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막간극 ①] 설계자 오리에탈

"질서가 없으면 은혜도 담기지 않는다"

by 초덕 오리겐

1. 0과 1의 세계에 던진 질문


오리에탈은 본래 고독한 설계자였다. 그에게 온라인 공간은 양날의 검과 같았다. 시공간을 초월해 개혁주의 진리를 나눌 수 있는 축복의 통로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익명성 뒤에 숨은 인간의 전적 부패함이 가감 없이 배출되는 오물 분쇄기이기도 했다. 그는 수많은 기독교 커뮤니티가 '은혜'라는 이름 아래 무질서하게 운영되다가 결국 비방과 이단 사설, 그리고 사적인 친목질로 무너지는 과정을 수없이 목격했다.


2020년 10월 31일, 종교개혁 기념일에 맞춰 방을 개설하며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사람의 감정이 지배하는 카톡방이 아니라, 하나님의 질서가 통치하는 온라인 광장을 만들 수 있을까?"


그는 개혁주의 신앙의 선배들이 고백했던 것처럼, 하나님은 질서의 하나님이심을 믿었다. 은혜는 결코 무질서 속에 머물지 않는다. 깨진 그릇에 물을 담을 수 없듯, 질서가 무너진 공동체에는 아무리 귀한 복음이 선포되어도 결국 오해와 다툼으로 변질될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기문나모를 설계하며 '법(Law)'과 '복음(Gospel)'의 조화를 가장 먼저 고민했다.




2. 왜 본명을 숨겨야 했는가 (거룩한 은벽)


오리에탈이 엔진룸(임원방)에서 고래에게 내린 첫 번째 지침인 "이름 바꿔"는 단순한 운영 수칙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신학적 결단이었다.


한국 교계에서 '본명'은 곧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 나이, 직분, 그리고 인맥을 의미한다. 누군가 본명을 걸고 말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가 하는 말의 '내용'보다 그 사람의 '권위'에 먼저 반응한다. 오리에탈은 임원들이 철저히 닉네임 뒤로 숨기를 원했다.


"우리가 드러나면 진리가 가려집니다. 우리가 보이지 않아야 그리스도의 통치만이 선명해집니다."

이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임원들이 익명으로 활동하는 것은 비겁한 회피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오직 '성경이 무엇을 말하는가'에만 집중하기 위한 거룩한 은폐였다. 또한, 이는 임원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성벽이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진리를 사수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비난과 공격을 받게 된다. 오리에탈은 동역자들이 그 화살을 맞고 오프라인의 평온한 일상까지 파괴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자신이 모든 시스템을 설계하되, 그 시스템 뒤로 모두가 숨어 오직 주님만 일하시게 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3. 율법주의와 복음 사이의 외줄 타기


오리에탈을 가장 괴롭혔던 비판 중 하나는 "너무 딱딱하다" 혹은 "율법주의적이다"라는 반응이었다. 방의 규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이단의 냄새가 나면 가차 없이 가리기와 차단을 단행하는 그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냉혈한처럼 비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리에탈의 내면은 늘 영혼에 대한 애통함으로 가득했다. 그는 규칙을 집행할 때마다 그것이 혹여나 '감투놀이'가 되지 않을까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내가 지금 이 사람을 강퇴하는 것이 공동체를 지키기 위함인가, 아니면 나의 통제권을 확인하기 위함인가?"

그는 임원방에서 늘 이 질문을 던졌다. 그에게 규칙은 사람을 정죄하기 위한 몽둥이가 아니라, 연약한 양들이 늑대(이단과 거짓 복음)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울타리'였다. 울타리가 없으면 양들은 길을 잃고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오리에탈은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그 울타리를 보수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설계자로서 짊어져야 할 십자가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4. 설계자의 고독과 감사의 눈물


오리에탈은 엔진룸의 가장 깊은 곳에서 늘 깨어 있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도 혹시나 방에 오염된 메시지가 올라오지는 않았는지, 지체들이 신학적 오해로 상처받지는 않았는지 살폈다. 그는 기문나모가 자신의 업적이 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훗날 고백했다. 2,000일의 시간 동안 자신이 한 일은 그저 하나님이 일하시도록 자리를 비켜드린 것뿐이라고. 초기 멤버 김시로의 퇴장과 낮은선율, 주아의 합류를 지켜보며 그는 이 모든 설계의 진짜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확신했다.


오리에탈은 차가운 텍스트 너머에서 들려오는 회심의 소식들을 들을 때마다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설계도가 현실이 되고, 0과 1의 데이터가 영혼을 살리는 양식이 되는 기적을 보며 그는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닉네임 뒤에 숨어 있지만, 그가 쌓은 질서의 성벽 안에서 수많은 영혼이 복음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는 오늘도 엔진룸의 모니터를 응시하며 기도한다.


"주님, 제가 끝까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이 자리를 지키게 하소서. 오직 당신의 영광만이 이 디지털 광장에 가득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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