忍耐
뉴질랜드의 삶이 막바지이다.
아이의 학교 생활의 마무리는 크로스컨트리가 될 듯하다. 크로스 컨트리는 뉴질랜드 겨울 학기에 큰 이벤트이다. 거의 모든 학교(초,중,고)가 크로스 컨트리를 한다.
한국으로 치면 오래 달리기.
크로스 컨트리에 맞춰 몇 주 전부터 학교에선 연습에 한창이다. 단거리 스프린트에는 상대적으로 흥미도 있고 재능도 있어 보인다.
(학년 전체 3등 안에 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크로스 컨트리는 여자아이들 중 상위권이긴 하지만 메달권은 아니라고 한다.
아,, 호흡만 잘 다듬으면 잘할 거 같은데,,
최근에 나도 러닝을 하면서 느끼는 바가 컸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나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이번주 대망의 크로스 컨트리 시합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 바로 오늘이다.
아이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바나나 하나씩 먹고 학교 운동장으로 간다.
(아점을 맥도날드가서 먹는 것으로 꼬심)
아이에게 코스 설명을 듣고 함께 뛰어본다.
정해진 코스를 두 바퀴 도는 것이었는데 총 2.3km 정도 된다. 아이의 페이스에 맞추어 뛰다 보니 배가 땡긴다, 숨이 안 쉬어진다 등 멈출 일이 많다.
"일단 한번 멈추면 계속 멈추게 되니까 멈추지 말아야 해!"
그리고
손은 이렇게
발은 요렇게
아빠의 주문이 이어진다.
다시 해보자!
실패다..
한 바퀴 뛰고 주저앉아버렸다.
더 이상 훈련은 어려워 보였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좀 쉬다가 다시 나올 거야."
"응??"
"여기서 멈추면 포기자, 실패자가 되는 거야.
잠깐 쉴 수는 있어. 하지만 포기하지는 말아야지.
다시 나올 거야. 준비해."
아이의 눈에서 눈물, 콧물이 뚝뚝 떨어진다.
잠시 후
우린 다시 학교 운동장에 왔다.
그리고 다시 뛰었다.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뛰었다.
아이도 굳은 결심을 했는지 표정과 행동이 사뭇 다르다. 포기할 아빠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는지 정신을 바짝 차렸다.
기록도 좋아지긴 했지만 목표점까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느낀 것처럼,,
"아빠. 이제 크로스컨트리가 뭔지 좀 알 거 같아!"
"해냈다는 성취감이 장난 아니지?"
"응"
"1등 할 필요 없어. 너 자신과 싸워서 이기는 게 중요해!"
그리고 잔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모두 같은 심장을 가지고 있어. 1등으로 뛰는 친구는 안 힘든 거 아니야. 그 친구는 힘든 것을 참고 뛰는 거야. 그렇게 뛰다 보면 1등도 할 수 있어!"
이번주 과연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겨내는지 지켜봐야겠다. 메달권이 아니어도 스스로 약속한 목표를 향해 멈추지 않고 뛰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근데 그거 알아?
아빠도 오래 달라기 엄청 싫어했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