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누굴 먼저 죽일까?

아이먼저 죽여!

제목이 무섭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지금,

어젯밤 이야기이다.


뉴질랜드는 지금 여름,

에어컨을 딱히 틀지는 않지만

창문은 열어놔야 지낼만한 날씨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창문을 열어놓다 보면

불청객이 들어온다.


바로 온갖 벌레들.

벌레가 가장 싫은 아빠지만

아빠 몫이다.


손에 가장 감촉이 덜 느껴지게

휴지를 최대한 많이 돌돌 만다.


이윽고

처리를 하려는 순간..


큰 거미와

작은 거미가 가까이 있었다.


'한 번에 두 마리를 쉽게 잡을 수 있겠군..'


문뜩 아이의 생각이 궁금했다.


"누굴 먼저 죽이지? 엄마랑 아이 같아"


짧은 고민을 한 아이는


"아이를 먼저 죽여!"


"왜?"


"아이가 엄마 죽는 거 보면 슬플 것 같아"



아이의 말대로 처단했지만

여운이 남는 하루였다.


아내와 내가 먼저 죽을 텐데

우리 딸은 얼마나 슬플까..


동생을 만들어 줬어야 했나...?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와 블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