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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 데이지 Nov 11. 2024

인도 I 타지마할에서 명상하기

데이지 버킷리스트 ①⑨ 인도 타지마할에서 명상하기

* [나의데이지]에 연재되지 않아 재업로드합니다. 

독자분들에게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침 5시 30분.

어젯밤 늦게 잠들어 4시간 밖에 자지 못했지만,

이른 아침 아그라행 버스를 예약해두었기에 

졸린 눈을 비비며 밖을 나섰다. 


아그라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인도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서다.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①⑨ : 인도 타지마할에서 명상하기 


*타지마할: 무굴 제국의 황제가 사랑하는 아내를 추모하고자 건립한 묘. 이슬람의 훌륭한 예술작품이자 세계 유산의 최고 걸작이다. (유네스코와 유산)




휴대폰을 통해 운전사를 부르려고 하니

이른 아침때문인지,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아침을 맞이하며 바닥을 쓸고 있는 여성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함께 큰길로 나가 툭툭을 잡으며 말했다. 


"툭툭 운전기사에게 30루피 이상을 주면 안돼요!"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도착한 버스정류장.

잘못 오른 버스에서 인도친구와 함께 신을 이야기하다보니 어느새 아그라에 다다른다. 



아그라행 버스에서 만난 그라부
 인도의 로컬 버스에서 신을 이야기하며  ▶ 신은 에너지야

해당 내용은 브런치에 11월 14일, <너의 데이지>를 통해 업로드 예정입니다.



"타지마할 - 타지마할 -"


아그라에 도착하기 무섭게, 버스 앞을 가득채운 툭툭 상이들과 신경전이 시작된다. 

타지마할과 아그라 요새를 둘 다 바삐 보고 밤에 떠나야 하는 상황.

일몰 전에 입장을 마감하는 두 장소를 둘다 보고 싶은 욕심은 가득하다. 

그렇게, 도로 위에서 툭툭과의 한판이 시작되는데 ····.



"200루피!(약 3,300원)"


생각보다 많이 부르는 툭툭 기사이지만

더 이상 실랑이로 인해 입장을 못하는건 싫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가자!'


"200루피! 콜!"



사진: Unsplash의Karthik Chandran


덜그럭 거리는 툭툭을 타며 

아그라 거리 풍경을 바라본다. 


'내가 드디어 타지마할에 가는구나!'


어릴 적, 엽서에서 보았던 타지마할. 

웅장하고 화려해보이는 흰색 대리석의 모습은

초등학생이던 나에게 미지의 곳이자 동경의 장소였다. 


이미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수없이 본 타지마할이지만,

실제로 무덤을 마주하며 느낄 생생함에 가슴이 떨리기 시작한다. 




"500!!!"


설렘도 잠시,

툭툭은 갑자기 배가 고프다며 500루피를 내놓으라고 한다.


'허, 어이가 없어서 ..'


200루피로 합의를 봤는데, 

갑자기 500루피를 말하는 그에게 당황한다. 


"싫어! 아까 200루피로 합의 봤잖아!"


"네가 내린 곳에서 타지마할까지 거리를 봐!

그리고 너는 돈이 많으니 여행을 하고,

나는 돈이 없는데 배가 고픈걸!"


배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운 연기를 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냈다.


"싫어!!!!!!"



인도 여행하며 만난 수많은 실랑이지만,

유독 그에게 소리를 친건 아닌지 마음에 걸린다. 

남몰래 미안해하며 아그라 풍경을 바라보는데,

이전의 타툼은 언제 했냐는 듯 툭툭기사는 말한다. 


미니 타지마할의 모습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 있는거 보이지? 저건 미니 타지마할이야.

그리고 지금 지나가는 이곳은 아그라 요새야."



한 순간에 변하는 태도에 당황해하며 

내리려는데, 기사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500루피"


"싫어!!"



시간은 촉박하지,

툭툭 기사에 마음은 예민해지지,

날씨는 덥지,

가방은 무겁지 ···.



좀체 불쾌함을 누그러뜨리지 못한 채

씩씩거리며 타지마할로 향한다.  

 


가방은 근처 카페에 맡겼다. 사진은 아그라 요새.


타지마할 구역에 조금씩 가까워질 수록 

씩씩거리는 마음은 그새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바뀐다. 



"오- 꼬레아- 픽쳐 픽쳐!"



사진을 찍어달라는 인도인들과 사진을 한참을 찍고나니 


타지마할을 맞이할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눈 앞에 흰 옥빛의 타지마할이 드러난다. 







지금 보고 있는 무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믿지 못해서였을까


처음 마주한 타지마할은 

마치 장난감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타지마할이 내뿜는 아름다움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살면서 본 무덤 중에 가장 아름다운 무덤이었다. 



