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버킷리스트 ②② 해외봉사 해보기_인도편
'해외 봉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밝게 웃는 아이들과 함께 웃는 봉사자의 모습이다.
모자와 조끼를 입고 함께 손을 흔드는 봉사자의 이미지는
오래전부터 뇌리에 줄곧 남아 있던 이미지였다.
밝게 웃는 아이들 속에 있는 봉사자들의 사진 속에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②② 해외봉사 해보기
사진 속 아이들의 눈망울로부터 배우고 싶은 갈망은,
순수하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부터 배우고 싶은 갈망은
가슴을 쿵쾅거리게 했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해외봉사가 가능한 곳곳에 문의를 넣기 시작했다.
Hello. My name is Yejin Shin.
I am majoring in media communication. I can edit videos, take photos, and analyze articles. I am very interested in the world. I like to teach children, exchange cultures, and communicate. It is my hobby to learn new ideas by talking with various people.
I can teach English to children and also teach Korean culture. I want to let children know and communicate talents such as Taekwondo, Korean instruments, and painting. Also, I am adaptable. I am confident that I will quickly learn and serve in various fields ······.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신예진입니다.
저는 미디어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편집, 사진 촬영, 기사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문화를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배우는 것이 제 취미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한국 문화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태권도, 한국 악기, 그림과 같은 재능을 알리고 소통하고 싶습니다. 또한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저는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배우고 봉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 무턱대고 이메일을 보내기도,
봉사자와 봉사센터를 연결하는 공식 단체에 지원하기도,
한국 여행자 커뮤니티를 통해 연락을 하기도 하면서
해외 봉사 곳곳에 문의를 보냈다.
"데이지! 당신을 만나게 되어 기뻐요!
함께할 봉사를 통해 마을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에요."
연락 온 여러 단체 중에서 [국제워크캠프기구]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도 벵갈루루 근처, Mysuru에서 이루어지는 봉사는 내용적으로, 시기적으로 잘 맞았다.
마침 인도 여행을 끝마치면서 봉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인도 아이들을 만나 함께 지내는 상상은 나를 가슴 뛰게 했다.
후에 [국제워크캠프기구]는 신청자 미달로 봉사 내용이 바뀌었다며 내게 연락을 보냈다.
"Mysuru 근처 Hunsur라는 작은 마을에서 화장실 건축 봉사를 하게 되었어요.
프랑스의 건축 전공 학생들이 하는 프로그램인데, 아쉬운 데로 그 팀과 함께 봉사해도 좋아요."
여행 계획을 다 세워놓았던 터라,
일정 변경도 어렵거니와 변경된 일정도 나쁠 거 없어 냉큼 답했다.
"좋아요!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습니다."
세계여행 100일 차,
나는 인도 남부의 한 작은 마을,
Hunsur에서 2주간 해외봉사를 시작했다.
훈수르 마을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마을을 둘러봤다.
마을은 인터넷 연결, 화장실도 없는 마을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나무판자를 대충 세워놓고
그 위에 천을 둘러 화장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일부는 아예 화장실이 없었다.
화장실이 필요한 이들에게 화장실을 지어주는 일이라니!
앞으로 하게 될 봉사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봉사팀은 짓게 될 화장실 위치를 살폈다.
우리는 봉사 기간 동안 화장실 6개를 건설하는 목표를 갖고
두 팀으로 나누어 3개씩 화장실 건설을 맡았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마을 길가에 자란 망고, 생파파야, 코코넛 등 형형색색 과일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인도 남부의 푸르른 하늘이 시야에 보인다.
남부 하늘의 청명한 모습은 내가 원하는 인도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인도 남부가 좋아졌다.
하루는 학교에 들렸다.
오로지 두 명의 선생님만 존재하는 학교.
나이 상관없이 아이들은 똑같은 공간에서 교육받는다.
제대로 된 책상 하나 없는 빈방에서
어른들은 학교라는 이름을 짓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아이들은 저마다 보물을 갖고 있었다.
순수한 미소와 밝은 호기심.
