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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I 고대 도시 페트라에서

데이지 버킷리스트 ②③ 사막 느끼기

by 여행가 데이지


요르단 남부 사막에 위치한 페트라.

페트라는 웅장한 절벽과 협곡으로 둘러싸인 고대도시를 품고 있다.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②③ 사막 느끼기


페트라에서 처음 마주한 사막은 가히 장관이었다.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역사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곳.


절벽을 뚫고 만들어진 고대 나바테아인들의 터전과

사막이 어우러져 보인 모든 순간은

장엄하고 신비로운 느낌으로

나의 첫번째 사막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요르단 페트라에서 두명의 베두인을 만났다.

리틀페트라에서 만난 따뜻한 벨라,

빅페트라에서 만난 유머있는 잭스페로우.


사막의 유목민 두명의 베두인은

처음 만난 사막을

잊지 못할 순간으로 만들어주었다.




#1. 요르단, 리틀페트라로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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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아카바에서 페트라로 가는 길



사막지대가 펼쳐져있고 사막이 쓸쓸하지 않도록

커다란 돌덩이가 묵묵히 사막과 함께 지키고 있다.


길 사이로 하나의 긴 도로가 쭉 나있는 곳을 따라가니

가히 처음보는 풍경이 펼쳐진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랍인의 모습에서 낯설음이 풍긴다.

이들은 하얀 로브와 빨간색 체크무늬 천을 머리에 둘러쓰며 이국적 분위기를 낸다

도로 위로 염소와 낙타조차 낯선 매력을 풍긴다.



'정말, 사막의 목동이잖아!'



아랍 국가에 도착했다는 낯설음이

심장을 뛰게한다.

아랍인이 풍기는 이국적 향기에

궁금한 내 몸이 미친듯이 이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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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리틀페트라


와디무사라는 마을에서 몇미터 떨어진 곳에 페트라의 거대한 도시가 있고,

그 입구로 들어가기전 방문자 센터가 있다.

그곳에서 나는 베두인, 벨라와 만났다


요르단 베두인과 사막에서 보낸 시간 다시보기 ▶ 서로를 만지며


벨라를 따라 사막에 들어서는데

깊숙히 들어갈수록 인적이 드믄 사막이 펼쳐진다.




#2. 나의 첫 사막이야!


사막을 처음 마주한 나는 그 광경이 장엄하고 놀라움으로 가득찼다.

끝없이 펼쳐진 페트라의 단단한 바위와

강렬한 햇빛이 만들어내는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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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두인 벨라를 따라 리틀페트라를 구경하며, 벨라와는 여행자커뮤니티 '카우치서핑'을 통해 연락이 닿았다.


그들의 삶은 바위에서 시작해 바위에서 진행돼 바위에서 끝난다

바위를 신처럼 여긴 고대 나바테인들의 삶이 담긴 페트라에 가는 길은

바위에서 삶을 시작해 삶을 마치는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



커다란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간을 마주했을 때의 감각은

멀리 떨어져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그 공간에 압도되고 입이 그저 벌어진다.



벨라가 건넨 아랍식 차를 마시며

커다란 창문 너머로 펼쳐진 사막을 바라봤다.

창틀 사이로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잔잔한 아람 노래를 듣고 있는 순간이라니.


이 순간의 평화,

고요함,

사막의 조용함을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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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을 맞이하는 사막


갈색, 붉은색의 돌멩이와 흙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페트라의 분위기를 압도하는데 음미를 더한다.


바위 사이로 번진 주홍빛의 하늘은

점점 짙어지는 빛으로 은밀하게 밤을 준비하고 있다.

하늘은 깊은 우주의 모습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제껏 보지 못한 지구의 색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니.



마치, 친한 친구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되며

더욱 가까운 사이로 느껴지듯이

지구의 몰랐던 모습을 보았다는 사실은

지구를 온전히 껴안는 느낌이 든다.


신기함과 좋음이 공존하는

어쩌면, 그 순간 가장 아름답다는 풍경의 곳을 본 순간이

페트라를 처음 봤던 그 순간일터이다.



#3. 사막에서의 첫 날밤, 수많은 별들이 내게 인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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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가 차려준 근사한 저녁

벨라의 근사한 저녁을 먹고

일몰을 멍하니 바라보고나니

사막에 밤이 찾아왔다.


