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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당근 Jul 22. 2024

서양 예찬론자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

Intro

유럽이나 호주, 미국 예찬론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거기서 살아는 보셨어요?" 라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꼭 보면, 한 번도 안 살아본 사람들이 꿈으로 그 나라를 바라보며 좋아한다.


프랑스 파리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환상이 그런 면이 있었다. 파리 신드롬이라고, 꿈꾸던 파리에 왔는데, 파리의 현실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던 파리에 대한 이상과 너무 달랐던 거다. 그래서 막상 파리를 보고는 우울증에 걸린다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요즘은 좀 나은 편이다. 세계화가 되면서, 외국에 나가 사는 사람들도 많고, 해외 여행도 정말 많이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가보니, 한국이 좋았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특히나 치안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 유럽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럽 여행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태반이다. 소매치기를 당한 적도 없고, 강도를 당해본 적이 없다. 사기를 당해본 경험도 없다. 지나가다가 마리화나 냄새를 맡아본 적도 없을 거다. 인종차별을 당해본 적도 없겠지.


나는 나름 안전한 곳에 살고 있지만, 조금만 나가면 가방을 앞으로 메라는 등 조심해야 할 것이 산더미이다. (군부대에서 쏘는 총소리가 아닌) 총소리를 들어본 적은 있을까?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며 기차를 탈 때 조심하라는 이야기는?


자동차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자주 그러는 것처럼 창문을 (아주 조금이라도) 열어놓고 내릴 수 없다. 자동차에 가방이 보이게 두고 내린다면 그것도 위험하다. 이것은 미국이나 유럽이나 상관없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면, 유럽이나 미국이나 호주나 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거다.




유럽 예찬론을 펼치는 교수들

언젠가 쓴 글인데, 관광과 여행, 거주에 따라 그 나라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는 거다. 살아보지 않으면서 그 나라를 그냥 꿈꾸듯 그리는 것은 파리 신드롬처럼 그 나라의 실상은 전혀 모르는 짓이다.



유럽에 대한 예찬은 유럽을 아주 잠깐 경험해본 교수들이 만들었다. "그래도 살아봤잖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묻고 싶은 것은, 그들이 거기서 민초들의 삶을 살아보았으냐는 거다. 프랑스 파리의 차별받는 저 사람들과 살아보았는가, 벨기에의 모로코 사람들과 살아보았는가 묻고 싶다.


일단 나는 유학생들의 외국 경험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편이다. 황제 유학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 예찬론을 펼치는 교수가 있다면 물어보고 싶은 질문들이 있다.


1. 거기서 살아는 보았는지. 살았다면 얼마나 살았는지.

2. (불법적인 알바를 제외한) 일은 해보았는지. 해보았다면 세금은 얼마나 냈는지.

3. 학교에 다녔다면 학비는 얼만였는지. 그리고 그 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4. 자녀가 있다면 자녀 학비는 얼마였는지. 그걸 누구 돈으로 냈는지.


외국에 있는 한인교회에 가보면, 유학생들과 거기서 일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거기서 일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세금 때문에, 그 나라의 정책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마냥 해맑기만 하다. (물론 공부 때문에 힘들어하기는 한다.)


그렇기에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이 상아탑에서만 살아왔던 교수들이 유럽 예찬론을 펼친다면 나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왜냐면, 학생으로 경험하는 그 나라를 말 그대로 개뿔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여러 나라에서 유학을 해보아서 잘 안다.)




싱가포르에서

예를 들어보자. 나는 싱가포르에서 살았고, 지금까지도 싱가포르 예찬론자이다. 왜냐하면, 싱가포르에서 살았던 경험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에서 가깝고, 시차도 거의 없다. 급하면 한국에 다녀오기도 편하고, 비행기표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교했을 때 훨씬 싸다. 여행을 다니기에도 좋은 게, 바로 근처에 값이 싼 동남아 여행지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리고 싱가포르의 물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유학생이 경험한 싱가포르의 물가는 그렇게 비싸지 않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조호바루에 간다면 물가가 거의 3분의 1로 떨어지지만, 싱가포르 내에만 있어도 비싼 편이 아니다. 거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물가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한인마트나 한식 가게도 많고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며 다양한 것들을 구할 수 있다. 노브랜드 제품들이 마트에 쫙 깔려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 싱가포르에 사는 사람에게는 싱가포르 물가가 엄청나다. 기숙사에 사는 나는 굉장히 저렴하게 살았지만, 싱가포르의 집값은 굉장히 비싼 편이다. 게다가 자동차 번호판만 해도 천만 원은 내야 발급받을 수 있다. 학비는 어떤가? 한국인들이 많이들 보내는 국제학교의 경우 1년에 수천 만 원에 달하기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싱가포르 교육비가 비싸다고 듣고 벨기에 왔더니 여기는 훨씬 비쌌다. 물론 국제학교 기준이기는 하다.)


