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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 데이지 Oct 27. 2024

인도 I 갠지스 강에 몸을 담그며

데이지 버킷리스트 ①⑦ 인도 갠지스강에 몸담기

인도 첫 번째 버킷리스트 이야기 ▶ 인도에 오고 싶은 건 당신 때문이야


인도 델리에 도착한 뒤, 오랫동안 만나고 싶던 작가님과 만났다. 

꿈만 같던 시간을 마친 뒤, 델리에서 호스트 나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나빈의 집에서 마음껏 먹고 편안하게 자면서 빠르게 시간을 보내지만,

알게 모르게 답답한 느낌을 펼칠 수는 없다. 


인도에 오고 나서부터 힘이 빠진다. 

머리가 답답해진 채로 텅텅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창문이 없는 채로 안에만 있어서 그런 걸까.

그렇다고 밖으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답답함이 풀리지 않는다. 

아무 곳에서나 누워있는 사람과 구걸하는 어린아이들,

악취와 함께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들 때문이다.

이방인을 대놓고 쳐다보는 인도인의 시선 역시 열심히 적응 중이다. 


욕심 버리는 법, 

생각을 비우는 법, 

짜증 내는 법을, 

인상 찌푸리는 법, 

그냥 멍때리는 법을 

인도에 머물면서 배우고 있다. 



지금까지는 정말 여행 느낌이었는데 

인도에 오고 나서는 여행이란 느낌이 안 들었다. 

여긴 생존이다. 


길거리 음식을 보고 먹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사람들이 미소를 띠면서 다가오는 게 두려운 것이 처음이었다. 

돈 달라고 할까 봐 두려웠다. 

여행하며 '생존', '적응'이란 단어를 처음 꺼낸다. 



'인도를 떠나야지.'



수천번 인도를 떠날 거라 마음속으로 되뇐다.

그러면서 여전히 인도의 버킷리스트 꿈을 갖고 있는 어린아이가 내 안에서 인사한다. 


반복해 인도를 떠날 거라 생각하면서도 

여행 중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나라인 인도.


모순으로 가득한 이 나라에서

나 자신도 모순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음 버킷리스트를 펼쳐본다.


데이지 세계일주 버킷리스트 ①⑦ : 인도 갠지스 강에 몸담기



델리에서 북서쪽에 위치한 하리드와르

하리드와르로 향하는 버스 안.

버스는 꽤 열악했는데, 피곤했는지 

나의 어디서든 잘 자는 습성 덕분인지, 

금세 바로 잠들었다. 



그렇게 버스에서 푹 자고 나니 

누군가 나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우르르 내리는 과정에서 머리가 찝혔던 것 같다. 

머리카락을 부여잡으며 깨어나니 4시 30분.

날이 밝아질 때까지 정처 없이 걷기 시작한다.



목적지 없이 걷는 나그네가 외롭지 않게

하리드와르를 뚫고 흐르는 강이 반짝이며 인사한다. 


어두운 강은 드물게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과 

드물게 설치된 가로등에 반사된 빛으로 반짝이며 내게 인사한다. 

이른 새벽부터 웃통을 벗고 앉아있는 사람들까지. 

그 강은, 나의 버킷리스트인 갠지스 강이었다. 

처음 마주한 갠지스 강. 

힌두인의 어머니, 강가. 

그가 세찬 물소리를 내며 내게 인사한다. 





빽빽 올려대는 경적 소리,

수없이 흩뿌려진 쓰레기를 뚫고

'하리드와르 가볼 만한 곳'을 검색해 상단에 뜬 절에 찾아간다. 



"지금 저 사람들 뭐 하는 거야?"



절을 향해 걷는 와중에 앞에 걷고 있던 이들이 갑자기 털썩 주저앉는다. 

단체로 도로변에 앉는 모습에 당황해하며 가까이 가는데,

그들이 화장실을 해결하고 있었다. 


길을 걷다가 중간에 대변을 눈다니!


그 모습은 충격 이상으로 내게 다가왔다. 

인도 길거리는

어디서나 침대가 되고,

어디서나 화장실이 되고,

어디서나 먹는 식당이 되는구나.


길거리 모든 곳이 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헤롱헤롱 거리는 정신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걷고 또 걸으면서 '인도'의 이미지를 색칠해 나갔다.

어느새 밝아진 날은 아름다운 강물이 분명했던 새벽과 달리

오염되어 보이는 색으로 나를 반겼다. 


절로 향하는 언덕을 올라가는 내내 인도를 미워했다. 

더럽고

사람 많고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는 인도.


인도가 정말 싫다고 생각했다. 



절에 갔더니 절 역시 상상 이상의 곳이었다. 

신성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나 없이

강아지 공장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을 보호하기 위한 걸로 추정되는 쇠창살들, 

새창살 사이로 먼지와 쓰레기들이 혐오스러웠다. 