부족한 시설임에도 아이들은
삶의 비밀을 품고 내게 줄곧 물었다.
“왓이즈유어네임?”
영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해맑게 질문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반복해서 "왓이즈유어네임?"을 묻는다.
이렇게나 순수하고 밝은 눈이 있을까.
문득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렇게 궁금해하던 인도에 머물고 있으며,
그렇게 꿈꾸던 해외봉사를 하는구나.'
기분이 오묘했다.
멜랑꼴리 한 기분을 느끼며 아이들을 바라봤다.
다짐했다.
'앞으로 봉사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겠으나,
여행하며 느껴온 인도라는 체계에,
생각처럼 되지 않을 모든 것에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도 하고,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가져야지.'
이후로도 나는 아이들의 눈빛을 볼 때마다,
봉사 시작할 때의 첫 순간을 떠올렸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된 버스에 올라
훈수르 마을로 향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봉사를 하며 주어진 조금의 휴식시간 동안
마을을 오가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구멍 난 셔츠를 입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셔츠를 입으며 맨발로 다니는 동네사람들.
동네를 걸어 다닐 때면, 모두들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어이!"
지나가는 내게 말을 걸고는 묻는다.
"왓 이즈 유어 네임?"
마을 사람들은 공용수도에 나와 빨래를 하고,
옆에 있는 민트 풀을 비누로 사용하며 살아간다.
화장실 없이 살아가는 많은 가구들은
여전히 아무 곳에 나무막대기와 천을 설치해 화장실로 사용한다.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조금 엿보며 깨닫는다.
각자 저마다의 삶의 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마을에 들어서면 버스를 향해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들.
학교에 들어서면 멀리서부터 인사하러 달려오는 아이들.
마을 아이들에게서 받은 에너지는 그 무엇보다도 나를 행복하게 했다.
학교에 있다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을 짓고 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은
화장실 공사를 위해 쌓아둔 시멘트와 벽돌로 장난을 친다.
"샬루(봉사담당자), 저 아이들은 왜 학교에 가지 않는 거야?"
"부모님도 교육받고 자라지 않았기에,
자식들도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모르는 거야.
아이들도 본인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지."
"그럼 저 아이들은 보통 자라서 어떤 사람이 돼?"
"글쎄.
마을에서 노동자로 지내면서 살아가겠지?"
마을 사람들은 이제껏 내가 살아온 환경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2주간 봉사하며 그들의 삶을 반복해서 보고 있으니,
마을 사람들이 지나왔을 삶의 농도와
다른 사람들이 지나왔을 삶
그리고 내가 지녀온 삶의 농도가 많이 다를 것을 깨닫는다.
마을에서 바라본 코코넛 나무의 광활함,
하얀 구름과 푸르른 하늘,
가만히 있어도 먼저 말 걸며 다가오는 마을 사람들,
시멘트 재료 위로 모래성을 쌓으며 노는 아이들,
노란색 콧물이 나와있는 채로 웃음 짓는 아이들,
가정집에서 매번 나눠주던 비스킷과 짜이 한 잔까지.
나는 조금씩 마을을 내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본격적인 화장실 건설을 하기 앞서, 푸자로 의식을 치렀다.
신에게 무사히 건설을 마치게 해 달라는 의식이었다.
이마 중앙에 붉은 점을 찍은 뒤, 의식을 마치고
마을 도우미 지휘 아래에서 화장실 건설을 시작했다.
마을사시는 분의 줄자 아래 크기를 재고 마킹을 했다.
마킹한 자리를 따라서 흙을 파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깊게까지 파야했기에
고작 한 부분만 파고 났는데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이후에 점심을 먹고 두 번째 마킹한 부분에 흙을 파기 시작했다.
학교가 끝난 아이들이 봉사자들이 흙을 파는 게 신기한지 몰려들었다.
"포토! 포토!"
아이들은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아이들을 지정시키고 사진을 찍고 나면,
사진 속에서 아이들은 눈빛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은 순수하고 밝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부터
배우고 싶은 갈망을 말하고 있다.
