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린 아침
재난문자와 더불어
회사 가기 귀찮아, 학교 가기 싫어가 눈보라 쳤다.
캄캄한 새벽길
눈부시게 빛나는 눈꽃에 와이퍼를 벅벅거리며
남편님을 역까지 모셔드린다.
아직 꿈나라에서 보송할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길
가로등에 번지는 눈빛 풍경에
살포시 액셀을 밟으며 언덕을 미끄러져 오른다.
미끄럽고 질척이는 등굣길
뽀득이는 눈잔디도 밟고 뭉치도 만드느라
서둘러 나서도 겨우 지각을 면했다.
눈더미처럼 쌓인 설거지 무더기로 돌아오는 길
첫눈과 나무의 풍경이 궁금하여
집 앞동산으로 어리석은 발걸음이 미끄러진다.
얼음 계단을 올라 들어선 산길
취설에 못 이겨 쓰러진 가을 나무를 만나 놀라고
첫눈 덕분에 가을과 겨울을 함께 도두밟는다.
정화된 눈으로 설거지통 앞에 선 발
싱크대 절수페달을 밟으며 손을 놀리다가
눈발의 설렘이 녹아 흐르는 걸 막을 수 없다.
못 말리는 붓질
금손곰손똥손초딩도 호다닥 그릴 수 있을 그림에
동그란 마음을 눈부시게 담았다.
+덧마디
여전히 설거지는 쌓여있지만 글과 그림이 남았네요.
창문을 열고 사진을 찍으려다 눈을 맞아 그림이 번졌지만요.
실수나 우연도 그림의 한 요소가 됨을 배웁니다.
첫눈에 고단함이 있더라도 별 수 없이 오늘을 밟으며 살아가는 여러분, 눈부신 날 보내시길 바라요.
일상 속 수채화 디자인으로 그대의 오늘을 응원해요홍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