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당근 Oct 12. 2024

목사님 뜻대로 하세요?

나도 모르게 우상숭배를 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Intro


교회에서 내가 가장 듣기 싫은 말 중에 하나가 있다. 무엇인가 하면 바로, "목사님 뜻대로 하세요"라는 말이다. 언젠가 아래의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같은 맥락이다. 무슨 내용인지는 이 글을 좀더 읽어보면 이해가 갈 거다.




네가 정하는 거야


교회 컨텍스트가 아니라고 할 때, 이것과 비슷한 말이 있다. 바로, "결정은 니가 하는 거야"라는 말이다.


정말 재미있는 게 무엇이냐면, 이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좀더 쉽게 설명하면, 마치 선택권을 주는 것 같으면서, 실제로는 이미 결정은 되어 있다.


어떻게 따지면 굉장히 이기적이고 비열한 방식이다. 마치 바지 사장인 것처럼 결정권자가 결정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미 결정은 끝났다. 명목상의 결정권자는 그냥 따르기만 하면 된다. 즉, (결정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의) 책임만 강요하는 것이다.


특히, 인생의 조언을 받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면, "니 인생이잖아?" 라면서 자기는 발을 뺀다. 결정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결정은 강요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이 방식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가스라이팅 중 하나이다.


핸드폰과 같은 물건을 살 때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양아치 성향을 가진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강요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물건을 억지로 사게 하면서 책임은 구매자가 지는 게 이런 꼴이다. 그리고 당하는 사람은 바보 또는 호구가 된다. (시장 컨텍스트에서는 호갱이라고도 부른다.)


누군가를 호구 (또는 호갱) 잡기 위해 가스라이팅으로 상대방의 결정을 이끄는 구체적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상대방이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결정을 하면 어떻게든 결정을 재고하게 만든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말로 상대방을 가스라이팅해서 상대방의 결정을 바꾸게 하는 것이다.




우리 신앙의 모습은?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런 모습이 교회 안에서도 꽤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위의 링크에서 보는 것처럼) 열심이 있다는 열심분자들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리더에게, 사역자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결정을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게 때로는 십계명의 두 번째 계명을 어긴다는 점이다.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는 것이다.


여기서 물론 십계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래의 링크에 보면 설명이 나오는데, 간단하게만 설명하면 이와 같다. 제1계명은 "하나님 외의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을 금한다. 제2계명은 "하나님을 우상 안에 가두는 것"을 금한다. 그리고 제1계명과 제2계명을 통틀어 "우상숭배"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제2계명만 따로 떼어서 설명한다면 제2계명의 의미는 이렇다. "네가 여호와 하나님(바른 대상)을 섬기더라도 하나님의 원하시는 방식이 아닌 네가 원하는 방식(하나님의 형상을 새기는 것, 곧 우상)으로 섬긴다면 그것은 우상숭배"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 삶의 영역에서 저러한 모습이 드러날 곳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목사님 뜻대로 하세요"라고 하면서 목사를 조종하는 것이다.


위와 관련하여 여러 케이스가 있지만 몇 가지만 살펴보자. 먼저, 많은 경우에 저런 말은 이럴 때 등장한다.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고, 내 의견을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을 때이다. 그리고 이때 목사의 권위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을 침묵시키고 싶을 때 저런 말을 사용한다. 목사가 자기 생각과 같은지 같지 않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 생각이 옳고 하나님의 뜻인데" 목사가 어떻게 다른 생각을 품겠느냐는 뉘앙스를 주면서 목사를 가스라이팅하는 것이다.


"목사님, 사람들이 다들 자기 주장만 하죠? 목사님 뜻대로 하세요"라고 하면서 목사의 의견을 자기 의견으로 재정의하는 경우를 너무도 만히 보았다. 목사가 "제 의견은 선생님이랑 다른데요?"라는 말을 할 수 없도록 분위기로 압박하는데, 열심이 특심이지만, 이런 사람들이 교회를 망가트리는 거였다.


또 하나의 케이스는, "결정은 목사님이 하시는 거에요"라면서 목사의 결정이 자기 생각과 틀리면 재고하게 만드는 것이다. 목사가 몇 번이나 똑같은 결정을 하면, 입으로는 목사가 결정하는 거라면서 계속해서 설득한다. 목사가 생각을 재고하지 않으면 분란을 일으킬 것처럼 나온다면, 목사는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바꿀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목사가 수련회 때 연극을 빼버렸다. 그것을 가지고 계속해서 따지는 교사가 있다. 시간도 얼마 없고, 준비도 하나도 안 되었지만.. 교사가 화가 나서 수련회 안 나오는 것보다는 망하더라도 연극을 하는 게 낫다. 즉, 이런 식으로 배수의 진을 치고 목사를 조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 사람들은 결국 하나님의 뜻보다 내 뜻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나의 뜻을 하나님의 뜻으로 둔갑시켜서 목사와 교회의 결정을 뒤바꾸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상숭배라는 것이다.




너무 민주적인 교회


정말이지 참.. 교회는 너무 민주적이라서 문제다. 내가 가톨릭 신학교에서도 공부하고 있는데, 여기는 결국 결정은 교황청이 하고 아래 사람들은 따라야 한다. 일반 성도의 의견 따위.. 제대로 들어가기가 힘들다. 뭐..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때 사제 결혼도 투표로 허용이 되었는데, 교황이 싫다고 하니 번복된 것만 해도 그렇다.


아무튼, 가톨릭이 너무 공산주의 같다면서 개신교회로 나온 사람들을 주변에서 꽤 봤다. 뭐.. 심지어 벨기에에서는 가톨릭이 너무 권위적이라며 (자기는 한국말 하나도 못하면서) 한인교회 나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하지만 개신교는 너무 민주적이다. 애초에 개신교는 대개 회중정치(직접 민주정) 아니면 장로정치(간접 민주정)이기는 하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오죽하면, 목사에게 찾아와서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면 목사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간혹 나올까. (목사는 혼자거 결정할 수가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모든 사람이 다 자기가 원하는 방식을 요구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처 받고 교회를 떠난다. 그러면서, "교회가 어떻게" 라는 말을 하는데.. 교회가 (내가 원하는) 옳은 방식을 취하지 않고 반대로 (내가 원하지 않는) 옳지 않은 방식을 취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가나안 교회 성도들이 참 많다. (사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가나안 성도가 이런 사람들이었다.)


물론 교회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하나님이 왕이신 나라"이기는 하다. 그런데 심지어 교회를 민주적인 공동체로 본다고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의미"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위와 같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러니까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사람들 말이다.


실제로 민주주의를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집회로 모이거나 찌라시 뿌리면 그것이 민중의 뜻인양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든 사상 교육을 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교회에서 위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결국 "내 뜻"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 현재의 상황을 보지 못하고 내 뜻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참아내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스라이팅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뒤바꾸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