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을 먹어요.
우울증 약 따위는 필요없을 것 같은 하루한장
논산 온빛자언휴양림 / 하늘은 합성이다 우울증 약을 먹기 시작한지 한 달이 넘었다.
처음 약을 먹었을 땐 정말 정신을 못차릴만큼 멍했다.
(지금도 멍하고 여전히 졸립고 무기력하다. 그렇지만 살짝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우울증약은 마치 마음의 마취제같다.
신체에 상처가 나면 몹시 고통스러운데 마취제를 맞으면 상처가 있어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마음이 아픈 건 여전한데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감정기복이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슬픔도 덜느끼지만 기쁨도 덜 느낀다. 삶이 무미건조해진다고 할까. 여러가지 욕구도 사라진다. 맛있는 음식도 예전처럼 맛있지 않다. 예전만큼 재미있지도 않다.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어진다. 그냥 몸이 쳐지고 계속 쉬고 싶다.
타인에게 나의 약 먹기 전 후에 대해서 물어봤다. 예전에 비해 목소리가 가라앉아있고 잘 웃지 않는다고 했다.
어찌되었든 나는 불안감이 덜해서, 마음이 아픈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 약을 안먹으면 불안할 정도로 약에 의존하고 있다. 몇십년간 약을 끊지 못하신다는 분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나도 그렇게 될까?