잠깐 별을 보러 나오니

수없이 많은 별이 하늘위에 펼쳐져있다.

은하의 흩어진 보석이 다함께 운동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깜깜한 밤을 채우는 별들은

우주의 신비를 나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사막의 밤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별똥별을 2개나 보는사이에

끝없이 펼쳐지는 은하수는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떻게 이 풍경을 두고 캠프 안에서 잘 수 있겠는가.


"데이지, 여기서 별 볼거야?"


"당연하지!"


벨라의 질문을 듣자마자 캠프 안에서 매트리스와 이불을 챙겨 나왔다.

은하수를 천장삼아 사막 바위 위에 누워 있는 이 순간.

문득 이스라엘에서 만난 세르지오, 엘레나의 말이 떠올랐다.


"데이지

인생은 한번 밖에 없어.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찾아오지 않아.


너는 낮에 오늘 저녁에 이렇게 보내게 될거라고

상상하지 못했을거야.


지금 이 순간은 예측할 수 없고

상상할 수 없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이 순간이야.”



그토록 오고 싶었던 사막.

생전 처음 듣던 나라인 요르단에서

사막의 유목민, 베두인 벨라와 함께

밤하늘 별들과 인사한다.


하늘에 별이 수도 없이 펼쳐진 밤하늘 아래에서

어릴 적 품은 꿈을 이루고 있다는 감정을 느낀다.

다시 찾아오지않을 이 순간이

더없이 찬란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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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와 함께 돌멩이 침대 위에 누워 별을 바라봤다.


조금의 졸림과

달콤한 별의 만남은,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하면서도

누구보다 깊은 잠에 빠져들게 했다.






#4. 사막에 있는 고대 도시, 페트라



리틀페트라에서의 황홀한 밤을 보내고 나니

별들의 축제는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오로지 적막으로 가득찬 사막 아침이 나를 반겼다.


무미건조함 속에서 나오는 평화로움은

어제의 침대가 되어준 바위처럼

굳건하게 공기를 채웠다.

아침의 사막은 고요한 아름다움을 가졌다.



몸에 모래가 들어가있는 촉감을 느끼면서 몸을 일으켰다.

곧바로 빅페트라에 가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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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 중심으로 가는 길, 떠오르는 해가 나를 반기고 있다.



이른 아침 페트라에 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사람이 없어 오로지 고요한 페트라만이 나를 반겼다.

고대 도시의 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페트라를 음미했다.



음 음 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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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와 돌덩이 밖에 없는 곳에 앉아서 정착한 고대 나바테아인을 떠올린다.


바위를 조각하고,

집을 만들고

동굴에서 살아가는 삶은

이제껏 상상도 해보지 못했기에

고대 나바테아인의 흔적을 느끼는 모든 순간이

흥미와 감동으로, 나아가 존경심이 되어 다가온다.


그리고 다짐으로 다가온다.


돌덩이처럼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지.

길고 오랜 세월을 꿋꿋이 버텨내고

사람들 기감에 대화 준 바위들.


돌덩이가 강하다거나,

엄청나다 혹은 연약하다 등

어떠한 생각도 갖지 않고,

바위에 자체에 대해서도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돌덩이는 그 무엇보다 강하고,

단단하며,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존재이자,

과거와 오늘날 역사를 이어주는 중요한 존재였다.

나도 페트라 돌덩이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지.



페트라 희생에 재단에 올라서니

아름다운 바위 장관이 연출되었다.

수많은 바위들은 절경을 이루며

묵직하고 담대하게 내 모든 시야를 차지했다.



과거 나미비아 시대 때 사람들이 살아온 바위의 흔적은

지금도 숨을 쉬듯이 살아 움직여 현대인들을 초대한다.


그들이 살아온 흔적의 자취를 따라 걸으면서

인간의 본능과 생존능력에 대해 생각했다.


과거 바위에 흔적을 내다니.

그곳에서 살아갈 생각을 했다니.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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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넘게 페트라 곳곳을 구경했다.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바위들.

더위의 녹은 건지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건지 모르겠다.


이른 아침부터 도착해 페트라 곳곳을 걸어다니며

다시 보지는 못할 수 있는 아름다운 돌덩이를 음미하면서 걷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베두인이 말을 걸었다.

베두인은 본인을 '잭스페로우'라고 소개했다.


