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나무가 품은 마음
<당신의 하늘을 그려드려요> 이벤트를 진행한 건 지난 더운 계절입니다. 선정되신 두 분께 당첨 소식을 바로 알려드렸고 모두 기뻐해 주셨어요. 첫 번째 하늘 이야기는 반팔 입던 그 때 바로 작업하여 브런치스토리와 인스타에 소개했죠. 그림 원본은 정성껏 담아 하늘 주인댁으로 보내드렸고요. 누군가 추억으로 간직한 하늘을 그림과 이야기로 담아 위로를 전하는 귀한 경험이었어요.
https://brunch.co.kr/@hongdi/106
'다음 하늘을 또 준비해볼게요' 하고 영상 캡션에 남겼던 마지막 멘트가 고요속의 외침으로 흩어진지 오래네요. 진즉 전했어야 하는 하늘을 이제야 마무리합니다. 또 하나의 계절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두 번째 하늘 이야기에 찬기 머금은 붓질을 했어요. 기다려주신 하늘 주인님께 감사드린다고 높디 높은 가을 하늘을 향해 부르짖어 봅니다.
수채화 하늘 위로 두 번째 이야기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지요. 카페홍에서 매번 샷을 추가하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손님이 계셨어요. 그 분이 어느 날부터 샷추가를 하지 않더라고요. 카페인 과다로 잠을 못 이루셨나, 위장 장애가 생기셨나. 손님께서 커피를 진하게 마시기 시작했을 때도, 기본 투샷 아아로 돌아갈 때도 이유가 있을 겁니다.
나만이 품고 있는
이유 있는 이야기
우리는 어쩌면 스스로도 적확하게 까닭을 알지 못하고 시간을 살아갑니다. 하늘 아래에 펼쳐지는 수많은 일상이 각자에게는 유일한 하루들이죠. 이렇게 제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일을 만드는 것은 틈을 내어 의미를 찾아내려는 몸부림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하늘을 그려드려요> 이벤트 두 번째 하늘 주인공의 사진과 사연을 소개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한 파아란 하늘과 할아버지 나무>
부모님 손을 꼭 붙잡고 산책 하던 길, 늘 그 자리에 오롯이 서있는 할아버지 나무를 바라보다 하늘이 너무 예뻐서 저도 모르게 찰칵 찍은 사진이에요.
몇백 년 그 자리 그곳에서 자리를 지킨 나무와 그 틈새를 메우며 자리한 높고 파아란 하늘의 모습이 그 날 따라 제게 마음 속 평화와 감사함으로 다가왔어요. 부모님과 함께 귀한 자연의 한 폭을 마주했다는 감사함도 함께요. 한번씩 산책을 나서면 할아버지 나무를 올려다보며 인사를 해요. "안녕하세요. 나무 할아버지"
인간으로는 차마 짐작하기도 어려운 세월을 살아오며 세상사의 이모저모를 바라보았을 아름드리 큰 나무, 그런 할아버지 나무의 틈새를 메우며 높고 짙푸르게 우리의 마음도 밝게 만들어준 새파랗게 아름다운 하늘을 추억합니다.
혹시나 제 사진이 선정된다면 제가 느꼈던 평화와 감사함 그리고 새파란 하늘의 맑은 기운, 오랜 세월을 품어온 나무의 듬직하고도 담담한 삶의 응원들을 이 글과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전달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민트별펭귄님의 사연
정성스레 적어주신 사연과 사진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이벤트를 마감하자마자 선정 메일을 보내드렸죠.
Q 홍디 : 민트별펭귄님, 안녕하세요.
홍디의 <당신의 하늘을 그려드려요> 이벤트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에서 민트별펭귄 작가님의 글을 공감하며 읽고 있어서 더욱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작가님의 멋진 하늘 사진과 나무 할아버지의 모습은 보는 순간 감동하여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그 감동을 그림과 이야기로 담아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허락을 구하고자 메일을 드립니다.
1. 제가 과연 그 하늘을 보셨던 감동을 그릴 수 있을까. 멋진 사진이라 자신이 없어집니다. 사실적으로 똑같이 그려내기보다 홍디 스타일의 엽서 사이즈 그림이라도 민트별펭귄님께 선물이 될 수 있을까요?
2. 작가님의 사진을 홍디가 그림으로 그리는 모습과 작가님의 하늘 사연을 인스타와 브런치스토리에 공개해도 될까요?
3. 그림 완성 후 원본을 소장하고 싶으시면, 댁으로 보내드리도록 할게요! 추후에 그림을 보시고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셔도 됩니다.
A 하늘주인 :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멋진 그림들을 그려주시는 홍디작가님께.
안녕하세요, 홍디 작가님! 민트별펭귄입니다. 제 작품이 선정 되었다니 너무 감사하고 기쁜 마음 뿐입니다. 가위바위보도 못하고 경품이나 응모에 당첨도 잘 안되는 운 없는 사람인지라 기대도 못하고 있었는데, 홍디 작가님의 그림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니 너무 신나요!
