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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재 May 04. 2023

Mercedes-Benz가 택시인 동네

[독국일기] 독일 평점 만점 회사에 취업하다.

독일에 왔다. 4월 2일 독일에 도착해 어느덧 4월이 마무리되어 가는 지금, 그간의 소회를 끄적여보고자 한다. 


나는 슈투트가르트 옆 동네 'Böblingen(뵈블링엔)'에 도착했다. Mercedes-Benz 공장이 바로 옆에 있는 이 동네에는 꽤나 많은 벤츠 C-class 택시가 돌아다니곤 한다.


독일어라곤 '구텐탁' 밖에 모르던 나는 앞으로 2년간 독일에서 일을 하며 지내야 한다. 이미 미국에 짧지 않은 시간 살아봤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서일까? 아니면 첫 해외 회사 생활 때문일까? 오랜만에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고, 검은 머리와 갈색 눈동자가 아닌 사람들을 익히 마주하는 생활이 아직은 낯설기만 하다.


사실 낯선 건, 그들의 머리색과 눈동자색 때문이 아니라 아직은 익숙해지지 않은 회사 문화 때문 아닐까 싶다.

< 대표~사원까지 모두 동일한 넓은 책상을 쓰고 같은 뷰를 바라보고 있다 >

- 저녁이 있는 삶 / 계획 없는 휴가 / 병가

내가 늘 쫓던 '저녁이 있는 삶'은 이들에게는 일상이었으며, 월 2.5일의 휴가가 지급되는 이상 '계획 없이 누워있는 휴가'가 가능하며, 병가에 대해서는 '몸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며 의사의 진단서보다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추가로,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일화로, 워킹데이 5일(주말 포함 9일)을 쉰 친구에게 '어디 갔다 왔어? 재밌게 휴가 보냈어?'라고 했다가 '집에만 있었는데...?'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 책임감 / 효율성 / 진짜-유연근로제

그럼에도 회사가 유지가 가능한 이유는 모든 구성원이 강한 '책임감', '효율성', 그리고 '진짜-유연근로제'에 있다고 느낀다. 회사 생활 4주 차인 지금까지 본인의 효율성을 위해, 'Home Office(재택근무)'를 한다며 아직도 얼굴조차 못 본 친구들도 많다. 그럼에도 매니저급 사람들은 구성원의 '책임감'과 '효율성'을 적극적으로 믿고 지지한다. '효율성'과 비슷한 이야기지만, 각각의 구성원이 업무 집중력에 맞게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 '진짜-유연근로제'의 모습 아닐까 싶다. 신기하게 한국에서 종종 보던 사내 구성원의 졸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다. (물론, 선행되는 요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도 같다.)


'효율성'의 이유로 감기 옮겨서 모든 구성원이 아프느니, 집에서 완쾌하고 일할 때 집중해서 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하는 건 너무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 사내 탕비실 - 창 너머로 보이는 자리가 대표 및 이사진의 자리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

- 불필요한 눈치는 볼 필요 없다.

출근할 때, 식사할 때, 퇴근할 때 그 어느 때에도 상사를 존중하되 눈치 보다가 내 시간을 날리는 일은 없었다. 퇴근할 때, '그거 다 했어?'라고 말하는 상사도 없고, 쿨한 인사와 퇴근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놀라웠다. '카드만 주고 회식 떠나는 대표님이 최고!'라는 문화와는 다르게, 대표, 이사, 매니저, 사원까지도 모두가 섞여 편안하게 식사하는 모습도 반가웠다. 

(사내 모든 구성원이 동일한 책상에 앉아있고, 대표라고 특별한 방이 있지도 않았다. 심지어 대표와 이사진은 탕비실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식사도 편안한 걸까?)


현) 독일 대표님이 나에게 "When you come to Germany, at least you don't have to setup all the spoons and chopsticks! Hahaha!"라는 말이 3주가 지난 지금은 많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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