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버킷리스트 ②① 요가의 고장, 리시케시에서 요가 배우기
요가의 본 고장 리시케시.
수많은 요가 수련자들은 이곳에서 요가의 깨달음을 얻는다.
단순히 몸을 늘리는 운동이 아닌
마음을 비우고
나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며
나와의 깊은 대화를 만드는 요가.
인도가 가진 성스럽고 구루적인 이미지는
인도에서 요가를 배우고 싶다는 욕망을 만들었다.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②① 인도에서 요가 배우기
델리에서 리시케시로 넘어오니
확연히 줄어든 경적은 리시케시에 도착했음을 알려줬다.
도시를 관통해 흐르는 갠지스 강은
굵고 강렬하게 멈출 줄 모르며
평화가 느껴지는 냄새는
리시케시의 공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인도에서 함께 여행하게 된 동행 오빠들.
오빠가 운영하는 호스텔에 아침 요가 수업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5시 30분? 나 가보고 싶어!
인도에서 요가 배우는 게 내 꿈이야."
알람을 깜박해 눈뜨니 5시 50분.
요가를 배우고 싶다는 간절함은
피곤을 느낄 새도 없이 오빠들 호스텔로 나를 이끈다.
눈 뜨자마자 세수도 하지 않은 채 달려가니
요가 강사도 자고 있었다.
그는 안내 직원이 부름에 급히 일어나
눈곱을 떼면서 부리나케 요가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푸핫'
체계 없이 이뤄지는 요가수업이
인도에서 느낀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 같아 웃음이 나온다.
동시에, 아침 소리를 가득 채우는 새소리에 미소 짓는다.
'인도에서 요가를 배우다니!'
"나마스떼(Namaste)는 '내 안의 신성한 존재가 당신 안의 신성한 존재를 존경한다.'는 의미예요.
요가를 마치고 나면 '나마스떼'라며 인사를 하곤 하죠."
요가 강사는 이내 "나마스떼"라고 말하며 요가를 시작한다.
곧바로 나는 요가의 고요함에 빠지기 시작했다.
고요해진 마음과 정신은
리시케시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처럼
평온하고도 달콤하게 다가온다.
요가를 하는 중에
선생님 뒤로 커다란 창문이 시야에 잡힌다.
창문 너머 흐르는 갠지스 강은
평온하지만 강렬하게 무언가로 향하고 있었다.
놀랄만치 고요한 리시케시는
델리 길거리의 모든 혼잡한 다 잊게 만든다.
델리 뿐인가,
세상 모든 혼란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만든다.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
내면의 나와 만나는 시간
놀랍도록 고요한 숨결 속에서
존재의 본질적인 부분과 연결된다.
요가 선생님을 따라 각각의 자세를 따라 한다.
몸을 힘껏 늘리며 호흡에 집중한다.
공기를 마시고 내쉬는 과정에서
존재인인 '나'와 육체의 '나'가 연결됨을 느꼈다.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명상으로 요가를 마무리하며 생각한다.
'이 기분, 최고다'
하타 요가 (Hatha Yoga)
하타요가는 요가의 기본적인 형태로 자세와 호흡법을 배우며 마음과 몸의 균형을 맞추는 수련이다.
어설픈 요가 강사의 수업이었지만,
인도에서의 첫 요가는 내게 뜻깊게 남았다.
힘과 유연성에서 나아가
내면의 평화를 선사해 준 순간.
요가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리시케시에 머무는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요가를 배웠다.
리시케시 거리를 걷다가 보이는
마음에 든 요가 수업이 있다면
바로 수업을 신청했다.
하루는 하타 요가를 배웠다.
강한 힘을 주는 자세,
유연함을 발휘하는 자세,
인내심을 요하는 자세에서도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내 몸을 받아들인다.
점차 고요하고
부드러워지는 내 안의 에너지를 느낀다.
숨을 들이마시고
숨을 내쉬며
내 몸을 순환하는 에너지를 느낀다.
신체적 해방감을 느낀 순간은
마음의 안정감을 갖다 준다.
버킷리스트로 체험만 해볼 생각은
상쾌한 기분과 함께 완전히 바뀐다.
"아,
아무래도 요가에 중독된 거 같아."
하루는 기초 요가(Basic Yoga) 수업을 들었다.
리시케시 거리를 걷던 중 발견한 우연히 수업.
시간과 비용이 잘 맞아 그 자리에서 바로 듣게 됐다.
몸과 마음의 조화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는 마치
내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내포한다.
내 존재 자체가 세상과 연결됨을 느끼고
나 자신과 연결됨을 느끼며 내적 평화를 얻는다.
요가를 마친 뒤,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으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연두색과 파란색의 픽셀 층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 안에서 빠져나오는 무언의 것들이
강렬한 연두와 파란빛을 내뿜고 있었다.
빛들은 짜릿한 평화를 주었다.
요가는 짜릿한 평화이다.
실눈으로 바라본 천장.
선풍기의 프로펠러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요가 수업이 끝나고 느껴지는 상쾌한 마음.
이 상쾌함을 잊고 싶지 않아
리시케시를 떠나는 날 아침까지도 요가를 배웠다.
하루는 숙소 근처에서 빈야사 요가 수업을 들었다.
정적인 자세 유지의 하타 요가와 달리
플로우(flow)라는 동작을 연속적으로 만든다.
이에 다양한 자세 변형이 나타나는 빈야사는
몸이 취할 수 있는 자세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무리하지 않아도 좋아요.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 하세요."
요가 선생님의 말을 따라 펼칠 수 있는 최대를 취한다.
내 몸의 한계를 받아들이며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을 취한다.
다른 이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며
내가 허락하는 선에서 나아갔다.
내 몸과 내 정시를 존중하며
요가가 주는 평온함을 느낀다.
여러 가지 요가 중에서도
근력 운동이 가능한 빈야사 요가.
적당히 흐르는 땀과 함께
나 자신과 대화하며 적당히 몸의 균형을 찾아갈 수 있었다.
"데이지는 요가에 탁월한 몸을 가졌어요.
요가를 포기하지 말아요."
요가를 마친 뒤 바라본 갠지스강의 일몰은 환상적이다.
장렬하게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회고한다.
요가를 통해서 단순히 운동을 넘어
몸과 마음, 영혼을 하나로 묶어주는 과정을 느꼈다.
경적이 울리는 시간조차도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는 순간.
내 몸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순간
내 안을 감싸는 내적힘에 귀 기울이는 순간.
첫날에 어설프게 시작한 요가이지만,
리시케시를 떠나는 날
진정 요가를 통해 만나는 감정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갠지스 강처럼
흐르는 생각 위에서 보낸
단순하고 고요한 숨결들.
차분함이 가져다준 집중력은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자신감을 줬다.
18kg의 무거운 배낭을 메기 전,
두 손 모아 합장을 한 뒤 말했다.
"나마스떼!"
요가를 통해 얻은 균형과 자신감을 갖고
나는 또 다른 나의 꿈을 이루고자
인도 남부, 벵갈루루로 향한다.
데이지 (신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