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에 따라서
한 번은 교회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갈 일이 있었다. 그런데 대변기가 있는 쪽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거다.
"까까, 까까."
어떤 아이가 까까를 달라고 하고 있었다. 나는 매우 당황했다. 아니, 화장실에서 무슨 과자를 달라는 말인가? 의아한 마음을 뒤로 하고 아이의 부모를 찾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까까는 네덜란드어로 "똥"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이 아이는 과자를 찾는 게 아니라 지금 똥을 쌌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좀더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이 아이는 혼자서 화장실에 잘 가는 아이였다. 그런데 화장실에 앉아 볼일을 볼 때가 되어서야 자기가 똥이 마려운 건지, 오줌이 마려운 건지 알게 되는 모양이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오줌을 싸려고 대변기에 앉아보니 똥이 마려운 거였다. 그런데 너무 어린 아이라, 혼자는 똥을 닦을 수 없어서 똥을 닦아 달라고 부로를 찾는 거였다.
그런데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한인교회에서는 이런 해프닝이 종종 들려온다. 아이가 까까 이야기를 하면, 일부 한인들은 과자를 달라고 하는 줄 알고 간식을 찾는다. 그런데 실제로 이 아이는 과자가 아니라 똥이 마렵다는 뜻이다.
이제 이 이야기를 마무리해보자. 화장실에서 까까를 부르는 것은, 까까를 과자나 간식으로 인식하는 한국인에게는 상황에 맞지 않는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나 벨기에에서는 밑을 닦아 달라거나 대변을 보고 싶다는 상황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게 비단 <까까>에만 적용되는 말일까. 같은 말이라도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상황에 맞는 말을 고르는데 주의하고, 상황에 따라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데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