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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 즈드라스부이쩨(러시아)

물음표 투성인 여행

2010/06/07~2010/06/09

Socko-si,Korea / Zarubino/Slavyanka/Vladivostok/Ussuriysk,Russia




이제 시작이다.

여행 시 직전에 했던 고민은 이제 그만이고 앞으로는 이 여행을 즐기는데 집중해 보자.  



스스로에게 던지는 끊임없는 물음표


출발 전,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 생각이 난다. 내가 군입대 후 아버지가 처음으로 써주신 편지 내용 안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네가 이제 입대를 하고 훈련병의 신분으로 있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군생활의 반은 한 거나 다름이 없다"


그 당시에는 얼마나 그 말씀이 마음에 남았는지 모른다. 지겨운 군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되뇌던 아버지의 메시지였다. 여행의 시적 전 출발이 가진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집을 떠나서 러시아로 가기 위해 향하던 강원도 동해항을 가는 순간까지도 내가 지금 남들이 하지 말라는 무모한 여행을 하는 게 맞나? 젊은 나이의 객기라고 생각하자. 그래. 다녀와서 대안은 있어? 없지? 그래 다 이해할게. 그럼 와서 오토바이 할부금은 어떻게 할 거야. 다녀와서 네 인생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 그래 다 이해했어. 그래서 가서 사고라도 나면 또 어쩔 거야? 스스로 에게 끊임없는 물음표를 던진다.


물음표에 대한 답은 하지 못한 채 서울에서 동해항까지의 250km 남짓이 나에겐 오토바이를 탄 이후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험이었다. 시작부터 긴장의 연속이다. 배를 타지도 못하고 끝날 수도 있는 허무한 여행이 되면 안 된다. 온갖 신경은 바이크에 집중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여행이 끝나면 찾을 수 있을까?


250km를 달려 속초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해외로 나가는 것과는 색다른 출국이다. 아마 돌아오는 건 비행기로 하게 될 것이기에 나에게는 평생에 한 번 있을까 하는 경험이었다.

동춘항운이라는 국제페리를 이용했다. 진작에 필요한 서류등은 준비해 두었고 중고오토바이를 러시아까지 보내는 비용은 335,674원을 냈다. 서류 및 절차 등에 대해서 흔한 사례가 아니라 쉽지는 않았지만 불가능은 없다.

앞으로 3달 정도 나와 함께 지낼 오토바이와 짐이다. 오토바이에는 예비 타이어만 두고 나머지짐은 비행기를 탈 때처럼 직접 가지고 통과해야 했다. 카메라, 헬멧, 노트북, 옷가지류, 캠핑용품 등 필요한 것만 챙겼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더 줄였어야 한다고 깨달은 상황이었다. 오토바이에서 짐을 내릴 거라고 생각은 못했다. 무거운 짐을 가지고 배에 승선하는데 가지고 있는 진을 다 써버렸다.

오토바이는 출렁이는 파도와 거세게 부는 바람에 흔들릴 경우를 대비하여 튼튼하게 고정을 해준다.

내가 예약한 배는 속초에서 자루비노까지는 향하는 배이고 2등실 이코노미석 기준으로 157,000원이었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도착하는 러시아이긴 하지만 나쁘지 않은 금액이다.

배에는 목욕탕, 편의점, 식당, 노래방 없는 게 없다. 그렇지만 뭐 하나 그럴듯한 건 없었다.

다행히 배는 출발했고 서울에서 이곳까지 오는 것이 나에겐 모험이었다. 앞으로 대륙횡단은 어떻게 한다고 이렇게 짧은 이동에도 긴장을 하는지.. 긴장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게 정차 중에 무거운 짐에 오토바이도 힘들었는지 스스로 넘어지려고 하는 걸 손으로 막다가 작은 부상을 입었다. 이 오토바이는 비싼 BMW오토바이이지만 이젠 넘어지면 넘어지는 대로 더러워지면 더러운 대로 나와 함께 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악! 넘어지면 안 돼. 넘어지면 고쳐야 돼. 수리비 많이 들어!!라는 생각이 앞서서 손으로 막으려 했던 거 같다. 출발 전 액땜으로 생각하고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스스로 자축한다. 저 멀리 해가 지고 있었다.




