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버킷리스트 ①⑧ 인도 황금사원의 아름다움 느끼기
황금 사원.
정식 명칭은 '하드 마디르 사히브(Sri Harmandir Sahib)'.
반짝이는 금으로 덮인 황금사원은 시크교 신자에게 신성한 장소이자
많은 관광객과 여행객이 찾는 장소이다.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이 곳은 나의 호기심을 만들었다.
'황금으로 다 덮여있다고?'
사원에서 숙박도 가능하며
무료 식사도 가능하다니!
황금 사원에 대한 관심으로
인도에 가기 전부터 내 마음은
황금 사원에 이끌렸다.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①⑧ : 인도 황금사원의 아름다움 느끼기
인도 여행을 함께한 오빠들과의 이야기 ▶ 굴곡 없던 내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
인도에서 만난 오빠들과 함께
리시케시에서 슬리핑 버스를 탔다.
아침 7시, 밝아진 아침을 맞이하며 암리차르에 도착했다.
"황금사원에 짐을 맡길 수 있다고 하는데,
우선 짐을 맡길까?"
우린 모두 동의한 뒤 황금사원으로 향했다.
피곤을 한아름 안고
이른 아침에도 수많은 인파가 있지만,
사진 속에서만 보던 황금사원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사원에서 나눠준 음식도 먹었다.
"밥 되게 맛있다!"
원호 오빠는 식사를 굉장히 좋아했다.
어쩌면, 함께 먹는 이가 좋아하면서 먹어서 그런걸까
델리에 있는 사원에서 현지 친구 나빈과 먹을 때는 거북하게 느껴졌지만,
왜인지 꽤 괜찮은 식사라고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거북해한 식사지만
맛있게 먹는 일행을 보며
신기한 마법에 걸린 느낌이었다.
"그러게! 맛있다!"
황금사원을 쭉 둘러본 뒤에는 국기하강식을 보러갔다.
암리차르에는 인도 펀자브 주에 위치해 파키스탄 국경과 가까이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근처 바카(Baga) 국경 검문소에는 매일 저녁 국기하강식이 진행된다.
매일 저녁 국기가 게양된 후 인도와 파키스턴 군대가 함께 국기를 하강하는 행사이다.
어느새 능숙하게 툭툭과 흥정하여 국기하강식 장소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저녁 6시에 시작하는 식을 기다리며 있는데,
5시부터 행사장 전체를 감싸는 노래가 울렸다.
이내 여성들은 나와서 춤을 춰도 된다는 문구가 뜨면서
관중석에 있던 여성들이 우루루 나오기 시작했다.
흥이라면 빠질 수 없는 나.
나도 흥에 취해 나와서 한껏 춤을 췄다.
저멀리 저녁을 맞이하며 지는 해를 바라본다.
인도풍 노래에 맞추어 흥에 겨워 춤을 춘다.
서로가 눈이 마주치면 웃음 짓고 함께 몸을 흔든다.
함께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는게
얼마나 흥에 겨운일인가!
춤을 추며 생각한다.
'지금 이 장면은 이후로도 기억하겠구나.'
인상적으로 뇌리에 박힌 이 장면을 음미한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국기하강식이 이루어지면서는 극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인도와 파키스탄 군인은 저마다 상대를 위협하는 특별한 몸짓과 손짓을 한다.
서로 타조같은 모자를 쓰고
두팔 벌려 힘을 자랑하는 군인들.
군인의 조그만 손짓에 관중석은 환호라는 소리로 가득해진다.
서로를 견제하는 동물의 본능이 느껴지면서도
퍼포먼스에 든든함을 느끼고 국민성이 고취되는 느낌도 받았다.
'남한과 북한도 이런걸 하면 재밌겠다'
남북한이 펼치는 국기하강식을 상상하며 피식 웃는다.
군인은 진행하며 관중석에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완전 군인이 아니라, 퍼포먼서인데?'
인도와 파키스탄 군인이 국경을 열고 악수하는 모습으로 막이 내리니,
한 편의 서커스를 본 느낌이다.
국경선을 소재로 만든 한 편의 서커스.
웅장한 노래,
흥겨운 인도바이브,
열광하는 인도국민들,
지는 일몰까지.
좋았다.
끝나고 황금사원으로 돌아가는 길.
깨끗한 거리는 가로등과 건축물이 서양식으로 되어 있다.
델리에서 본 거리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인도는 정말 다채로운 모습을 갖고있구나'
밤이 찾아오니 황금 사원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밤에도 수많은 인파는 황금사원을 지키고 있다.
피곤한 오빠들과 잠시 헤어지고 홀로
사원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린지 어느덧 30분이 흐른다.
뒤에서 계속 밀치는 사람,
새치기하는 사람, 자꾸 건드는 뒷사람까지
줄서는 사람들에 치이다보니
인도가 다시 싫어졌다.
'사실 인도는 매우 좋지만,
어쩌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들에게 반감이 생기는건 아닐까?;
반감과 호감.
