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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은 May 26. 2023

3.몸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사실 그전에도 운동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내 또래라면 모두가 만나봤을 티파니 언니의 에어로빅부터, 빌리부트, 마일리 사일러스까지 인터넷에서 유명한 홈트란 홈트는 안 해본 게 없다. 문제는 그게 일주일을 넘긴 적이 없다는 거다. 하루이틀은 '좋았어, 이번에야 말로 탄탄한 몸매를 가지는 거야!'하고 결심하지만 하루 쉬면 이틀 쉬게 되고, 이틀 쉬면…. 그다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리라 믿는다.

 나의 의지로 홈트를 꾸준히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다음에 선택한 건 요가였다. 어린 시절부터 자타공인 몸치였지만, 유연하다는 소리는 꾸준히 들었기 때문이다. 요가학원에 등록하고, 수업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레깅스를 사모았다.  다행히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몸이 따라주었다. 가끔 칭찬을 듣기도 했다(!) 남들은 그게 뭐? 싶겠지만, 체육시간마다 선생님의 요주의 학생이었던 나는 그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느꼈다.

 문제는 살이 안 빠졌다. 라인이 정리된다는 말을 믿고 시작했는데 라인이 예쁜 돼지가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주변에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자 지인 중 한 명이 필라테스를 권했다. 필라테스가 한국에서 막 유행하던 시기였다. 요즘 유행하는 운동이라니 그럴 싸해 보이기도 하고, 요가랑 비슷한 건데 근력 운동이 된다고 하니 일단 한 번 등록해 보기로 했다.

 막상 필라테스를 며칠 나가보자 이게 참…. 내 생각과는 다른 구석이 있었다. 요가는 잔잔한 호수에서 우아하게 헤엄치는 백조의 윗모습이라면, 필라테스는 그 아래 열심히 휘젓고 있는 백조의 발이었다. (물론 요가도 어느 경지 이상 올라가면 근력이 필요하고 운동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초보자인 나에게는 그랬다는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힘든 게 싫었다. 내 팔이, 내 다리가 이렇게 무거웠다니. 팔다리가 후들후들거리고, 땀은 줄줄 흐르는데 시간은 안 갔다. 'NO PAIN, NO GAIN'을 절실히 깨달으며, 결국 필라테스도 어영부영 그만두게 되었다.



 다음에 선택한 것은 헬스였다. 인별에서 몸매 좋은 언니들이 헬스장 인증샷을 올리는 걸 보고  “역시 운동의 근본은 헬스지!”를 외치며 헬스장으로 향했다. 멀지만 시설 좋은 헬스장, 동네의 가까운 헬스장, PT가 저렴하기로 소문난 대학가 헬스장까지 여러 곳을 전전하며 PT를 받기도 하고 GX로 스피닝을 신청하기도 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설 좋은 헬스장에서 야심 차게 백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PT를 등록했을 때까지만 해도 희망이 가득했다. 무려 신용카드 3개월 할부로 등록한 PT였다. 처음에는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출석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미 지불한 돈은 돈이고 귀찮음은 귀찮음이었다. PT도 꾸준해야 효과가 있을 텐데 한 번 나가고 일주일 안 나가니 갈 때마다 하는 건 스쿼트 아님 런지였다. 선생님도 점차 나를 포기했는지 점차 PT 시간에 잡담이 늘어갔다. 내가 그곳에서 얻은 건 훌륭한 스쿼트 자세와 선생님과의 맞팔뿐이었다.

 직장 동료에게 스피닝이 재밌다는 말을 듣고 스피닝도 도전해 봤지만 나랑은 영 아니었다. 앞에 사람들은 파워풀하게 페달을 돌리면서도 손동작까지 절도 있게 해냈지만 나는 페달도 허우적, 손도 허우적이었다. 당당하게 앞줄에 섰던 첫날 이후로 점점 구석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그것마저 한 달을 채우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헬스장에 나 같은 손님도 있어야 운영이 되는 거라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가슴이 쓰렸다.

 여러 번 실패를 반복하다 보니 운동 자체를 하기가 싫어졌다. 운동은 내 길이 아닌가 보라며 합리화를 했지만 그렇다고 운동을 평생 안 하고 살자니 건강이 걱정이었다. 마음은 불편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신혼여행지가 휴양지로 정해지면서 접하게 된 운동이 바로 수영이었다.

 그런데 어라, 수영이 너무 재밌다! 다른 무슨 수식어가 필요 없다. 그냥 수영자체가 너무 재밌다. 물속에 있을 때 몸이 가뿐해진다. 어쩌면 나 전생에 물개였을지도 모른다. 초급반에 세 달을 머무른 걸 보면 바보 물개일 수도 있지만, 운동을 하며 즐거운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도 수영을 가고 있다. 수영을 통해서 다이어트를 성공했냐고? 그건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 보자.



*다이어트여행기는 매주1회, 늦은 금요일 혹은 이른 토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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