페트라에서 베두인과 보낸 잊지못할 순간 다시읽기 ▶ 행복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아


잭스페로우는 페트라 곳곳에 숨겨진 곳으로 나를 초대했다.

왕릉(Wadi Musa), 페트라 교회, 페트라 도로, 페드라 신전 등

잭스페로우는 오늘의 특별 가이드가 되었다.



햇빛과 정면으로 인사하며 돌덩이 길로 여행했다.

가파른 절벽 일부를 올라가 능선을 따라 이동했다.

좁고 가파른 길 위에 돌덩이는 이동을 불안하게 하면서

그 불안함마저 짜릿하게 마음을 요동쳤다.

눈이 멀것 처럼 강렬한 태양은 내 마음을 아는지

자신의 빛으로 바위를 통통 튀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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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나바테아인들의 종교적 신념과 생활상을 엿보는 느낌을 차치하고

잭스페로우가 고른 아랍 곡에 맞추어

힘겹게 춤을 추는 이 순간.


더없이 소중한 이 순간에서

나를 감싸는 고대 도시 페트라의 웅장함을 느낀다.

그 웅장함은 잭스페로우와의 추억으로 물들어 잊지 못할 순간이 된다.


잭스페로우는 가져온 스피커로 아랍 노래를 튼다.

흥겨운 아랍 노래에 맞추어 우린 흥에 취하며 춤을 춘다.

페트라 뒷산 산골짜기 여기저기에 아랍 노래가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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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에서 만난 베두인, 잭스페로우와 함께

그는 내게 페트라의 일몰을 보여주겠다며

져버릴 것 같은 해를 추격하고자 빠르게 나귀에 나를 올린다.

우린 사막 마을에서 우리를 둘러싼 돌멩이 위로 해를 쫓는 격추를 시작한다.


"얄라 페파리!"



그는 안장에 함께 올라 발을 동동 움직이며

자신의 람보르기니를 운전한다.



나귀는 자신의 발굽을 이용해 있는 힘껏 우리를 운반하니

조금씩 드러난 돌멩이 정상에 퍼져있는 붉은 색의 일몰만이 우리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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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스페로우!

정말 환상적인 일몰이야!"



바위 틈 사이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고등색, 붉은색의 돌멩이는 사막을 이루는 모래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페트라 분위기를 압도하는 게 음미를 더 한다.



멀리 떨어져 돌의 향연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공간에 압도감을 느꼈다.

고대 도시 페트라가 품은 일몰의 경외감에 압도된 채 말을 잇는 내 앞에서

잭스페로우는 스피커 너머에서 울리는 아랍 노래에 맞추어 춤을 췄다.



"샤와바디(잭스페로우의 감탄사)!!"



일몰 풍경이 시야에 잡히자마자 나도 모르게 뺨에 눈물이 흐른다.

내가 바라본 일몰 중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기때문일까.

베친의 조건없는 베품과 나눔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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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페트라가 주는 이 아름다움을 즐겨!

샤와바디!"


바위틈 사이로 비쭉 튀어나온 일몰은 여명을 배경으로 그는 춤을 춘다.

내게 말하며 흥겹게 춤추는 그를 따라 나도 있는 힘껏 춤을 춘다.



"샤와바디 !!"



그를 따라 붉게 펼쳐진 일몰의 향연에 대고 있는 힘껏 소리를 친다.

세상을 향해 내뿜는 나의 소리는 붉은 일몰에 녹아내린다.

페트라가 가진 장엄함과 페트라가 품은 일몰에

오로지 몸을 맡기고 나는 소리를 지르고, 춤을 춘다.



눈물을 계속 흘렸다.

아니,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해서.

함께하는 베친에게 너무 고마워서.

페트라의 일몰이 너무 아름다워서.

돌멩이가 주는 아름다움을 깨달아버려서.

그리고, 살아있음을 느껴서



"잭스페로우!!

지금 나 너무 행복해!!

행복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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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우리의 손님이자 왕이야.

네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해! 나의 왕이시여!"


감당하지 못하는 행복감에 내 얼굴은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보인다.

흥겹게 흔드는 손과 몸짓으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즐기는 일만을 할 뿐이다.



"샤와바디 !!!!"


그 순간은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몰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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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잊지못할 나의 첫 사막은

행복으로 범벅된 눈물과 함께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게 되었다.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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