타지마할 안의 무덤은 모형이라고 하지만,

무덤사이를 둘러싼 공간과 높은 천장은 무굴 시대의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메아리 울리는 공간은 

권력과 아름다움,

욕심과 욕구,

나아가 투쟁이 느껴진다. 

차디찬 대리석을 만지며 타지마할을 있는 힘껏 음미한다. 



'나는 죽고 난 뒤, 어떤 무덤을 갖게될까?'


타지마할 그늘에서 누워서 바라본 하늘



더위를 피해 그늘 아래 대리석에 누워 죽음을 상상한다. 


분해되어 자연 속으로 사라지는 내 모습을 생각한다.

 

그저 자연에 녹아드는 나의 죽음은 

누워서 바라보는 화려한 대리석 천장과 대비된다.


타지마할이 가진 권력. 그 권력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저 한풀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상상이라니!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도,

죽음을 향한 인간의 

참으로 아름답다.









아그라 요새에서 일몰을 바라보며 들어오는 머릿속 생각을 받아들인다.



아그라 요새와 타지마할을 못볼까봐 조급했던 마음,

툭툭 기사와 300루피로 실랑이를 벌이며 씩씩대던 순간,

하루를 스쳐간 감정은 말끔히 사라진 듯

일몰의 여유를 바라보니 생각이 스며든다. 



더럽고 냄새나는 길거리를 수없이 펼쳐진 인도에서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사원을 보았다.

그리고, 오늘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보았다. 



역시,

인생은 모순의 연속이구나. 



아그라 요새를 덮는 붉은 빛의 일몰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온화해지고 평화로웠다.


문득 떠오른 소중한 친구에게 편지를 작성했다.


윤정이에게 

윤정아 안녕. 잘지내? 
나는 지금 인도 아그라 요새에 있어. 
지는 해를 바라보다보니 문득 너가 생각이 나네. 
오늘도 열심히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너의 모습이 저절로 상상된다. 

인도는 정말 더러워. 
길거리에는 쓰레기가 가득하고 사람들의 겅적소리는 끊이질않아.
 여행을 하면서 인도에 오고나서 처음으로 여행이아닌 생존을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어. 
인도에는 다시 오지않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어제는 인도 황금사원에서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을 봤고, 
오늘은 터지마할에서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봤어. 

더럽기만한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다니, 정말 모순적이지? 
삶도, 사람도, 인생도 모순의 연속인 거 같아. 

그러한 모순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웃으면서 살아가겠지. 
웃음은 날개를 갖지않은 인간의 날개짓이야. 
여행하면서 웃음이 얼마나 보물같은 소통인지 많이 깨닫곤해. 
아름다운 이 삶에서 웃음의 날개를 가진 사람이 되자. 





돌아오는 길,

걸어서 큰 도로로 빠져나오는 나에게 

툭툭기사가 20루피(약 320원)를 부른다.


"20루피? 고마워!"


냉큼 툭툭에 올라 도착 전,

20루피를 건네는 나에게 툭툭기사는 말한다. 


"더 줘야지?"


"너가 20루피라고 하지 않았어?"


"그건 내가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친구가 그런거지."



툭툭 기사 옆에 앉은 친구는 헤벌레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갑작스레 말을 바꾸며 돈을 요구하는 툭툭기사를 보며 생각한다.


'그래, 여기는 인도니까 ···.'


아그라가 가져온 일몰의 감성은 사라진 채

다시 인도라는 사실을 자각한다. 


우연히 만난 친절한 인도 가족


짐을 챙겨 버스정류장으로 가려는데,

마침 카페 손님도 같은 길이라며 나를 데려다 주었다. 

차에 오르니,  가족들은 나를 열렬히 환영해주었다. 


"밤에는 위험해.

안전하게 다녀야 해."



처음 본 이방인이지만,

걱정해주고, 안전하게 들어가는지 챙겨준 분들. 


껌껌해진 밤이지만, 

가족들 덕분에 안전하게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사무실에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며 오늘 하루를 떠올린다. 



인도 아그라 요새에서


인도에서 참 여러 감정 선들과 줄타기를 한다. 

정말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들과 정답게 미소를 주고받는가하면 

툭툭아저씨, 인도사람들과 호객행위에 인상을 찌뿌리기도 하고, 

운좋게 같은 방향의 차를 얻어타 안전하게 이동하는가 하면, 

완전히 잘못 도착한 것도 모자라 잘못된 버스에 올라 시간도 지연된다. 


그러나 덕분에 좋은 친구를 만나고 

힌두교의 정수를 느끼기도했다. 


여행은, 

이 맛에 가는게 아닐까. 

인생은, 

이 맛에 사는게 아닐까.



인상찌뿌린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도 인도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만의 방법을 찾는 수밖에···.






아그라 안녕! 

델리도 안녕! 


그렇게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들었던 인도의 대표 도시, 바라나시로 향한다.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유튜브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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