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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 데이지 Nov 17. 2024

인도 I 인도에서 명상 배우기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②ⓞ : 인도에서 명상 배우기


#1. 명상의 고장, 인도 리시케시에서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②ⓞ : 인도에서 명상 배우기



사진: Unsplash의 Kiran Anklekar


나는 어릴 적부터 아침마다 명상을 줄곧 해왔다.

명상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하루의 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디어가 만든 모습 때문일까,


진정한 명상을 위해서 언젠가 인도에 가리라 다짐했던 마음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고요히 갠지스 강을 배경으로 명상하는 사람들.


삶과 죽음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하는 순간,


나 자신을 마주하며 내 속으로 파고는 투쟁을 하는 장면까지.





리시케시에서 오빠들과 즐겁게 여행하던 중,

한 포스터를 발견한다. 



'명상 수업, 오늘 저녁 7시. 무료.'



나는 명상과 무료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보자마자 매료됐다. 


"당장 가야 해!!!!"



명상을 함께한 사람들과 




명상에도 종류가 다양했다. 

각 명상들은 숨을 어떻게 고르는지, 

숨을 관리하는 법, 

나의 몸을 관리하는 법, 

몸의 흐름을 읽는 법, 

몸의 균형을 찾는 법을 배웠다. 


일련의 과정은 마치 나 자신과 대화를 하는 느낌 같았다.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명상이었다. 



"선생님은 명상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명상 선생님은 뜬금없는 나의 질문에 

평온하게 대답했다. 


"신과 대화하기 위해서죠."


인도에서 명상을 배우며



나는 인도에서 내가 마주한 불공평에 대에서

답을 얻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고, 

느껴온 모순에 대해 선생님께 털어놓았다. 


"길거리를 다니면 노숙자를 비롯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불평등이 정말 많아요.

잘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채로

매 순간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신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 사람들을 고통받게 두는 이유가 뭔가요?"


차분하게 명상을 마친 선생님은 한 단어로 내 의문에 대답했다. 


"카르마(업보)죠."



"전생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그런 상황으로 태어난 거예요."



신과의 부름을 원하며

내 안을 갈고닦으며 살아가지만

결국 불평등 앞에서 카르마라는 업보를 씌워

'저들은 마땅히 그래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들은 가난에서 탈출할 능력을 가졌다'라고 덧붙여 말하는 

선생님께 나는 물었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이들과 같이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서 태어난 이들은 어떤 경우인가요?

탈출할 능력도 없이 감수해야 하는 카르마인 건가요?"


답답함에 사무친 내 질문에 명상 선생님은 말했다. 


"그렇기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들을 도와주도록 태어난 카르마인 거예요.


우리는 그들을 도울 카르마이고 

그들은 이번 생을 그렇게 살아갈 카르마이죠."



선생님의 말을 듣고 바로 든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겠다.'


정당화를 통해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이내 생각이 바뀐다.


'그래, 나를 지키기 위해 정당화 하는 방법이 잘못된건 아니잖아.

내가 어쩔 수 없는 도리에 대해 좌절하기 보다 카르마라는 장치로 나를 위로하는거니까.'


그걸 믿을지 말지의 가로선상에서 

편하게 생각할 여지만을 남겨둔 채로,

명상을 시작했다.




선생님을 따라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점차 차분해지는 마음은 정적이 울려 퍼지는 공기를 따라 내 콧속으로 침투했다. 



귀를 막고

얼굴을 막는 명상을 시작했다. 


명상 선생님을 따라 말을 뱉으며 호흡을 했다. 

아-

아-

아-


그런데 갑자기 

어릴 적, 아빠와 함께 산책하던 순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여름밤에 논 밭을 산책하며 들었던 개구리 소리가 마구마구 내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했다. 

개구리 소리를 배경으로 아빠와 보냈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쳤다.

동시에 갑작스럽게 눈물이 왈칵 나왔다. 



아-

아------

아----------


명상에 집중하며 

소리 내어 말을 뱉으면서도 

동시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아-

아----

아------------


내 안에 있는 여러 가지 감정 중

울고 싶던 감정이 그동안 쌓아왔던 것을 풀어내는 느낌이었다. 


매번 웃으며 좋은 생각과 기억으로만 가득하려고 했던 겉모습에서 드러나지 않던

내 안의 감정이 표피를 비집고 나와 밖으로 분출하고 있었다. 

그 감정은 눈물이라는 소재로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멈출 세도 없이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아-

아-------

아--------------------


커다란 창문 너머로는

갠지스 강이 흐르고 있으며

옆에서는 인도 사람들이 함께 명상을 하고 있다. 

눈앞에는 힌두신의 형상이 있으며

나는 눈물을 흘리며 명상을 하고 있다. 


'내가 인도에서 명상을 하려는 이유가 이거였어!'