종종 화장실 공사를 하다가 휴식을 취할 겸
학교 공터로 넘어가곤 했다.
저 멀리 한국인이 오니 아이들은
그새 달려들어 나와 손 잡는다.
우린 함께 쎄쎄쎄 놀이도 하고, 춤도 췄다.
아이들은 통과 막대로 드럼 연주를 하면서 춤을 추는 걸 즐겨했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되려 에너지를 받게 되었다.
그 에너지로 다시 화장실 공사를 하러 가곤 했다.
하루는 중간에 휴식을 취하며 앉아있는 나에게
어느새 따라온 아이들은 여기저기 꽃을 따와 내게 주었다.
옹기종기 모인 조그만 꽃들이 어찌나 귀엽고 순수하던지.
길가에 핀 꽃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좋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아이들은 창문 너머로 우리에게 손을 세차게 흔들었다.
해맑게 손 흔드는 아이들이 좋다.
문득 아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떠오른 생각은
이내 나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자꾸 교육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구나.'
아이들의 티 없이 맑은 모습에서부터
나를 투영하고, 나를 깨닫는다니.
웃음 말고도 아이들에게 얻는 게 더욱 많아지고 있다.
"너희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나쁜 사람들을 잡고 마을을 지키고 싶어요!"
경찰이 되어 마을의 도둑을 잡고 싶다는 아이들.
아이들을 보며 도 다시 나를 깨닫는다.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은 꿈을 꾸기 때문이구나.
아이들에게 꿈을 알려주고 싶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세상에 정말 아름답다는 거를 잊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나 보다.
아이들과 나는 말이 통하지 않지만,
서로가 알고 있는 짧은 영어와 칸나 다어(인도 남부 언어)로 오랫동안 이야기 나눴다.
아이들은 서로 소통이 될 수 있는 말을 반복했다.
내게 다가오기 위해 서로가 이해하는 단어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아이들의 그런 다가옴이 사랑스럽다.
그들의 언어를 조금씩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들과의 세상과 더욱 연결됨을 느낀다.
미소라는 중요한 언어가 있지만,
미소 만으로 결코 공유될 수 없는 세계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서로 공유가능한 언어로 말을 걸며
다가오는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학교를 마친 뒤, 아이 두 명이 어깨동무를 하며 학교 밖을 나간다.
'나는 어릴 적 어떤 친구의 어깨를 메고 갔을까?'
물끄러미 바나나 나무의 풍경을 보는데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의 시간과 생각들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문득 울컥함이 차오른다.
어린아이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것 같다.
아이들은 내게 미소와 눈물 두 개를 봉사 내내 선물해 주었다.
인도식 시스템의 느릿느릿함,
정확히 갖춰있지 않고 우선 앞에 있는 것만을 해결하려는 근성과
정확한 시간과 날짜 개념 없이 뭉뚱그려 진행되는 시스템들은
봉사가 이어지면서 서로에 대한 불이해를 만들었다.
"데이지, 학교에서 봉사 허가가 내려지지 않았어."
"뭐?"
봉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학교장에게 허가를 구한 담당자.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교육봉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내가 해오던 봉사는
으레 봉사가 시작되기 전에 학교 측과 계획 수립을 마쳤기에,
봉사가 시작되고서 학교장에게 봉사계획을 알렸다는 사실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쓰고 싶어!"
끈질긴 요구에 학교장을 설득한 담당자.
봉사가 시작된 지 3일이 걸려서야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됐다.
가능한 수업도 하루에 1시간.
아이들이 몇 살인지,
어떤 교실에서 진행되는지 조차 안내 없이 바로 수업에 들어간다.
두 명의 선생님도 영어를 할 수 없는 상황.
나는 영어로 말하지만,
아이들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나는 갑작스레 아이들의 눈빛 앞에 섰다.
무슨 교육을 하면 좋을지 고민할 겨를도 없이 주어진 상황.
그림과 몸짓을 이용해
영어로 숫자를 알려주고, 덧셈을 진행하는데
통하지 않는 말로 말하니,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결국 다 같이 춤과 노래를 배우며 시간을 보냈다.