그러니까 잠깐 여행으로 다녀온 사람이나 유학으로 다녀온 사람이 해맑게 경험했던 싱가포르의 물가와 달리, 싱가포르 현지에 사는 사람이 겪는 싱가포르의 물가와 삶은 마냥 해맑기만 한 게 아니다. 그렇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호주에서

이제 호주의 경험을 예로 들어보자.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다녀온 적이 있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한 달에 4만 원하는 백팩커도 비싸다며 머물렀다. 그런데 호주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백팩커는 위험하다며 하루에 40만 원 하는 호텔에 쉽게 다니는 거다. 그러면서 호주가 좋다고 이야기는 걸 듣고 당황했다.


호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저렇게 황제 유학을 하거나, 관광이나 여행을 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런데 돈 쓰고 다니는 곳은 어디든 좋다. 언젠가 회자되었던 글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해외 여행에서 쓰는 것처럼 소비한다면 안 좋을 수가 없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샤워를 4분 안에 해야만 하는 호주의 문화를 겪어보았는가. 물론 일부 한국인들은 그런 문화를 무시하고 렌트한 뒤 물을 막 쓴다. 그런데 많은 호주 예찬론자들이 호주를 말할 때 선별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런데 실제 호주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호주의 정책에 대해 엄청나게 불만이 많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정치에 대해 불평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호주 정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저녕 여행이나 유학, 영주권만 가지고 사는 것과 달리 호주 시민이 느끼는 호주에 대한 불만은 한국 사람이 느끼는 한국에 대한 불만과 대동소이하다.




미국에서

미국 유학을 다녀와서 미국 예찬론을 펼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미국 유학을 다녀왔기에, 생각보다 미국 살기가 워낙 괜찮다는 건 잘 안다.


예를 들어서, 지인이 자식들을 한 달에 수천만 원 하는 학교에 보냈다. 그랬는데 수입이 없다는 이유로 한달에 거의 내는 돈이 없었다.


게다가 나는 익명의 후원자가 학교 전체 기숙사의 유틸리티 비를 다 내주었고, 기숙사비도 타지역에 비해 매우 저렴했다. 푸드팬트리라고 해서 무료로 음식과 생필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너무 잘 되어 있었다. 맛을 포기한다면, 렌트비 제외 생활비는 거의 하나도 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이건 학생으로서의 경험이다. 그것도 복지가 너무 잘 되어 있는 학교에서의 경험이다. 그러나 또한 미국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렌트를 했는데 사기를 당했거나,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또 미국의 빈민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특히나 (우리나라가 따라가려고 하고 있는) 미국 공교육은 지금 나락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 항상 아름다울 수만은 없다.




유럽에서

유럽에서 가난함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는 유럽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다. 독일 교육 좋다고 알고 독일 교육에 대한 환상을 가졌던 나는, 실제 독일에 사는 사람들이 독일 교육에 대해 혐오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독일 공교육이 하향 평준화를 한다며, (1년에 수천만 원이 들더라도) 국제 학교 보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도세와 전기세가 비싸서 우리나라처럼 설거지를 하거나 샤워를 하는 건 비상식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다. 솔로세가 너무 터무니없다며, 유럽 살려면 얼른 결혼해서 애 낳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유럽 사는 부자들은 감세를 위해 애를 다섯 씩 낳는 사람도 있다면서 말이다.





정리하며

사람 사는 곳은 웬만하면 다 거기서 거기다. 한국을 내려치고 유럽을 올려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는데, 생각보다 한국은 살 만한 나라이다. 치안이나 물가 등등 여러 가지 면에서 그렇게 엄청 나쁘기만 한 나라는 아니다.


물론 한국이 절대적으로 좋은 나라라는 것도 아니다. 한국도 일하고 살려면 어렵고 짜증나는 일이 가득하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유럽 예찬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유럽이 그렇게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게 사실이냐는 거다.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그렇게 엄청난 차이가 있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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