내가 원하던 순간,

그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에

감격도 함께 올라온다.




"명상은,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것에도 집중하지 않는 상태를 말해요."


사실이었다. 

명상을 진행한 1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흘렀고,

1시간이 가버린 줄도 모른 채 명상 수업이 끝났다. 



"선생님, 명상을 하니 눈물이 저절로 나왔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명상을 하면서 신과 도달할 수 있는 선이 있어요.

데이지는 그 선 바로 직전까지 도달한 거죠."



나는 종교가 없지만,

명상을 통해 느낀 영적 에너지를 통해

인도 여행을 하며 받아온 무언의 에너지 힘을 확신했다. 

(I'm not religious, but I'm a spiritual)



돌아오며  만난 다리는 예뻤다. 갠지스강이 인도와 만나면 이런 모습이구나. 바람도 시원했다.



감격한 마음과 편안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길.

오늘 명상을 하며 눈물을 흘린 이유를 곰곰이 돌이킨다. 


무언가 하나에 몰입하기 때문이었을까?

몰입할 때 오는 감정과 쾌감, 

무언가 다른 세계로 나를 이끈 몰입으로 인해 눈물이 나온 걸까?

생각은 이내 하나의 결론에 다다른다.


명상은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행위가 아닌,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행위이다. 

머리에 쉼을 주고,

생각을 멈추게 하며

존재 자체와의 연결을 해주는 놀라운 마법이었다. 

그것이 명상선생님이 신과 연결되는 대화라고 말한 이유일 것이다. 


'참나'의 본성을 마주하게 된다면,

신과 만나기 직전 상태인, 가장 극적인 경지에 도달하여 명상을 하는 과정에 이른다면,

나 자체의 뿌리와 만나게 된다면,

나는 외부 세계로 만들어진 형태가 아닌,

나는 내부 세계로 내다보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무엇이 나이고, 무엇이 내가 아닌가?



곧 '인식하고 있음에 대한 인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단 의식 그 자체를 의식하게 되면 당신은 전혀 다른 상태를 경험한다.
이제 당신은 자신을 아는 것이다. 깨어난 존재가 된 것이다.
그것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여기 있다. 여기에 늘 있었다

[상처받지 않은 영혼]



어쩌면,

관찰자로서 나 자신을 바라보고,

내 안의 어딘가에서 나를 스쳐간 사건을 바라보면서

깊숙한 나와 만났기 때문일까. 



나는 누구인가? 이제 우리는 이것이 매우 심오한 질문임을 안다.
이것을 끊임없이 물어보라.
 그렇게 묻다 보면 당신은 자신이 바로 그 답임을 깨달을 것이다.

당신이 그 답이다.
그 답이 돼라.
 그러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상처받지 않은 영혼] 



[상처받지 않은 영혼]의 저자 마이클 싱어는 의식을 의식하는 것이 진정한 명상이라고 말한다. 

나는 진정한 명상의 아주 조그만 일부를 인도에서 깨닫게 됐다. 

이해와 불이해, 혐오와 사랑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나라, 인도에서 말이다. 


명상을 마친 뒤, 창문 너머 갠지스 강과 함께



이 무렵, 대학 선배에게 따뜻한 편지를 받았다. 

나는 조용히 그에게 답장을 작성하며 오랜 꿈이었던 '인도에서 명상하기'의 데이지 꽃을 피워냈다.


Dear. 람
해람오빠! 안녕!! 오빠 편지 잘 받았어. 인도 기차에서 읽었는데 정말 크게 감동했어 ㅎㅎ.. 
이곳에서의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흘러.
'매 순간이 새롭고 처음 느끼는 경험'이라는 틀 속에서도 조금씩 적응하고 있어 ㅎㅎ
(매 순간의 변화를 적응하고 있다는 의미야)

새로운, 넓은, 다양한, 몰랐던 세계를 마주하면 할수록
더 많은 세계가 궁금하고 내가 모르는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걸 깨닫고 있어.
나는 아무래도 이런 삶을 사랑하는 거 같아!
매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 

언제나 머무를 수 있도록 일러주어 고마워.
전혀 아는 사람 없이 생판 모르는 곳에 이방인인 내가 전혀 쓸쓸함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오빠와 다른 소중한 사람들 덕분인 것 같아!

사진은 인도의 '리시케시'라는 곳이야.
이곳은 세계 요가의 고장이기도 해.
나도 여기서 요가와 명상을 배웠는데 아무래도 한국 가서도 꾸준하게 하고 싶어.
그만큼 정말 좋았어! 오빠의 시간은 어때?

모든 삶은 여행이야.
우리는 지구에 여행 와서 삶이라는 여정을 보내고 있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단지 이 여행을 마음껏 누리고 사랑하는 거야.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할게 람

2023.06.10
인도 카페에서 예진.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유튜브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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