화장실 공사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공사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나 안내도 없이
봉사자들을 몸 쓰는 노동 수단이라고 여기는 점이다.
저녁은 언제나 늦게 나오고
버스는 늦는 게 일상 다반사이다.
우리의 몫이라고 치부해도 '도통 봉사자와 소통하려고 하지 않는 점'에 대해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에서 소통이 없다.
지금 우리가 해오는 프로젝트가 무엇이며,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해갈 것인지 파악하고
나의 일에 대해 이해를 갖고 체게 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지연과 취소가 반복되는 봉사 일정 속에서 짜증 부리고
답답하기만 한 봉사담당자의 일 처리에 실망하고
가끔 대답 없이 홀로 일 처리를 하는 담당자를 보며
물음표는 공격적으로 변한다.
A가 훨씬 효율적인데 왜 굳이 B를 하려는 거야?'
'장소가 바뀌었으면 미리 공지를 해줘야지.'
'왜 멋대로 프로그램을 바꾸고 전달하지 않은 거지?'
'왜 이렇게 하지 않는 거지?'
그 물음 앞에서 봉사를 행해온 시간은 말했다.
"이게 우리 방식인걸."
'이렇게 생각해야지.'
'이런 식으로 행동해야지.'
살아온 배경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나는
한국에서 당연하게 채택해 온 내 방식이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봉사를 하며 보낸 2주 동안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 순간 속 깨닫는다.
'내 생각이 맞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져왔구나.
내가 살아온 방식이 맞다는 믿음은
다른 이가 살아온 방식이 틀리다는 단정으로 변한다.
다름이 만든 생각은
누군가를 계몽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다름을 포용할 줄 아는 생각은
누군가와 함께 성장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단지 문화의 차이,
서로 살아온 배경의 차이에서 나온 불만인가 보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위험하다.
우린 지금까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고
다른 세계와 함께 세상을 살아내는 것이지
결코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저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인생의 비밀이다.
훗날 인도인과 함께 업무를 보는 날에
오늘날 경험들이 인도를 잘 이해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확신했다.
분명히, 밑거름이 될 거란 것을.
만남과 배움.
내 여행에서 중요한 단어이자
지금까지 내가 행해온 여행 방식이다.
새로운 삶을 알아가며 나의 세계를 넓히는 일.
나의 세상을 넓혀가며
다른 이를 포용하고 인정하는 법을 깨닫는 일.
깨닫는 과정에서 더 넓은 사람이 되어
나의 것을 나눌 수 있는 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대화하는 일.
이 모든 일은 만남과 배움을 통해 일어난다.
만남과 배움은
내가 여행을 하는 목적이자, 여행을 사랑하고,
여행하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이유이다.
마을에 유일하게 위치한 조그만 구멍가게.
봉사를 끝내고 5루피(약 80원) 짜리 싸구려 과자를 먹는다.
화장실 공사하며 마을 주민이 건네준 짜이 한잔.
집 앞에 걸터앉아 마시며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길가에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해맑게 인사하는 아이들.
매 순간 내게 깨달음을 주는 상황들까지
매 순간에 감사해하며 보내는 하루하루들.
아침이면 조금씩 하늘은 여명이 밝아온다.
코코넛 나무 뒤로 어두운 분홍색으로 빛이 떠오른다.
낮이 완전히 밝아올 때면,
코코넛 나무 사이로 안개가 흘려들어오고,
닭은 꼬끼오-를 외치며 아침을 시원하게 한다.
구름은 언제나 아름답다.
나는 이 아침을 사랑한다.
지금 내 시간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봉사하는 내내 마을은 푸르른 하늘이 이어졌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매일을 하늘과 이야기 나누었다.
청명하고 아름다운 날씨는
환상적인 순간을 밝혀주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창가 너머로 남인도의 풍경이 펼쳐진다.
푸르른 하늘,
광활한 구름,
펼쳐놓은 장관인 하늘 아래
수많은 바나나 나무와 정글의 모습까지.
'어쩌면 인도에 다시 올 수도 있겠구나.'