인도를 향한 마음이 분 단위로 바뀐다.
'아무래도 인도는 ...'
피곤과 함께 인도를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려는 찰나에 사원 내부에 들어서는데,
세상에나!
황금 사원 내부는
이제껏 보아온 어떤 사원보다도 아름다웠다.
창가 사이로 보이는 물결도,
물결에 반사된 빛도,
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황금도,
사원 안에 울려퍼지는 시크교 기도문도,
주렁주렁 매달리 샹들리에까지.
사원을 이루는 모든 사물이
'아름답다'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로 느껴졌다.
'인도는 정말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구나.'
아름다움에 한껏 젖은 채
사원에 앉아 잠시 눈을 붙였다.
하루종일 쌓인 피곤은 눈 녹듯 사르르 녹아내렸다.
오빠들과 재회해 황금사원 숙박 준비를 했다.
혼자였다면, 하지 않았을 숙박.
함께여서 사원에서 무료 숙박과 시식까지 제대로 경험했다.
눕기에 적당한 곳을 사원 곳곳을 돌며 찾아다녔다.
어딜가나 이미 자리를 차지한 이들이 우리를 경계하며 쳐다보았다.
우연히 발견한 빈 공간.
바로 바닥에 자리를 잡아 하루를 마무리 짓는다.
사원 바닥은 마치 딱딱한 돌침대 같이 느껴졌다.
황금사원을 앞에 두고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돌침대 위에서 바로 눈을 붙였다.
'어느덧 여행이 100일정도가 다 되어가네.'
바쁘게만 살아온 나는 지난 100일간 여행도 바쁘게만 해온 거 같다.
중간에 쉬는 것도 여행의 일부이며
다음 행진을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길다랗게 서있는 대나무도
마디마다 중간에 쉼을 주듯이,
쉼은 여행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암리차르에 도착한 오늘 아침을 떠올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동하며 쉴 수 있던 오늘,
하루종일 버스에 있는게 어찌나 좋던지!
동시에, 지금 이렇게 딱딱한 바닥 위에서
두 다리 뻗고 침대에 누워 잠들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암리차르의 밤은
소용돌이처럼 빠르게 잠속으로 끌려가며 마무리 되었다.
온전히 잠에 빠지지는 못했는지,
중간중간 일어났다.
황금사원은 여전히 예뻤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밤기운이 황금사원 주위에 남아있었다.
다음날 아침,
다음 버킷리스트를 위해 델리로 향해야하는 나는
괜시리 자고 있는 오빠들에게 손짓으로 인사한다.
한국에서 만났다면 그저 옷깃을 스쳤을 인연은
인도라는 나라에 같이 여행을 왔다는 이유로 잊지못할 인연이 된다.
나의 어릴 적 버킷리스트를 함께한 오빠들과 이별하며 섭섭한 마음을 달랜다.
여행도 결국 사람과 함께 하는거구나.
결국은 사람과의 여행이구나.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낀다.
이후 나는 다시 델리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세계일주 93일차
암리차르에서 델리로 가는 버스에서.
여행의 이유는 다양하다.
서로가 자신만의 이유를 가지고 각자의 길을 걸어간다.
그러다 방향이 맞으면 함께 가기도하고, 맞지않으면 따로가기도 한다.
혹은 계획을 바꾸어 같이 가기도한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변화를 느끼며, 살아있음을 느낀다.
더럽고 경적소리가득하며 구걸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인도의 거리가 싫다.
그치만, 그 거리를 싫어하는 채로 떠나면 영원히 싫어할 것만 같다.
그렇기에 사랑하려고, 적응하려고, 이해하려고 노력중이다.
내가 여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릴적 막연하게 꿈꾸고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이다.
나는 욕심쟁이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행하는 이유, 일주일 뒷면 어느덧 여행을 시작한지 100일이 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지난 여행에서 나는
사람을 판단하는 법을 배웠다.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사람을 고르는 법을 배웠다.
적당히 거절하는 것은, 무관심을 주는 법을, 매일의 균형적인 루틴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잘 곳이 있는 감사함을 깨달았다.
무언가 얻으려고 발버둥치는게 어쩌면 잃고 있는 순간임을 깨달았다.
조건없는 베품에 눈물 흘리는 순간은 만들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 얼마나 적응력이 좋고, 친화력이 좋으며, 기록을 좋아하고, 사람과 자연을 좋아하는지도 깨달았다.
그리고 얼마나 게을러왔는지... 얼마나 안씻고도 살아남는지....
세상엔 수없이 많은 삶들이 존재하고, 믿음과 종교가 존재하며,
사랑과 증오가 존재하며, 돈과 베품이, 짜증과 무시, 이해와 논쟁.....
그럼에도 오늘도 해는 뜨고 인도의 경적소리는 울린다.
앞으로도 더 많이 사랑해야지.
이 세계를 느껴야지.
세상의 자유를 ....
데이지 (신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