일상의 소소한 사연이 작가님의 훌륭한 그림으로 재탄생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제가 느꼈던 귀한 순간들을 조금이라도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제게 더 없이 행복하고 감사한 선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홍디 작가님의 손에서 재탄생할 그 날의 하늘과 할아버지 나무의 모습이 너무 기대됩니다.
작가님께서 보내주신 1번, 2번, 3번 모두모두 전부다 찬성입니다. 오히려 홍디 작가님의 그림을 받을 수 있다니 제게는 너무도 영광이에요. 저는 그림을 정말정말 못그려서 그림 잘그리는 분들을 부러워하고 존경한답니다. 주소는 지금 바로 보내드릴 수도 있는데, 혹여나 작품을 완성하시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거나 작가님께서 부담스러우시다면 추후에 연락 주시면 보내드릴게요.
수채화 하늘 뒤로 이유 있는 이야기
하늘주인님의 말씀 중에 '혹여나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거나' 가 현실이 되었네요. 꽤 오래 걸렸죠. 민트별펭귄님, 기다리시게 해서 송구하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은 보내주신 사진을 보자마자 호다닥 붓을 놀렸었어요. 주변에서는 괜찮다 했지만 어쩐지 홍디의 마음에 차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하늘 주인님께 도움을 요청했죠.
Q 홍디 : 혹시 그 날 찍은 다른 사진도 있으실까요? 하늘이 어땠을까 궁금해서요. 그 날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추가 사진이 있다면 보내주시어요. 그림은 그리는 대로 작가님께 먼저 보내드려볼게요.
A 하늘주인 : 급하게 찾아보니 그 날 다른 하늘 사진이 안보여서요. 사실 하늘 사진을 평상시에는 잘 안찍는 편이라 보내드린 사진이 전부일 수도 있어요.
홍디 작가님 덕분에 하늘을 한번 더 올려다보는 여유를 가져보고 사진으로도 남겨보는 등 하늘을 더 많이 누리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어 감사합니다. (홍디는 이 문장에 감동 받아 쓰려지겠습니다)
하늘 주인님이 할아버지 나무 위로 하늘을 보며 느꼈던 평온한 고마움, 듬직한 나무와 하늘 에너지로 받은 응원과 위로. 잘 모르면서도 잘 담아내고 싶은 마음만 무한 로딩중이었어요.
가을이 물드는 10월 어느 날 문득 마음을 먹었습니다. 마감이 없는 그림이지만 어쩐지 이 계절을 보내기 전에는 꼭 완성하고 싶었어요. 모든 걸 비워내는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매주 금요일 오전에 그림을 배우러 다니는데, 틈새 시간 세 차례에 걸쳐 그림을 완성했어요. 첫 날은 밑그림을 그리고 하늘을 칠했습니다. 할아버지 나무의 위로,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빛은 홍디가 좋아하는 세룰리언 블루(Cerulean Blue) 컬러를 사용했어요. 하늘을 칠할 때는 물을 많이 바릅니다. 물은 마르지만 붓이 스쳐간 자리에 감정이 색으로 스며듭니다.
이제 나무를 채색할 차례. 대략 음영과 윤곽을 칠하고 마르기를 기다린 후 세밀하게 묘사를 해줍니다. 나뭇가지들은 햇빛을 따라 방향을 틀었는지 구부러져 있죠. 오랜 세월 한 자리에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티고 서 있는 할아버지 나무. 프레임 안에는 보이지 않지만, 단단한 뿌리 덕분에 듬직하게 시간을 지내고 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지금쯤 할아버지 나무는 무슨 색 옷을 입었을까요. 가을볕을 먼저 받은 나뭇잎들이 울긋불긋해져 가고 있으려나요. 철이 바뀌어 가는 걸 나무를 보며 배웁니다.
보내주신 사진을 미루어 보아 할아버지 나무는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아픔도 견딘 것 같아요. 듬성한 나뭇잎 사이로 하늘이 스며들어 유난히 빛이 납니다. 보내주신 사연에서도 나무의 틈새로 보이는 하늘을 추억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나뭇잎들 틈의 사이로 하늘빛을 정성껏 채웠습니다. 가장 공을 들였는지도 몰라요. 하늘을 그리며 철이 듭니다.
그림을 완성하고 가을빛에 비추어 바라봅니다. 어쩌면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기울이고, 계절의 변화에 고마움을 알아가라고 이제야 그리게 된 것일지 모르겠어요. 이리저리 구부러진 나뭇가지처럼 오늘은 올랐다가 내일은 내려갈 수도 있죠. 곧게만 자랄 수는 없어도 결국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갑니다. 하늘과 나무를 그리며 우리의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배우네요.
손바닥만한 수채화를 하늘 위로 뻗어봅니다. 민트별펭귄 작가님의 하늘 이야기와 홍디의 하늘 그림이 보시는 분들께 잠시 쉬어가는 틈과 조막만한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당신의 하늘을 그려요> 이벤트를 비로소 마무리합니다. 깜냥이 되는 때가 오거들랑 슬쩍 또 찾아올게요홍홍.
+덧마디
민트별펭귄 작가님의 브런치스토리 소개합니다. 여러분의 오늘이 틈새의 하늘처럼 반짝이길 바라요.
https://brunch.co.kr/@mindalpengu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