한국의 해는 지고 러시아의 해가 뜨다.


아침이다. 잔진동으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제 러시아인가?

분주하게 선원들이 움직인다. 이제 내릴 때가 된듯하다. 나는 짐이 많기 때문에 서둘러 짐을 챙겨본다. 그러나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모든 여행객이 배밖으로 나간 뒤 나를 제일 마지막에 세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를 위한 배려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왜냐하면 동춘항운 관계자에게 나의 여행에 관련된 티셔츠와 스티커등을 선물로 줬기 때문에 꽤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세관 입국심사를 기다리는데 1시간이 걸렸다. 적은 인원에 그 정도나 걸리나 싶지만 배로 타고 해외에 온건 처음이니 이것이 일반적인지는 알 수 없다. 하라는 대로 하고 움직이니 곧 무사통과를 하였다. 다른 이들은 각자의 준비된 차량이나 여행사 차량을 타고 떠날 수 있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다. 내 몸과 짐은 빠져나왔으나 내 여행의 주인공 오토바이가 나와야 한다.

오토바이는 현지 보험을 들어야 한다고 한다. 보험을 담당하시는 분과 동춘항운의 중국국적을 가진 직원이 많은 부분을 도와주었다. 나는 이 과정에서 5시간을 소비했다. 지겨운 기다림 속에 6시간째 기다리니 이 기다림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세관의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고 한다. 결국 21시가 지나서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러시아의 땅을 밟게 되었다. 애초에 블라디보스토크의 세관과 여러 행정처리가 힘들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해서 자루비노로 온 이유도 있었는데 더 복병을 만난 느낌이었다.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주유도 해보고 근처의 가까운 호텔로 이동하려 한다. 근데 이 호텔을 찾는 것도 너무 어려운 것이 시내 곳곳을 안내해주는 내비게이션도 없었고, 지나가는 시민(러시아인)이 정말 간단한 영어 의사소통도 어려웠다. 결국엔 지나가는 택시를 붙잡고 ”호텔!! 호텔!! 호텔!!!!!“을 외쳐서 그 택시를 따라간 후에야 호텔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첫날이었다.

호텔에서 딱 2시간 정도만 자고 자루비노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배를 탔다. 배를 자주 타네…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배에서 러시아의 일출을 본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자루비노와 다른 대도시의 느낌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OTV라는 매체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한국과 러시아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도 했고 함께 여행하는 동료의 연으로 이런 일정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대학의 한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도 나와서 우리에게 시내관광을 시켜주었다. 덕분에 짧지만 아주 유익한 시내 투어를 하였다.


착한 현지 학생들이 핸드폰 개통하는 것까지 도와주고 진짜 여행의 시작인 M60도로의 검문소까지 어레인지를 해주었다. 아쉬운 작별을 하고 나는 우수리스크(Ussuriysk)까지 첫 주행을 하였다. 우리가 가는 경로이기도 했고 동춘항운에서 만났던 선교사님께서 초대를 해주어 하루 신세를 지기로 하였다.


말도 안 통하고 모든 것이 생소한 지금, 여러 사람들이 도와주고 그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뉴스에 러시아에서 스킨헤드에 당한 한인들의 피해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긴장을 놓칠 수는 없다.


스킨헤드 공포… 러시아가 불안하다

2010.03.25 17:32 경향신문


계속 배를 주로 타고 짧은 거리로 이동을 하다가 M60도로를 시작으로 바이크 로드트립을 시작하니 한국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느낌 하고는 비교가 될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향해 스트롤을 힘차게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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