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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은 Jun 10. 2023

5.점심 먹으며 저녁 메뉴 생각하는 사람의 다이어트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는 시대를 지나 먹을 것이 지나치게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나치게' 그러니까 음식이 너무 많다. 나는 본디 까다롭지 않은 입맛을 가지고 태어났다. 중고등학생 때는 급식이 맛있었고, 대학생 때는 학식이 맛있었다. 더군다나 나는 요리도 좋아한다. 남이 만든 음식도 맛있는데 내 입맛에 맞춰 내가 만든 음식? 더욱이 맛없을 수가 없다. 결혼 후 요리에 취미를 붙인 나는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요리들을 열심히 도전했다.

신혼밥상의 기록들

 도전을 통해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한 것은 좋았으나, 어느 날 남편과 모처럼 놀러 간 카페에서 찍힌 내 모습은 행복한 돼지 그 자체였다. 앞서 말했다시피 신혼여행으로 인해 요요가 왔던지라, 원래보다도 + 가 된 체중계의 숫자 앞에 나는 절망했다.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닭가슴살과 샐러드를 빼놓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나 역시도 식단을 구성할 때 가장 먼저 구매하는 것이 닭가슴살이다. 코스트코로 가서 수지스 닭가슴살을 쟁이고, 쿠팡을 통해 6일 치 샐러드 채소를 구매했다.

 치킨을 먹을 때도 퍽퍽살을 먼저 찾는 나는 닭가슴살도 맛있었다. 처음엔, 처음엔 말이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닭냄새만 맡아도 물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다음에 시도한 건 온갖 다이어트 식품들이었다. 이전에 한 번 실패를 경험했던 셰이크를 제외하고 다이어트 도시락, 다이어트 떡볶이(!), 다이어트 치킨 등을 사서 쟁였다.

 잠시 말해보자면 나는 유통회사에서 가공식품 MD로 3년간 근무했다. 우리 회사에 유통되는 상품의 성분표는 꼼꼼히 들여다보던 나였지만, 우리 집 냉장고에 들어오는 식품들에게는 너무나 관대했다.

MD로 근무하던 시절

 모든 다이어트 식품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다이어트 식품들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먼저 그 식품들의 칼로리가 낮은 이유는 시중 제품에 비해 양이 적어서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 혹은 칼로리는 진짜 낮더라도 다이어트와 건강의 적인 당은 높은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또 다이어트 식품은 일종의 '카피본' 성격을 띠고 있는데, 카피본을 접할수록 '오리지널'에 대한 열망이 커지기 때문에 오래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다. 물론 다이어트 중 꼭 한 번씩 찾아오는 입 터짐을 방지해 주고, 좀 더 편히 다이어트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내 경우에는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다이어트만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식품들에 대한 구매를 멈추었다.

 결국 그 이후, 내가 현재 실천하고 있는 방법에 대해 공유해보려 한다. 먼저 당을 줄이기 위한 대체품을 찾았다. 설탕, 꿀 대신 대체당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용했다. 다행히 맛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대체가 가능했다. 소스류도 모두 대체당을 사용한 제품으로 바꿨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는 맛의 차이가 없거나,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경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건강에 좋아도 결국 맛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먹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섭취하는 탄수화물인 쌀밥도 되도록 잡곡을 많이 섞었다. 빵도 포기할 수 없었기에 밀가루로 만든 빵 대신 현미빵을 찾았다. 반찬을 만들 때도, 야채를 조금 더 넣고 기름을 조금 덜 쓰는 식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가 현재 실천하고 있는 식단의 공통점은 지속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나는 느리더라도 지속이 가능한 식단을 통해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싶다. 먹는 행복이 정말 중요한 사람으로서 올바른 식단을 찾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시행착오를 거칠 예정이다.

 식단에 대한 고민과 별개로 나는 다이어트를 꼭 해야 하는지, 왜 나는 건강에 문제가 없음에도 날씬한 몸을 그토록 원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의 답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상세히 말해보도록 하겠다.



*다이어트여행기는 매주1회, 늦은 금요일 혹은 이른 토요일에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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