인도에 온 첫날,
인도에게 받은 충격과 공포는
하늘을 찌를 듯이 광활하게 펼쳐진 바나나 숲 앞에서 녹아내린다.
'이곳이 마냥 싫지만은 않네.'
원한 바람과 넓은 바나나 잎이 펼쳐진 광활한 풍경
그 위에 아름다운 하늘,
새하얀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곳에서 짜이 한잔,
그 깊은 맛의 짜이에 찍어먹는 비스킷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루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밤이었다.
밤하늘 별을 보고 있자니, 매일밤 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던 내 모습이 스쳐간다.
매일 밤 달을 찾고,
하루에 하늘을 5번씩 봤던 지난날.
지난 내 모습을 떠올리며 다짐했다.
잊었던 내 모습이자,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찾아야지.
삶을 즐기고
나 자신을 사랑하며
행복함에 젖어 왈칵 눈물을 쏟아야지.
어느덧 가려워서 몸을 긁으면 때가 나오는 게 익숙해졌다.
어느덧 빵을 먹다가 벌레가 나오면 그 부위만 떼고 다시 먹는 게 익숙해졌다.
어느덧 노트북으로 타자를 치고 있는데 그 위를 개미가 기어가는 게 익숙해졌다.
어느덧 10분만 지났는데도 올려놓은 노트북 위로 먼지가 가득 쌓이는 게 익숙해졌다.
여기는 인도 남부의 한 작은 마을이다.
봉사를 통해 다양한 감정의 곡선을 경험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내게 큰 교훈을 주었고,
울림을 주었다.
그중 인도 남부에서 흘러간 시간은 내게 말했다.
첫 번째, 내게 머무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잠시 멍 때리는 시간도 가지며,
사색하고
이 순간을 기록하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두 번째,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가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하고 싶은가를 선택하면 살지만
그 선택이 나도 몰랐었던 다른 거였다고 하더라도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구나.
세 번째, 모든 건 그 만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감사하고 받아들이며 겸손하며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느리게 이루어지는 인도에서의 시간을
답답해하고 신경질 내는 지난날의 과거가 떠오른다.
인도에서 흐르는 다른 시간은
어느새 내게 행복감을 주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명상하고,
체조하고, 일기 쓰는 반복적이면서도
일상을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순간이란 것을
인도의 시간은 느리게 말하고 있었다.
봉사 중에서도 내게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은 아이들이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로부터 받은 에너지는 그 무엇보다도 나를 행복하게 했다.
학교에 있다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웃음을 짓는 나를 발견했다.
나아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깨달았다.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구나.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은 꿈을 꾸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들에게 꿈을 알려주고 싶어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말해주고 싶기에,
세상이 아름답다는 거를 잊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기에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2주간의 봉사를 통해
어릴 적부터 꿈꿔온 '해외 봉사하는 내 모습'을 이루었다.
소중한 기억들 I
1. 구멍 난 셔츠를 입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셔츠를 입으며 맨발로 다니는 동네 사람들.
2. 동네 길을 지나치는 내게 밝게 웃으며 인사해 주는 동네 분들.
3. 동네에 들어서면 버스를 향해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들.
4. 학교에 들어서면 멀리서부터 인사하러 달려오는 아이들.
5. 마을에서 바라본 코코넛 나무의 광활함.
6. 마을 주민분께서 매번 나눠주던 비스킷과 짜이 한 잔
7. 시원한 바람과 넓은 바나나 잎이 펼쳐진 광활한 풍경 위의 새하얀 구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주간의 봉사를 하며
받은 소중한 가치와 교훈을 마음에 품었다.
글로는 다 표현하지 않아 기억에서 사라져 버릴지라도
아이들이 선물한 초롱초롱한 눈빛만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위해 서아시아로 향했다.
*[국제워크캠프기구]이외에도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 네팔 보육원 봉사, 볼리비아 유기견보호소 봉사, 탄자니아 NGO 봉사 등 다양한 해외봉사를 경험했습니다.
해외 봉사와 관련해 관심 있는 분은 편하게 문의하세요. :)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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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