복감이라니! 풀에서 나와 걸어가며 다른 수영강사에게 자랑을 했다. 선생님 저 키판 놓고 헤엄쳤어요! 선생님도 안 그래도 오늘 보니 그러시던데요 축하드려요! ㅋㅋ 샤워장에서 상급자에서 수영하는 선배에게도 기쁨에 찬 표정으로 자랑을 했더니 정말 축하한다고 이제 금방 금방 늘 거라고 격려해 주었다.
오는 길에는 아내에게 전화해서 자랑을 하고 집에 와서는 캐나다 있는 딸에게 화상통화로 자랑을 했다. 어찌 보면 별거 아닌 일이지만 내겐 너무도 감격스러운 일이었다. 내 평생 내가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리라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이 모든 게 허리를 다치면서 일어난 변화이다. 이런 걸 호사다마라고 하던가!
올 1월 첨 운동을 시작하며 체크한 인바디결과는 체지방율 29프로였고 어제 체크한 체지방율은 23프로였다. 이 숫자가 얼마큼의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몸무게의 변화 없이 체지방은 줄고 근육이 늘어난 건 확실한 거 같다. 몸의 변화도 느끼는 요즘이다. 운동은 정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력한 만큼 결과를 보야준다.
앞으로도 라이딩과 수영은 나의 건강을 지켜주는 소중한 친구가 될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