어느 순간 인도에 대한 반감을 갖추기 시작하고 나서부터일까

맨발로 들어가는 게 아무렇지 않던 과거와 달리

절 안에 밟히는 쓰레기가 오물을 밟는 기분마저 들어 반갑지 않았다. 


절 위에서 바라본 하리드와르의 풍경. 사이에 보이는 강이 갠지스 강이다.


안사면 나를 때릴 기세로 바라보는 상인을 뿌리치고 

절이 있는 언덕에 도착했다. 


멀리서 바라본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불과 몇 분 전 걷던 거리가 떠오른다. 

쓰레기와 노숙자로 가득한 거리들.


'인도는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구나'

인도에 적응하지 못한 마음은 괜히 미워하는 말로 변한다.


인도를 불신하고, 미워하는 마음에

갠지스 강에 몸을 담그자는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

그냥 갠지스 강에 손만 담고 오자고 마음이 변한다. 



날이 밝아오며 갠지스 강 주변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몸을 씻고 있다. 

신에게 신성하게 숭배하는 모습이다. 


세차게 내려가는 물살을 바라보고 있자니 생각이 바뀐다. 


'언제 또 갠지스 강에 몸을 담글 날이 오겠어!'


조심스레 손과 발을 갠지스 강에 담근다. 

차가운 물살에 내 피부 표면이 닿자마자 생각은 이내 확고해진다. 


'몸을 담가야겠어!'


마침 옆에 있는 뭄바이 청년과 청년의 삼촌은 

나를 도와 갠지스강에 함께 빠진다. 


뭄바이 청년이 찍어준 사진, 청년의 삼촌은 갠지스 강에서 의식 치르는 법을 알려준다.


"우리의 어머니야"


강에 몸을 흠뻑 적시며 뭄바이 청년은 말한다. 


"이 강가는 우리의 어머니로 매우 신성한 존재이지. 

우린 몸을 씻으며 갠지스 시바 신을 경건하게 모시지."


신성하게 의식을 치르는 그들을 따라 한다. 


마음이 가는 대로 빨려 들어간 갠지스 강에서

인도에 머물면서 조금씩 생겨난 마음이 말끔히 씻겨간 느낌을 받는다. 

시원함을 넘어서 차가운 어머니 강가는 

불신에 뜨겁게 타오르던 내 마음을 식혀주었다. 


어머니 강가에게 두 손 모아 빌었다. 


'인도를 이해하도록 노력할 힘을 주세요. 

모순적이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 투성이인 인도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인도에 대해,

힌두교에 대해 

마음으로, 지식으로 이해하고 

넓어지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기도가 끝나자마자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이 나에게 물건을 들이민다.

외국인인 나를 상대로 시비를 걸며 행인이 다가온다.


나는 축축해진 옷을 털면서 말한다.


"여긴 인도니까!"


 

갠지스강에서 몸담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이룬 순간


하리드와르의 갠지스 강을 구경하며





하리드와르에는 한국 여행자분과 함께 만났다. 


 인도 여행을 함께한 오빠들과의 이야기 ▶ 굴곡 없던 내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어

해당 내용은 브런치에 11월 4일, <너의 데이지>를 통해 업로드 예정입니다.



충격과 즐거움을 함께했던 갠지스강과의 만남 뒤로 

일행들과 함께 '리시케시' 도시로 향했다. 


우리는 인도에 적응 중이라는 공통점에

반갑고 들뜨는 기분을 감추지 못한다.


"사람들이 아무 곳에서 잠을 자고, 용변을 누고, 요리를 하더라고요."



"나는 거리를 걷는데 누군가 나한테 침을 뱉더라고. 살면서 침을 처음 맞아봐."


덜커덩거리며 이동하는 툭툭 안에서

그동안 인도에서 느낀 충격을 나누며

우린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이후 리시케시 갠지스강에서  래프팅을 함께 했다. 


힘껏 갠지스강을 수영하고, 누워서 뭉실뭉실 떠오른 구름을 바라봤다.

자연 워터파크에 온 채로 갠지스강에 빠져 리시케시의 공기를 음미했다. 

함께하는 이들과 같은 행복을 공유하고, 웃음을 나눴다.



처음 몸을 담그고 싶지 않았던 일말의 마음은 

갠지스 강을 마주하자마자 마음 가는 대로 빨려 들어갔다.

이후 나의 두 번째 갠지스강에서도 

나는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갠지스강에 흠뻑 적시며 몸을 담갔다. 


어린 시절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순간이었다. 



리시케시 래프팅을 하며 갠지스강에 행복을 적셨다.







데이지 (신예진)

enjoydaisypath@gmail.com

@the_daisy_path : 인스타그램

https://blog.naver.com/daisy_path : 블로그


[나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어릴 적 꿈인 세계여행 버킷리스트 100가지를 

이루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블로그와 유튜브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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